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산안법, 제2의 김용균 발생을 막을 수 있을까
개정된 산안법, 제2의 김용균 발생을 막을 수 있을까
  • 최인영
  • 승인 2019.03.12 15:33
  • 호수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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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주임교수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처벌 하한선 등 핵심 요소 빠져
도급금지는 충분히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 2020년부터 시행된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핵심 안건을 빠뜨렸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산안법 시행예정법령이 이전과는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지를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주임교수와 함께 알아봤다.

산안법 제2조 제2항에 중대재해를 묘사하는 단어가 위험에서 재해로 변경됐다. ‘위험’과 ‘재해’의 의미상 차이는.
위험과 재해는 다른 개념이라 함께 비교할 수 있는 용어는 아니다. 위험은 업무상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이고 재해는 위험하거나 유해한 재난 때문에 피해나 손해가 발생한 사고를 의미한다.

민법과 개정안의 도급 개념에 차이가 있어 용어 해석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관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노동문제가 발생하면 노동법과 민법에서 별개로 취급해서 일관성에 문제는 없다. 노동법에서는 도급과 파견을 구분한다. 노동법상 도급과 파견의 차이는 업무상 지시의 유무다. 완전히 독립해 일을 맡으면 도급이지만 업무상 지시를 받으면 파견인 것이다. 민법에서는 모두 도급으로 취급한다. 민법에는 파견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손해 배상 소송을 할 때는 민법을 다루게 되는데 민법에서는 노무 도급이라는 단어를 쓴다. 원청업체에서 노동자만 고용한 경우를 노무 도급이라고 부른다. 노무 도급일 경우에는 원청업체가 모든 책임을 다 지게 돼 있다. 민법상으로 따질 때는 도급 중에는 노무 도급이냐 원도급이냐를 따지므로 법리적 해석에 노동법과 민법 간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다.

제13조에 명시된 기술 또는 작업환경에 관한 표준은 법 시행과 함께 공표되나.
함께 공표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법안의 시행령을 만드는 시한이 아직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가 일을 빠르게 처리하면 빨리 만들어지는 구조다. 개정 산안법의 시행령은 언제 나올지 모르는 것이다. 늦게 나오면 시행령이 적용되지 못하는 기간 동안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빨리 만드는 편이 좋다. 만일 불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시적인 조치로 행정 명령이 내려질 수는 있다.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이 개정안에 포함되나.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은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2월 노동부에서 만든 개정안에는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이 존재했지만 11월 국무회의를 통과할 때 제외됐다. 따라서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은 명시되지 않았다. 사업주와 근로 감독관이 작업을 정지할 권리만 존재한다. 노동법을 해석하는 사람 중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사람은 제52조 제1항에 명시된 내용을 통해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이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작업을 최종적으로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은 근로 감독자와 사업주에게 있는 건 분명하다.

제55조 제3항에 명시된 심의위원회의 심의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는가.
정해지지 않았다. 보통 심의위원회는 두 가지 목적으로 열린다. 작업을 중지하기 위해 열리는 위원회와 이미 중지된 작업을 재개하기 위해 열리는 위원회다. 작업을 중지하는 심의는 굉장히 빨리 끝난다. 일반적으로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언론과 국민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 심의는 후자로 보통 한 달 정도 걸린다. 심의 위원 운영 규정이 만들어져 있지 않지만, 대부분 회사 내부에서 공휴일 제외한 25일 정도로 정하기 때문이다. 사안에 따라 심의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기한을 넘겼다고 해서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심의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져 노동자가 피해를 받는 경우 보상이 있는가.
우선 일을 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급여의 60%를 보장받는다.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민사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사례는 없다.

제58조 제1항에서 제한하는 도급의 제한에 실제 피해자 김용균 씨와 비슷한 노동자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사례가 법 개정에 제대로 담기지 못한 것 아닌가.
개정된 산안법의 가장 큰 문제다. 이 사건이 없었다면 개정안은 국회에서 상정된 체 계류되다 말았을 것이다. 김용균 사건 때문에 개정됐고 다들 개정 산안법이라고 불렀는데 정작 김용균 씨가 담당했던 일이 법에서 빠진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법을 개정 산안법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도급을 해당 작업에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하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인가.
충분히 현실적인 대안이다. 김용균 사건과 쌍둥이처럼 판박이라는 평가를 받는 구의역 스크린 청년 노동자 사망 사건이 3년 전 발생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박원순 시장이 하청업체 노동자 418명을 원청 노동자로 고용했다. 이후 직고용으로 바꾼 노동자에게 가장 크게 바뀐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비정규직일 때는 해고가 두려워서 위험하다고 말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노동자에게만 유익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스크린 도어 고장 건수가 1/5로 줄었다. 이러한 선례가 있기에 도급을 완전히 금지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하청업체 노동자를 전부 원청업체에서 고용하면 하청업체 관리자와 사장은 실직하게 되지 않냐는 의견이 있다. 관리자는 노동자를 관리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해서 정규직으로 고용할 때 똑같이 관리자로 고용된다. 실제로 서울 지하철에서 청소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바꿀 때 노동자와 관리직을 모두 똑같은 자격으로 전환했다.

*처벌 하한선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처벌 하한선을 도입하는 법이 드물지 않은가.
드문 편이다. 처벌 하한선은 법리적인 상황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으로 생기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발생하면 정부에서 하한선을 정한다. 지금까지 처벌 하한선이 도입된 경우는 대표적으로 운전기사 폭행 사건과 식품 수입 국가 표시를 위반한 사건이 있다.

물론 산안법을 개정하며 기업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긴 했다.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면 중하게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처벌 하한선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없애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산안법을 위반한 사건은 많았지만, 처벌이 이뤄진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실현까지 이어진 경우는 더욱더 없다. 정당한 처벌을 위해 처벌 하한선을 만들어야한다.

국회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계류 중이다. 감독 권한과 기업주에 대한 처벌규정 강화 법안인데 이 법안이 국회에서 고려될 가능성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많아서 고려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통과된다면 개정 산안법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법안이 만들어진다면 기업처벌법을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정 산안법 내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될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비슷한 법안이 영국의 기업살인법과 미국의 징벌적손해배상금이다. 해외 산업체가 안전사고를 보는 보편적인 관점은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는데도 법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을 지키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에 영국은 기업에 살인죄에 버금가는 처벌을 가한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노동자 한 명이 사망한 기업에 1년 매출의 250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했다. 

*처벌 하한선=일정 형량의 처벌을 받게 하는 최소한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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