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문화』, 이희수

기자명 이철우 기자 (fecow@skku.edu)

재작년 이때쯤, 우리는 한 강대국의 처참한 상황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힘센 자에게 향하는 약한 자의 저항, 그건 바로 미국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공격이었다. 당시 세계의 모든 이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감히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9·11테러는 미국의 가치가 최선이라는 왜곡된 주장의 모순을 일거에 드러나게 하였다. 이것은 이슬람의 새로운 모습을 탐구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슬람은 어떤 곳인가. 전 세계인의 1/4을 차지하며 고대문명을 일으킨 유서 깊은 지역이다. 하지만 미국의 시각으로 일관된 그들의 모습은 늘 부정적으로 묘사되었다. 이는 서로를 이해하는데 큰 문제점으로 작용하였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낀 이슬람 전문가 12명이 펜을 들었다. 그들은 이슬람의 문화, 언어, 종교, 정치 등에 능통하다. 그리고 이슬람의 참모습을 알리자는 것에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대표 저자 이희수 씨는 이슬람과 관련한 많은 저서를 썼을 정도로 이슬람에 해박하다. 한편 최근에 쓴 책, 『이슬람 문화』(살림)는 바쁜 생활인을 위한 이슬람에 관한 짤막하면서도 핵심이 빠져있지 않은 책이다.

책은 총 14 부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9·11 테러와 이슬람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9·11의 문명사적 의미를 밝히며 시작한다. 이어 문명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이슬람을 표현해 나간다. 세계 3대 문명의 발상지로써 갖고 있는 의미는 어느 문명 못지 않다는 게 지은이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또한 이슬람 여성의 모습에 집중해 그들의 비밀을 하나씩 벗겨간다. 남성 중심의 사회가 아님을 사적 재산권을 통해 말하고 있으며 베일로 몸과 얼굴을 휘감은 ‘히잡’은 여성의 권리와 제약이 아닌, 이슬람 여성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라 한다. 한편 그들의 성인식 통과의례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세계최대의 석유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이야기, 그리고 이슬람을 움직이는 지도자들의 뒷얘기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이슬람을 파헤쳐 간다.

독자들은 은연중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에 놀라기도 할 것이다. 아랍인과 유대인의 갈등, 중동전쟁, 테러리스트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편견과 오만이었다는 사실에 발끈하게 될 것이다. 책은 확실히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는데 그 중점을 두었다. 2003년 9월 현재, 언론은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이슬람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그러한 그것에 비친 모습만이 이슬람의 전부가 아님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