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우리 학교 이재철(약학) 교수, 한양대학교 화학과 배상수 교수, 유전체 교정 기업 툴젠(대표 김종문) 사업전략팀 박수현 팀장

기자명 김원구 (kwg0328@skkuw.com)

 

 


이전 세대 유전자가위보다
저렴하고 사용하기 쉬워
기술적 보완과 사회적 논의 필요해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 2000년대 초반 *게놈 지도가 완성되며 특정 생명체의 특성을 모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DNA에 담긴 유전정보를 수정해 생명체의 특성도 바꿀 수 있을 가능성이 열렸다. 한편, 유전자가 잘못되면 질병이 발생하기도 하고, 유전자 변이가 축적되면 암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직접 고치면 이런 질병도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테다. 이전까지 유전자의 특정 염기만을 수정·삭제하기는 매우 어려웠지만, 2013년 1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등장은 유전자 교정을 현실화했다.


‘유전자가위’의 원리와 종류를 설명해달라.
배상수 교수(이하 배) : 유전자가위는 특정 DNA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만 가위처럼 자르는 단백질 효소다. 염기서열이 잘리면, 세포는 자체 ‘DNA 수선 기작(DNA repair system)’에 의해 복구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가 망가지기도 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교정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칭해 유전체 편집이라고 부른다. 유전자가위는 발전 단계에 따라 △1세대 징크 핑거 뉴클레아제(ZFN) △2세대 탈렌(TALEN) △3세대 크리스퍼(CRISPR/Cas9)로 나뉜다. 이 중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단백질 기반인 이전 세대와 달리 RNA 기반으로, 특정 DNA에 붙어 유전체 편집을 유도한다. 그래서 표적 DNA 변경은 물론이고 DNA 표적화와 결과 예측도 쉽다. 또한 이전 세대 유전자가위는 수백에서 수천만 원이 필요하지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수십만 원 수준이라 저렴할뿐더러 만들기도 쉽다.
박수현 팀장(이하 박) :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가이드 RNA와 DNA를 자르는 단백질인 Cas9으로 구성된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가이드 RNA가 특정 염기서열에 달라붙으면 이중나선 구조로 가려져 있던 DNA가 열리며 유전정보가 드러난다. 이후, 크리스퍼가 DNA의 목표 위치에 결합하면 Cas9이 DNA를 잘라낸다.

유전자가위를 사용한 유전자 교정은 세포의 한 부분인 유전자를 조작하는데, 다세포로 이뤄진 성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나.
이재철 교수(이하 이)
 : 모든 세포가 유전자 편집이 된 성체를 얻기 위해서는 배아 상태에서 유전자 교정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중국의 ‘맞춤형 아기’가 대표적이다. 실험용 쥐 같은 다른 종에서는 매우 활발하게 배아에서부터 유전자 편집 성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인간에게 적용하기에 윤리적·기술적 문제가 있어 일부의 세포만 유전자를 편집한다. 현재는 질환 부위에 유전자가위를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나 환자 몸에서 세포를 떼어낸 후 유전자를 편집하고 다시 환자에 주입하는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활용 분야와 성과는 무엇인가.
 : 유전자가위는 역사가 매우 짧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부분의 분자 생물학적 연구에 기본적으로 사용된다. 과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기술은 원하는 연구를 더욱더 쉽고 정밀하게 진행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도구다.
 :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지난 5년간 성과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다. 대표적으로는 유전자 치료와 식물 개량을 꼽을 수 있다. 앞으로 유전자가위를 통해 병원균 저항성이 강화된 새로운 품종을 자유자재로 생산해 내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선천적 희소질환 등 유전질환에 관련된 DNA를 근본적으로 교정해 반영구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지난달 28일 중국에서 유전자 연구를 통한 ‘맞춤형 아기’가 태중에 있음이 알려졌다. 이처럼 많은 일이 실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텔로미어 길이와 노화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유전자가위로 염색체(텔로미어)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는가.
 : 이론상으로 가능하다. 다만 노화가 발생하면서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은 맞지만, 단순히 텔로미어가 길어진다고 노화가 방지되는지는 더 연구해봐야 한다. 그리고 어떤 유전자를 통해 텔로미어를 조작할 수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 결국, 이런 유전자들의 특성이 모두 규명된다면, 유전자 교정기술을 통해 텔로미어를 조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부작용이나 한계가 있는가.
 : 유전자가위는 크게 2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기술적 문제인 비표적 절단 및 질환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다. Cas9의 비표적 절단이란 원하는 염기서열이나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지 않고 다른 부위를 자르는 현상이다. 대부분 0.1% 이하의 매우 낮은 확률로 나타나지만, 사람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대상 유전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해당 유전자의 다른 기능을 억제해 다양한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둘째는 윤리적 문제다. 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을 허용할 것인지, 만약 허용한다면 어느 범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만약 부모의 유전형에 의해 태어날 아이에게 유전질환이 확정됐다면, 부모는 아이가 유전질환을 평생 가지고 살아가는 것보다 배아단계에서 편집하기를 원할 테다. 사회적 비용 및 개인이 감당해야 할 고통을 생각한다면 유전자 편집이 합리적인 결정일 것이다. 하지만 배아를 생명으로 여겨 이에 반대하는 측은 △맞춤형 아기 △빈부 격차에 따른 치료 수혜 불평등 △유전자 편집의 안정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인간 배아 연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나 일부 난치성 질환에 대해서는 허용하는 추세다. 특히 중국, 영국, 스웨덴 및 일본에서는 인간 배아를 이용해 난치성 유전질환 연구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은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4세대 유전자가위처럼 유전자가위 자체 연구 현황은.
 : 툴젠은 *유도 진화 방식을 적용한 Sniper Cas9을 개발했다. Sniper Cas9은 기존 Cas9에 돌연변이 아미노산이 삽입돼 있다. Sniper Cas9은 기존 Cas9이나 경쟁사에서 발표한 특이성 향상 Cas9에 비해서도 좋은 기능성을 보이며 특허 출원 상태다.
 : 개선 노력이 많이 있었지만, 획기적으로 발전된 4세대 유전자가위는 아직 없다. 사실, 지금 기술보다 더 좋은 방법을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수십 년 후에는 4세대, 5세대 유전자가위는 반드시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통한유전체 교정 과정
가. 가이드 RNA
나. Cas9
다. 질병 유발 염기서열
① 가이드 RNA가 특정 염기서열에
붙으면  DNA가 열린다.
② Cas9이 질병 유발 DNA를 자른다.


*염기서열=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의 배열로, DNA로 암호화돼 있는 유전자의 총량. 인간의 경우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네 종류의 염기 30억 개가 일정한 순서로 배열돼 키와 피부색 등 생물학적 특성을 결정.
*게놈=유전체와 같은 말. 유전자 같은 유전물질들의 총합.
*유도 진화=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도입하거나 유사 유전자들을 무작위로 재조합해 유전자의 개량을 유도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