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환 기자 (lsang602@skkuw.com)
수능시험을 보기 위해 수능시험장으로 수험생들이 입장하고 있다.


숙명여고 사건 이후, 대입에 대한 불신 커져
“대입 제도, 신뢰도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지난달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시험지 유출 사건 이후, 대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해당 여고는 교무부장이 시험 문제를 쌍둥이 딸에게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진통을 앓았다. 아버지가 구속되더니 결국 쌍둥이 자매는 ‘퇴학’을 당했다. 숙명여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부모는 쌍둥이 자매의 퇴학을 주장하며 “더는 괴물이 되지 말라”고 했다.

이를 두고 대학입시제도의 구조적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의 최창영 활동가는 “공론화됐을 뿐이지, 이런 일이 더 있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만약 이렇게 빈틈이 있는 제도로, 대학입시가 판가름 난다면 불공평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가 이런 사건을 만든 것일 수도 있다”며 “공정한 과정에서 시험을 보는 정시 제도를 확대하라”고 했다. 어떤 것이 공정한 입시인가. 오랜 논쟁에 다시 한 번 불이 지펴졌다.

대학입시의 역사
교육 정책은 크게 △과외 과열방지 △학생들의 시험 부담 경감 △암기 위주 교육 개선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전개됐다. 현재 입시 제도의 근간이 되는 수능은 1994년 처음 실행 돼, 25년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자리 잡기까지 숱한 변화가 있었다.

최초의 입시 제도는 1945년 실시된 대학별 단독시험제였다. 대학이 별도의 시험으로 학생을 선별하는 제도였다. 당시에는 국가가 별도로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입학 문제가 만연했다. 결국 이런 폐단을 막고 교육의 질적 저하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입예비고사·본고사를 실시했다. 본고사 전에 대입예비고사를 보는 이 제도에서는 대입예비고사에 합격한 학생들만이 본고사를 치를 자격을 얻었다. 이후 본고사를 보고 대학에 지원하는 형식이었다. 대입예비고사·본고사는 1969년에서 1980년까지 지속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교육 열풍이 시작됐다.

사교육 열풍이 점차 거세지자 전두환 정권은 1980년 7·30교육개혁조치를 발표하며 과외와 입시 목적의 재학생 학원 수강을 금지했다. 이후, 1981년부터 본고사가 폐지되고 학력고사 시대가 열렸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고등학교의 내신 성적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지나친 암기 위주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결국 1994년부터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시작된다. 처음의 수능제도는 수능시험, 고교내신을 모두 반영했고, 대학별로 본고사와 함께 논술시험, 면접 역시 병행했다. 수능 시험이 학력평가와 달라진 점은 기존의 암기 위주의 시험 유형이 변하고, 내신 성적과 대학별 자율시험(본고사, 논술 시험, 면접)을 포함한 형태의 대입이라는 점이었다. 이후 수시 전형이 세분화되면서 현재까지 왔다. 교육과정은 교육의 질적 향상과 공정성을 추구하며 전개됐다. 

논란의 학생부종합전형, 이유는 공정성
수시제도는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논술특기자전형으로 분류된다. 논란이 되는 것은 학종이다. 학종은 2008년으로 거슬러 간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작된 입학사정관제가 학종의 전신이었다. 당시의 취지는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역에서 학생들을 평가하자”였다. 하지만 숙명여고 사건과 같은 입시 비리 사건이 지속되면서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창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활동가는 “비리를 조장하는 학종을 폐지하고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EBS에서 반영한 대입제도, 현실과 과제에서 서부원 교사 역시 “학종을 위해 학부모와 학교가 상 몰아주기 등을 통해 학종을 위한 자기소개서 스토리를 만들어 간다. 그게 정말 학생의 자질을 증명하는 것인가. 공정성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수능확대’vs‘수능축소’, 공정성의 칼날
지난 8월 17일 교육부는 수능 위주 전형의 비율을 최소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취지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및 고교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2022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은 지난 8월 발표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에 따른 것이다.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노력할 때,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비전의 수능 전형 비중 확대 안을 가장 선호했다. 교육과정보다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를 중시한 것이다.

그러나 정시 역시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좋은교사운동 김영식 대표는 “자사고와 특목고 학생들이 어떤 전형을 통해 더 많이 합격했는지 비교해 봐야한다. 수능 전형을 통해 입학한 자율고·특목고 학생의 비율은 23.8%인 반면 학종의 경우 18.7%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능 성적 상위 10%의 비율은 외고·국제고가 일반고보다 4.2배나 높게 나타났다. 김 대표는 “만약 정시 전형이 100%로 확대된다면 외고·국제고 비율이 증가해 일반고와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결국, 정시 역시 중등교육부터 특목고·자사고를 보내기 위한 과한 경쟁을 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성적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능의 경우 지역별로도 큰 차이가 있었다. 수능은 재수생에게 훨씬 유리한데 재수생 비율을 보면 강남권 학생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정시 전형이 확대될수록 서울권 그중에서도 강남권 학생의 합격 비율이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서울대는 자체 분석을 통해 정시 전형이 50% 수준으로 늘어나면 강남 합격생이 2배가량 증가하고 일반고가 급감해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는 더욱 커지며 이러한 불평등은 점점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입 논란 ··· 고등학교 교육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논란 속 대학입시의 공정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우리 학교 고장완(교육) 교수는 “대입에서의 공정성은 기회와 과정의 공정함”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입제도의 절차적 공정성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는 것이 고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현재의 논란은 대입제도와 고등학교 교육의 공정성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라며 “숙명여고 사건은 고등학교 교육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문제는 신뢰도”라며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입시 비리 사건들이 입시 제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신뢰도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정한 사회는 불평등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불평등이 적은 사회다. 불평등을 없앨 수는 없어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경제적으로 하위 계층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했다. 그는 “유럽에서 치르는 교과별 논술 시험처럼 사교육이 없어도 학교 내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풀 수 있는 시험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의 수능시험은 학생들의 배움의 질을 높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사회적 공정성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수능의 질을 개선하고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를 시행하는 등 대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