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예승 기자 (yeseung@skkuw.com)

저작물의 영리적 거래는 불법
처벌보단 인식 변화 우선돼야


대학 사회 전반에서 교재 제본을 비롯해 △강의 녹음 및 녹음본 매매 △강의 자료 촬영 및 매매 △족보 매매 등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도 경영관 복사실을 제외한 모든 학내 복사실에서 교재 제본이 가능하다. 우리 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내용의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8년 2학기 기준으로 녹음본 매매에 관련된 글은 39건, 교안·필기본 등 강의 자료 매매와 관련된 글은 74건으로 확인됐다. 족보 매매의 경우 지난해 12월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 새에만 119건이 올라왔으며 족보게시판이 따로 존재한다.

이해완 교수(법전원)는 “저작물을 사고팔거나 무단으로 유출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교재 제본은 저작재산권의 일종인 복제권과 배포권 침해에 해당한다. 강의는 저작권법 제4조 제1항에 의해 보호받는 어문저작물이므로 녹음본 거래 또한 교강사의 저작물에 대한 복제권·배포권·공중송신권 침해가 될 수 있으며 시험 문제도 대개 저작물로서 보호받는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실제 영리 목적으로 족보 사이트를 운영하다 손해배상책임을 진 사례가 있다며 주의를 요했다.

영리 목적이 아니더라도 강의 녹음본이나 강의 자료, 족보 등의 공유 자체만으로 저작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이 교수는 “소수의 인원이 단순공유를 목적으로 공유한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30조에 따라 법적 문제가 없는 *사적 복제의 범위에 해당할 수 있지만, 그 범위 또한 법적으로 불명확하므로 법에 저촉될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해당 행위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대학 사회 전반에서 저작권 침해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는 “저작권법 관련 홍보 포스터를 배부하고, 집중단속기간을 두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학교 차원의 규제도 어려운 실정이다. 학내 복사실의 교재 제본 문제에 대해 인사캠 관리팀(팀장 이규태)은 “매 학기 초 교육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로부터 전달받은 바를 알리고 있지만, 단속권이 없어 실질적으로 단속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자과캠 관리팀(팀장 이한식) 관계자 또한 “행정적으로 규정을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학생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강의 녹음본·강의 자료·족보 매매에 대해서도 “교강사 측에서 항의가 들어온 적이 없다. 그전에 학교가 먼저 나서서 제제할 수는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와 같이 적극적인 저작물 보호가 어려워 교강사가 학우들에게 강의 자료 및 시험 문제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유출 시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일례로 우리 학교의 한 교양강의에서 수강생이 금전적 대가를 받고 시험 문제를 유출해 이에 담당 교수가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사례가 있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중고 장터, ‘*빅북 운동 등을 통해 저작권법을 지키면서 교재 구입에 대한 학우들의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빅북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상구 교수(수학)는 “저작권법 침해, 교재 불법 제본 등에 관해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참여한 빅북 운동은 유의미한 활동이었다. 학생이 무료로 다운 받아 쓰고 인쇄본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실비만 받고 보내줘 학생에게 경제적인 혜택을 줬다”며 “무료 전자교재를 통해 학생들이 사회의 혁신적인 발전에 기여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저작권 침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제도적 장치도 필수적이지만, 대학 사회 전반적으로 타인의 창작물을 쉽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만큼 이에 대한 의식 변화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사적 복제=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
*빅북 운동=저자가 저작재산권을 기부해 무료로 교재를 보급하는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