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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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매 순간은 제품과 서비스, 공간과 콘텐츠, 지식과 아이디어를 소비하는 과정으로 채워지고 있다. 현대인들의 삶은 소비자로서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을 먹고, 입고, 쓰는지 뿐만 아니라 어떤 정보를 찾고, 어디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지까지 소비의 영역에서 설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선택은 곧 그들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과 연결되어 있다. 어떠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소비자는 무엇인가를 선택하기도 하며, 반대로 어떤 제품이나 기업에 대해 거부의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이러한 선택은 개인과 기업,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모두 의미가 있다. 소비자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해나가기 위해 다양한 편익의 묶음들을 선택하여 소비한다. 이러한 선택들이 모여 소비자가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게 돕고,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인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떨까? 시장에서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현재 무엇을 원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무엇을 원할 것인지 이해하는 것은 시장에서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기업이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소비자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포착하는 능력을 갖출수록 기업의 생존 가능성은 커지고 소비자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이 모여 무엇이 지속적으로 생산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힘으로 작용하여,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사회의 자원이 배분되도록 만든다. 때로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선택과 거부가 소비생활에 관련된 정책이나 기업의 생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는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만들어 소비자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다시 기여하는 선순환적인 구조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환경적 문제에 대한 자성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생산과 소비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위한 기업과 소비자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물질적 풍요로움에 기초한 인간의 생활표준향상을 위해 생산과 소비를 끊임없이 확대해오던 것에서 벗어나, 환경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이전을 위해 요구되는 기업의 생산 패러다임 변화는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지지됨으로써 선순환적 흐름을 가질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사회 책임적 소비가 활성화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생산과 소비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되게 함으로써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소비자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에 대한 이해는 소비자 개인, 기업, 전체 사회의 상생적 관계를 이끄는 핵심이다. 더욱이 현대사회의 중심이 생산에서 소비로 이동함에 따라 소비자의 욕구를 이해하고 분석하여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는 것, 소비자들이 지속가능한 소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더 나은 소비환경과 문화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소비자학의 전문영역인 소비자의사결정, 소비자정책, 소비자정보, 소비자교육, 소비경제, 가계경제 및 재무설계뿐만 아니라 소비트렌드, 소비문화, 소비자상품, 소비자니즈분석, 소비자시장분석 영역의 중요도와 활용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람-사람, 사람-사물, 사물-사물의 초연결 사회로 진전됨에 따라 소비자의 일상생활의 많은 영역이 데이터화 되면서 소비자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의 빅데이터가 누적되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 발생부터 욕구 충족을 위한 상품의 획득, 사용, 관리, 처분의 전과정을 입체적으로 통찰하는 소비자학에 기반하여 이러한 빅데이터 이면의 의미를 해석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의 양성이 더욱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욕구와 행동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시장과 상품에 관련된 산업적 측면의 시사점을 제공하고, 사회적 측면에서는 소비자의 복지와 삶의 질을 향상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과 정책의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황혜선 소비자가족학과 교수
황혜선 교수
소비자가족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