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준현 (wnsgus0307@skkuw.com)
사진l이민형 기자 dlalsgud2014@
사진l이민형 기자 dlalsgud2014@

제21대 신동렬 총장 인터뷰

우리 학교 제21대 총장이자, 최초의 이공계 총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간단한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합니다.
건학 621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우리 학교의 총장으로 취임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와 동시에 마음 한쪽에는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임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대학 총장의 역할과 우리 사회가 대학에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책임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가 세계 명문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리딩 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수기치인의 건학이념과 인의예지의 교시를 바탕으로 신뢰와 상생의 캠퍼스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창조와 융합을 통해 '학생성공'과 미래가치 창출을 이루는 대학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 학교가 글로벌 리딩 대학으로 자리를 굳히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엇보다 학생들이 글로벌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SW 언어와 AI, 빅데이터가 사회 곳곳에 융합되어 일상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런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 학교의 모든 학생은 창의융합, 도전정신, 비평적 사고, 책임감, 소통 역량 등의 기본적인 역량은 물론이고 영어 구사력과 데이터 분석 능력, AI 활용 역량을 추가적으로 함양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졸업 후에는 자신이 활동할 분야의 문제를 전공능력과 SW 언어를 활용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할 생각입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요구하는 신산업 창출을 위해 힘쓰고,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임팩트가 큰 연구를 지향할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전공과 분야를 넘나드는 초학제간 융복합 연구를 수행하는 시스템 및 인프라를 갖춰 타 대학과 차별화되는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MOOC(온라인 공개 수업)’를 활용하는 방안을 이번 학기부터 시범 도입한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교수법의 도입 취지를 듣고 싶습니다.
총장에 취임하던 날, 한 학생이 제게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MOOC 강의 중 하나를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려는데 우리 학교 교수가 해당 과목의 콘텐츠를 알기 쉽게 부연설명 해주고, 심화학습을 돕는 강의가 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글로벌융합학부에서는 이번 학기부터 ‘인공지능 응용1’ 과목을 시범적으로 개설했습니다. 이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MOOC 강의 내용을 미리 학습해 오면 학교 수업 시간에는 학생 간의 상호토론, 교수와의 질의응답, 추가 학습이 *Flipped Class 형식으로 이뤄집니다. 지금까지의 권위적인 대학문화에서는 타 대학의 교수가 만든 콘텐츠를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다른 교수가 그 과정을 심화하는 형식의 수업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지식을 얻도록 도와주는 과정 자체가 바로 교수의 본업임을 생각할 때, 오히려 지금 도입하려는 수업 방식이 교육의 본질에 더 가까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지식습득에 도움이 된다면 기존의 틀을 깨는 어떤 형식의 수업이라도 끊임없이 도입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새 교육 키워드로 ‘학생성공’을 제시했습니다. '학생성공'의 의미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행할지 궁금합니다.
‘학생성공(Student Success)’은 단순히 잘 배우고, 취업을 잘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학생성공은 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통해 눈물과 땀과 열정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알고, 지적인 사고력을 높이며, 성찰적 인간관계를 경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하고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세계는 더 좁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 교육은 아직 학생들의 기능적 능력 신장에 치중하는 20세기형 인재양성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는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과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과거의 대학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었다면, 앞으로의 대학은 학생들이 미래의 눈으로 자신의 가치를 디자인하며 창의적인 삶을 개척하는 공간이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학교는 ‘티칭 중심에서 학습 중심의 대학(Less Teaching, More Learning)’으로 변화하고자 합니다. 여기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자기 주도성과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특히 평생학습시대에서는 모든 학생이 ‘학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Learn How To Learn)’이 중요합니다. 학생이 주도하는 학습 중심의 대학은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통찰력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불굴의 용기를 키워줄 것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개척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인(人)큐베이터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학생성공'을 위한 대학혁신 중 하나로 대학의 기업가적 혁신을 강조하셨습니다. 대학의 기업가적 혁신은 어떤 의미입니까.
대학이 사회와 동떨어진 상아탑(象牙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대학은 사회 생태계를 구성하는 전문가들의 조직입니다. 사회 생태계에서 대학은 사회가 가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학은 사회와 기업의 적극적인 파트너로서 소통하고 협업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스탠퍼드나 MIT, 독일의 칼스루에 공대와 같이 혁신의 중심이 돼 기업과 지역 사회가 함께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대의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도록 변해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빠른 추격자였지 창조적인 선도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실패하지 않을 연구, 성과에 집중하는 연구에만 매몰돼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해봐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한 용기와 검증되지 않은 길을 가는 도전정신이 필요합니다. 기업가적 혁신을 통해 우리 학교가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다시 도전하는 불굴의 DNA를 키우는 대학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성과보다는 그 과정을 바라보고, 실패도 너그럽게 용인할 수 있는 대학의 연구시스템을 새로 정비할 계획입니다.

후배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대학은 학생이 성공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 캠퍼스 문화에 이르기까지 대학의 모든 것을 혁신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학생 여러분께서도 ‘학생성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실패를 두려워 말고 다양한 도전을 하면 좋겠습니다. 책 속에서 다양한 간접 경험도 해보고, 학교에서 개최하는 여러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랍니다. 전공이 다른 학우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눠보고, 교수님들과도 허물없이 대화하며 지식과 경험을 쌓아간다면 ‘학생성공’이 먼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혼자 고민하고 공부해서는 이룰 수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활동적으로 소통할 때 이뤄진다는 것을 명심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 성균관대 학생들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그 공동체와 조직의 발전을 위해 참여하고 책임지는 성숙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성공을 위해 다 함께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