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자전거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았다. 비록 미세먼지가 많다고 하니 걱정도 되었지만, 마음이 끌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타지 않아 먼지가 수북이 쌓인 자전거를 끌고 나오니 뭔가 설레는 기분이 든다.

설레는 건 자전거를 타는 건 설레야 한다는 내러티브 때문일까, 정말로 자전거와 설렘이라는 감정의 연관성이 있기 때문일까. 알 수는 없지만 결국 설레면 되는 것 아닐까. 설렘은 사람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어디를 가야 할까. 정해지지 않은 행선지는 더욱더 흥미로운 자전거 여행의 기본 조건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기대감이랄까.

내 삶의 알 수 없는 앞길은 어두컴컴하기만 한데 알 길 없는 자전거 여행은 밝은 핑크빛이다. 초록색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기분이 좋다가도 미세먼지 생각을 하면 어쩐지 눈도 따갑고 목에도 무언가 들어가는 느낌이다.

미세 먼지도 원효 대사가 마신 해골 물 같은 게 아닐까. 혜화초등학교를 지나쳐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자전거로 오르막길을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 평지에서는 걷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빠르던 자전거가 어째 오르막길만 가면 이렇게 쓸모없는 짐 덩어리로 변하는 걸까. 그래도 테스토스테론의 원천이라는 허벅지 근육이 발달하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를 하고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굴린다.

간신히 올라가니 ‘서울돈가스’와 ‘오박사네’가 있다. 왜 여기엔 이렇게 거대한 돈가스 기업이 두 개나 있는 걸까.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지만 찾아보기는 귀찮다. 돈가스 냄새가 풍기니 자전거 타는 건 그만두고 들어가서 돈가스나 먹고 싶어진다. 하지만 모처럼 시작한 자전거 여행을 겨우 돈가스 때문에 방해받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성북천을 가고 싶다. 성북천은 청계천과 연결된다는데 정말일까. 빠르게 페달을 굴려 성북천에 도착했다. 성북천의 마스코트 오리 가족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평소 오리를 즐겨 먹었던지라 마음속에서 양심의 삼각형이 회전하기 시작하는 것 같지만 저 오리들이 내가 오리 애식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도는 없지 않겠는가. 애써 태연한 척 오리들에게 말을 걸어본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가.” 오리들은 대답이 없다.

가끔 나는 반사실적인 세상에 대해 상상해본다. 동물들이 말을 하는 세상은 어떠할까. 물론 디즈니에서 보는 것처럼 모두가 영원히 행복한 세상은 아니겠지만 조금 더 흥미로운 세상이지 않을까. 동물권에 대한 논의도 더욱 활성화되어 있을 것 같다. 말하는 동물들이 없이도 세상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은 점점 발전하는 것 같다. 꽥꽥거리는 오리 가족과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이제 슬슬 배가 고파진다. 

다시 터덜터덜 페달을 움직여 여행을 끝낸다. 일몰을 보며 집으로 가는 길은 어쩐지 고학번으로 학교에 돌아가는 나에게 잘 어울리는 것만 같다.
 

김장환(글경제 15) 
김장환(글경제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