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경원 (skw8663@skkuw.com)

학부대학, "'영어쓰기'와 '영어발표' 수강 안 해도 졸업 가능해"
외국인 유학생, "전용반 상실로 인한 학습권 침해 우려돼"


이번 학기부터 ‘영어쓰기’와 ‘영어발표’의 외국인 전용반이 사라진다. ‘영어쓰기’와 ‘영어발표’가 외국인 유학생의 졸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데다 두 과목을 담당하는 교원 수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전용반을 없애게 된 것이다. 일부 외국인 유학생은 영어에 대한 부담이 줄어 이를 반기면서도 외국인 유학생의 처우가 저하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드러냈다.

‘영어쓰기’와 ‘영어발표’는 학우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2005년부터 개설됐다. 성균어학원 소속 외국인 교원이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며, 학부대학에서는 신입생들을 LC나 과 단위로 직권배정해 1학기에 ‘영어쓰기’, 2학기에 ‘영어발표’를 수강하게 하고 있다. 한국인 학생은 졸업요건이 기본영어 4학점을 이수하는 것이기에 필수적으로 두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반면,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인 학생과 달리 ‘영어쓰기’와 ‘영어발표’를 수강하지 않더라도 졸업할 수 있다. 2015년부터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대영역별 통합 학점 이수제가 시행됨에 따라 교양과목을 세부영역 구분 없이 이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학점 총계만 넘도록 이수하면 되기에 기본영어 영역의 ‘영어쓰기’ 대신 의사소통 영역의 ‘발표와 토론’을 수강해도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외국인 유학생의 국제어학점 이수 의무가 사라지면서 국제어학점으로 인정되는 ‘영어쓰기’와 ‘영어발표’를 들을 필요성이 더욱 낮아졌다. 

이러한 상황에 더해 ‘영어쓰기’와 ‘영어발표’를 담당하는 성균어학원 교원 수가 감소함에 따라 학부대학은 이번 학기부터 외국인 전용반을 없앴다. 지난해 1학기 인사캠과 자과캠을 합쳐 38명이었던 외국인 교원 수가 35명으로 줄어듦에 따라 두 과목의 분반 수를 줄일 필요가 생긴 것이다. 교원 수가 3명 줄어들면서 지난해 인사캠과 자과캠을 합쳐 35개에 달한 ‘영어쓰기’의 외국인 전용반은 이번 학기에 모두 사라지게 됐다. 학부대학(학장 유홍준) 박수현 직원은 “교원 수가 줄어든 관계로 외국인 학생 전체에게 강좌를 배정하기 어렵다”며 “외국인 유학생은 ‘영어쓰기’와 ‘영어발표’를 수강하지 않더라도 졸업에 지장이 없기에 외국인 전용반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물론 외국인 유학생이 ‘영어쓰기’와 ‘영어발표’를 아예 수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학생이 빠져나간 자리에 외국인 유학생이 들어와 수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직권배정으로 이뤄져 수강신청이 어려운 두 과목의 특성상 외국인 유학생은 수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직원 역시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어집중교육 과정을 밟는 데 부담이 크기에 ‘영어쓰기’나 ‘영어발표’를 따로 수강신청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기본영어 과목 이외에도 여러 교양 강의들이 있으므로 외국인 유학생이 그것을 대신 수강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영어 과목 수강에 대한 부담이 준 것은 환영하면서도 학습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정하광(경영 18) 학우는 “유학생의 영어 실력 편차가 커서 그동안 ‘영어쓰기’와 ‘영어발표’가 도움이 안 됐다”며 “영어를 잘하는 유학생은 너무 쉽고, 못하는 학생은 강의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두 강좌가 없어진 게 오히려 잘된 일”이라며 외국인 전용반이 사라진 상황을 반겼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 최명해(경영 18) 학우는 “기존에도 직권배정된 ‘영어쓰기’와 ‘영어발표’를 수강 삭제할 수 있었다”며 “외국인 전용반이 사라진 것은 유학생이 받는 혜택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이 3년 연속 오르는 상황 속에서 선택권이 침해된 것은 부당하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학부대학은 외국인 전용반이 사라진다는 것 자체가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 직원은 “‘영어쓰기’와 ‘영어발표’ 과목에 대한 외국인 유학생의 수요가 많지 않다”며 “선택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부대학 류시원 행정실장 역시 “‘영어쓰기’와 ‘영어발표’를 수강하지 않더라도 졸업할 수 있다”며 “제도가 뒷받침된 상황에서 두 과목의 외국인 전용반이 사라진 것을 선택권 침해로 연결 지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만약 외국인 유학생의 수요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면 두 과목의 외국인 전용반을 다시 신설하겠다”며 우려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