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의사들이 질병을 치료할 때 수술을 하기도 하고 약을 처방하기도 하지만 공통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체의 자연치유 능력이다. 뼈가 부러져 석고 붕대를 하더라도 뼈가 다시 붙는 이유는 석고 붕대가 아닌 뼈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며, 넘어져 피부가 벗겨진 후 소독을 하고 반창고를 붙여도 다시 새살이 돋는 것은 반창고가 아닌 바로 피부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인체의 자가 치유 능력은 결국 우리 몸에 여러 종류의 줄기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줄기세포는 평소에는 잠자듯 있다가 필요할 때 활성화되고 분열하여 여러 종류의 세포를 많이 만들어내며, 새로 생성된 세포들에 의해 상처가 재생된다. 따라서 의사들의 치료 중 꽤 많은 부분이 줄기세포가 잘 활동해서 스스로 치유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모든 법칙에 예외가 있듯이 우리 몸에도 줄기세포가 없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들은 줄기세포가 없기 때문에 자연치유 능력이 매우 떨어지며, 이 부분들이 질병으로 한 번 손상을 입었을 때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 이유이다. 대표적으로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와 연골을 들 수 있다. 불의의 사고로 척수가 손상된 환자는 팔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영화에서 종종 묘사되는 것처럼 한 번 파괴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 환자는 팔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연골이 재생되지 않는 것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운동선수들이 연골에 상처를 입었을 때 연골 이식 수술을 받는 것, 노인들이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할 때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받는 것 모두 파괴된 연골은 어떤 방법으로도 쉽게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정말 이 부분들이 자연치유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일까? 사람은 모두 한 개의 세포로부터 시작되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난 1개의 수정란 세포로부터 성인의 30조 개에 달하는 세포가 생성된 것이다. 30조 개의 세포에는 물론 중추신경계와 연골을 구성하는 세포들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힌트가 있다. 성인에게는 중추신경계와 연골을 새로 만들 수 있는 줄기세포가 거의 없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 그리고 어머니의 배 속에서는 중추신경계와 연골을 새로 만들 수 있는 줄기세포가 충분히 있었다. 즉 태아나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방법(여기에는 매우 큰 윤리적 문제가 있다), 성인의 세포에 인위적인 변화를 가해 줄기세포로 만드는 방법(노벨상을 받았던 유도만능줄기세포와 난자를 이용한 인간 복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등으로 줄기세포를 많이 생산한 뒤 이 줄기세포를 장기 이식을 하듯 환자에게 이식하면 된다.

줄기세포가 없어서 자연치유가 일어나지 않으니, 줄기세포를 이식해주면 자연치유를 통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직관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꽤 높은 생각이다. 바로 줄기세포 치료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이다. 누구나 건강한 장수를 꿈꾼다. 현재 다양한 질병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줄기세포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필자도 성체 신경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졸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과 사업화에 매진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가 그동안 치료가 불가능했던 질환들을 정복함으로써 건강한 장수를 실현하는 인류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주경민 교수
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