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여인들』, 김화경 / 『세계 신화 속의 여성들』, 시오노 나나미

기자명 조아라 기자 (ltree00@skku.edu)

요즘 호주제 폐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호주제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였다는 것을 대변해준다. 호주제의 폐지가 진정한 남녀평등으로 이어지기는 힘들겠지만, 하나의 밑거름이 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21세기는 과연 어떤 시대로 기록될까. 오늘날 여성의 위치를 생각해보며 역사 속 여성에 관한 책 두 권을 살펴봤다.

『르네상스의 여인들』에서는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네 여인을 만날 수 있다. 르네상스는 흔히 인간성을 되찾는 시대라고 불린다. 중세의 암흑기를 거쳐 인간 본연의 모습을 좇는 모습. 우리는 흔히 그 자유로운 모습들을 상상한다. 그러나 이 책 속 여성의 모습은 이런 자유로운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르네상스는 남성들의 시대였다. 따라서 여성들은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의 여걸로 불렸던 카테리나 스포르차도 그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으며, 다른 세 여인들도 세력다툼과 정략의 제물로 희생돼야만 했다. 괴테는 “여자를 아는 것은 곧 역사의 진실을 아는 것이다. 어떤 시대를 잘 알고 싶으면 그 시대의 여자들을 잘 조사해보라”라고 말했다. 이 책을 통해 르네상스는 어떤 시대였는지, 그리고 그 시대 속에서 여성은 어떤 삶을 살아야 했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글은 마치 자신이 르네상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 신화 속 여성의 모습을 살펴본다. 신화는 ‘오늘날 존재하는 세계에 근거를 부여해 사람들에게 삶의 모델을 제공하는 이야기’로 정의된다. 다시 말해 신화를 살펴봄으로써 현 사회의 모습과 제도의 근본을 따져볼 수 있다. 책 『세계 신화 속의 여성들』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신화를 새롭게 들춰낸다. 그동안의 신화는 지극히 남성 위주로 해석됐다. 따라서 신화 속 여성의 모습은 왜곡돼 온 것이 사실이다. 선악과를 따먹어 인류를 원죄의 길로 빠뜨리는 이브와, 호기심을 못 이겨 상자를 열고만 판도라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신화를 재해석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남성과 여성의 진정한 평등을 생각해 보게 한다. 특히 서양의 신화 뿐 아니라 한국의 신화에도 주목해 더욱 관심을 갖게 한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역사 속 여성은 결코 남성과 평등한 위치에 서있지 못했다. 여성의 시각으로 쓰여진 두 권의 책을 보며 그동안의 역사가 남성 중심으로 왜곡돼 있지는 않았는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현재 남성과 여성의 위치가 평등해지고 있는지를 되새겨본다. 역사라는 거울에 비춰 현재를 살피는 과정은 늘 오늘날 우리 삶의 본보기가 된다. 역사 속 여성의 모습을 보며 오늘, 진정한 남녀평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요즘책은
현재를 사는 우리는 물질주의적 사고에 젖은 채 갈고 닦으며 빛을 내야할 정신수양을 간과하고 있다. 이에 문제의식을 가진 몇몇 출판사가 문고본이라는 형태로 지식총서를 발간하고 있다. 특히 살림출판사는 최근 〈살림지식총서〉시리즈를 발간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시리즈는 문학·사학·철학으로 대표되는 좁은 의미의 인문학이 아니라 △사회문화 △과학 △예술 △경제 △국제관계를 아우르는 넓은 의미의 인문학을 다루고 있다.
문고본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특정한 주제를 심도있게 다루지 못하는 안타까운 점이 있지만 많은 사람이 지식의 샘을 맛볼 수 있다는데 그 발간의 의미를 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