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게임과 점은 인터넷에서 주목을 받는 요소이다. 게임은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재미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은 중독성을 갖는다. 얼핏 생각하면 점의 성행은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와 잘 연결되지 않는 듯하다. 동아시아 사상 문화의 맥락에서 보면 동아시아 사람들이 점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유일신 문화에서 사람이 문제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어떻게 헤쳐 나갈 줄을 몰라 눈앞에 감감해진다. 이때 사람은 신에게 기도하고 신은 사람에게 나아갈 길을 계시하게 된다. 동아시아 사회는 조상신과 자연신이 있지만 그 신은 사람의 문제 상황을 풀어나갈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우리가 명절과 기일에 죽은 조상을 추모하는 제사를 지낸다. 이때 우리는 조상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알리는 고유를 하고 조상은 후손이 불행해지지 않게 도와주는 소통을 한다. 이 소통을 통해 후손과 조상이 관계를 지속해나갈 수 있다. 여기서 조상은 후손을 도와주는 보호신 역할을 하지만 난국과 위기를 이길 수 있는 지혜를 계시하지 않는다.

동아시아 사회에 유일신 문화가 없지만, 고난과 위기의 현실이 없을 수가 없다. 주역은 동아시아 사람들이 고난과 위기에 처했을 때 인간의 곤혹을 해결하는 지침으로 기능했다. 사람은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고 최종 결심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역점을 통해 불안한 미래의 전개를 예측하곤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가 아니라 주역점이 안내하는 결과가 일어나리라 예상하면서 사람은 미래의 불안이 주는 공포를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주역점은 모두 쉽게 의존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주역점을 알려면 주역 효사와 괘사의 의미를 알아야 하므로 고도의 지식이 필요했다. 일반 사람들은 사주팔자를 비롯하여 개인 신상의 간단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별자리처럼 일정한 패턴을 해독하면 미래를 알 수 있는 점에 흥미를 보였다. 이렇게 보면 동아시아 사회는 점을 가까이할 수밖에 문화적 토양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근대에 이르러 점은 미신으로 간주하면서 사회적 압박을 받았다. 특히 새마을 운동이 국민운동으로 진행될 때 점집은 보존해야 할 미풍양속이 아니라 퇴치해야 할 악습으로 간주하였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미래를 주체적으로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이에 대해 인간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조금이라도 빨리 알고 싶은 궁금증 차원이든 알지 않으면 불안하여 견딜 수가 없는 공포 차원이든 알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 욕망은 과거처럼 오로지 점에 의해서만 알 수가 있을까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 요즘 사람들 사이에 인공 지능이 미래의 어떤 직업을 대체할 것인가에 관심이 많다. 점도 인공 지능의 시대에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점이 오랜 경험과 통계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고 한다면 인공지능은 점을 대체할 수 있다. 인공 지능이 통계와 패턴을 학습하고 사례 분석을 반복한다면 얼마든지 점이 하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우리는 점집을 찾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지 않아도 미래가 알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사람은 모두 점을 잘 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미신’이 과학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