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채홍 (dlcoghd231@gmail.com)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태어난 순간을 기준으로 운명 결정
사람에 대한 더욱 풍부한 이해


“점성술과 사주는 무엇이 다른가요?”
점성술은 별의 빛이나 위치, 운행 등을 보고 개인과 국가의 길흉을 점치는 기술이다. 점성술은 기원전 2000년 고대 바빌론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하늘을 관찰하던 이들은 일 년에 12개의 달의 모양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 바탕으로 태양의 경로를 12개로 나누고 태양이 지나가는 길 위의 별들을 이어 12개의 별자리로 표시했다. 점성술에서는 사람이 태어나서 숨을 쉰 순간의 하늘 모양을 그린, ‘출생차트’를 중심으로 각 행성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태양이 뜨고 있었는지 지고 있었는지를 파악해 운세를 점친다. 점성술에서 발달한 것이 ‘타로점’이다. 타로는 15세기에 발명된 카드놀이 세트로, 18세기가 돼서야 점술을 위한 용도로 발전했다. 타로는 순간적인 선택에 의한 ‘순간점’으로 가까운 미래를 예상하기는 하지만 점성술처럼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데 사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적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이다. 점성술과 타로점 모두 영적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사주(四柱)는 점성술이나 타로점처럼 영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점성술의 출생차트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분석해 사람의 운명을 알아낸다. 사주는 사람이 출생한 ‘연월일시’의 천간(天干), 지지(地支) 네 기둥, 곧 연주(年柱), 월주(月柱), 일주(日柱), 시주(時柱)를 뜻한다. 각 기둥이 간지(干支) 두 글자씩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팔자(八字)라고도 하며, 이것을 통틀어 사주팔자(四柱八字)라고도 한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김만태 교수는 “사람의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으로 보고 이 가능성을 추론하는 것이 사주명리(四柱命理)”라며 “사주명리에서는 사람을 소우주로 가정해, 사람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우주의 기운과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사람마다 독특한 우주적 시간의 결정부호인 사주가 결정되는데, 사주팔자를 대상으로 각각의 간지가 지니고 있는 의미와 이들 사이의 관계를 해석해 사람의 타고난 성격이나 재능, 운세를 파악하고 삶의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인간사의 길흉화복을 예지, 판단한다.

풍수지리에서 좋은 방위를 찾는데 사용하는 '패철'

예술 속으로 들어온 이들
예술 분야에서도 이러한 점(占)문화를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는 거의 모든 비극에서 점성술을 언급했다.
“These late eclipses in the sun and moon portend no good to us (최근의 일식과 월식은 죽음을 암시한다)” - King Lear
“A pair of star-cross’d lovers take their life, (불행한 두 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 Romeo and Juliet
“The fault, dear Brutus, is not in our stars. But in ourselves, that we are underlings.” (잘못은 별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다) - Julius Caesar
1960년대 후반 뉴에이지 운동 시기의 노래 가사에서도 점성술이 자주 등장한다.
Fifth Dimension의 ‘Age of Aquarius’에는 “This is the dawning of the Age of Aquarius (물병자리 시대의 여명이 밝아오네)”, Roberta kelly의 ‘Zodiacs’에는 “Scorpios, Virgos, Aquarians Oh, searchin' for the sign that goes with their own sign (전갈자리, 처녀자리, 물병자리 자신의 별자리에 어울리는 표시를 찾고 있지)”, Supremes의 ‘No matter what sign you are’에는 “Cant let astrology, chart our destiny (점성술이 우리 운명을 이끌어가게 할 수 없어)”라는 가사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주에 대한 미술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김홍도의 작품에는 책을 들고 나귀를 탄 남성이 등장하는데, 그가 들고 있는 책은 ‘명리정종(命理正宗)’이다. 명리정종은 중국 명나라 때 장남(張楠)이 쓴 책으로, 생년월일시에 따라 인간 운명의 길흉화복이 예견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석화의 시문으로는 “과로(果老)가 나귀를 거꾸로 타고 손에는 한 권의 책을 들었는데 눈빛이 행간에 바로 쏟아진다. (중략) 손안의 신결(神訣)은 곧 명리정종인데 어떻게 내 말년의 *결활(契闊)을 물을 수 있을까?”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조선 시대에도 사주명리가 미술 작품에 그려질 정도로 가까웠음을 알 수 있다.

현대 생활로 들어온 이들
현대 사회에는 점을 보는 행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람들은 점을 보는 것에 익숙하다. 신문이나 잡지에는 ‘오늘의 별자리 운세’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사주·타로카페 등 점을 봐주는 카페와 같은 문화공간도 생겼다. 디지털 동영상 조사회사인 튜블러랩(Tubular lab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에서는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점성술 영상 시청이 62%p나 증가했다. 페이스북에서는 116%p, 트위터에서는 거의 300%p 가까이 증가했다. 옛날부터 자신의 미래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도에서는 점성술사들이 주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별자리 운세를 설명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대만에서도 황도 12궁이 유행해 많은 여성이 황도 12궁에 따라 결정되는 행운의 해에 맞추어 출산을 계획한다. 호랑이해인 2010년은 행운의 해는 아니었기 때문에 출산율이 여성 1인당 합계 출산율이 0.8에서 그쳤다. 2012년 용의 해는 행운의 해였다. 당해 출산율은 1.2 이상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2007년 황금돼지해 등의 운이 좋다는 해에 전년보다 약 4만 5천 명이나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났다. 이처럼 점성술이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왜 믿을까?
별자리 운세는 상당히 모호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점괘의 내용이 모호하더라도 그 안에서 자신의 특징을 찾아내 같다고 믿는다. 심리학 용어인 ‘바넘 효과(Barnum effect)’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데,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성격 특성을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믿으려는 현상을 뜻한다. 별자리 운세처럼 모두에게 해당할 수 있는 결과 속에서도 자신과 맞는 문구를 찾아 점괘가 맞아떨어진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또한 별자리 운세 결과에 따라 변화한 사람들의 성향을 조사한 논문 Good day for Leos: Horoscope’s influence on perception, cognitive performances, and creativity의 연구 결과를 보면, 별자리 운세에서 긍정적인 예측을 읽었을 때 그 사람의 인지 및 창의성 검사 결과도 더 좋아졌다고 한다. 이는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 진짜일 필요는 없다는 ‘플라시보 효과’로 설명된다. 설령 그것이 진짜가 아니더라도 운세에서 그렇게 말한 대로 믿게 되고, 그에 따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있거나 큰일을 앞두고 자신이 없을 때 사람들은 점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관련 연구로 핀란드의 심리학자 Outi Lillqvist와 Marjaana Lindeman의 논문 Belief in Astrology as Strategy For Self-Verification and Coping With negative Life-Events에 따르면 자신의 삶에 주도권을 갖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점성술에 더 끌리고 별자리 운세를 더 자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능과 같이 큰 시험을 앞둔 사람들이 그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방법으로 점을 보러 가기도 한다. 우리 학교 황석현(정외 17) 학우는 왜 점을 보러 가는가에 대한 질문에 “수능 같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미래를 모르는 상황에 처했을 때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고 좋은 대답이 나오면 안심하게 되니까 보러 가는 것”이라며 불안한 미래에 대한 위안으로 점을 보는 것에 끌린다고 답했다.

유사과학? 비판의 시선
이렇게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점성술이나 사주에 대해 과학적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16세기까지만 해도 점성술은 천문학에 큰 도움을 주는 등 과학 발전에 기여했다고 여겨졌지만, 17세기 이후 중력 등과 같은 혁신적인 과학적 발견이 이뤄졌고 인간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믿게 됐다. 그에 따라 점성술은 점차 힘을 잃었다. 논문 사이비과학과 점성술 비판에서 우석대 교양학과 김선호 교수는 “어떤 과학이론도 절대적인 확실성을 가질 수는 없다”며 “반증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점성술은 결코 논리적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점(占)은 전혀 믿을 수 없는, 사라져야만 하는 것일까?

과연 이들의 운명은?
점성술사 샘 레이놀즈는 “점성술은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깝다”고 말한다. 점을 보는 행위가 꼭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는 없지만 이미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으며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김만태 교수는 “사주와 같은 것을 ‘운명 결정이냐 자유 의지냐’, ‘미신이냐 과학이냐’의 단순 이분 논리로 접근하기보다는 불완전한 인간 삶에 대한 또 다른 의지의 표현으로 여기는 것이 사람에 대한 이해를 보다 풍부하게 해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점성술이나 사주와 같은 행위를 꼭 증명 가능해야 한다는 관점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사람이 만들어낸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는 것이 어떨까.

*결활(契闊)=삶을 위하여 애쓰고 고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