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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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에 학생성공센터가 문을 열었다. 학교와 학생의 소통을 강조하며 출발한 학생성공센터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 무엇이 이 센터의 ‘성공’일까? 현재의 취업상황이나 트렌드에 대한 적응을 강조하면서 이미 정해진 성공 모델을 위한 프로그램에 학생을 적극 참여시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학생이 내 인생의 성공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되는 것이 이 센터의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

“과연 나에게 성공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대학 생활 내내 답을 찾기 위해 근본으로부터 고민하고 토론해 보기를 권유한다. 담론의 주제가 ‘5차산업혁명’으로 언제 바뀔지 모르게 빨리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트렌드에 순응, 적응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일까? 한국의 20, 30대 중에는 대학 졸업 후 앞길을 찾지 못하여 부유하고 방황하는 청년이 상당수이다. 왜 그럴까? 역량 부족이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고등학교에서 진학지도는 하지만 진로지도는 거의 하지 않으며, 하더라도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지가 아니라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고민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에 나는 주목한다. 대학은 어떠한가? 역시 취업 준비는 활발하지만 삶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은 부족하다.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한국인에게 건넨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는 조언이 그래서 아프게 가슴에 와닿는다. 현실과 트렌드를 무시하고 외면하라는 말은 아니다. 발 딛고 있는 땅의 흔들림을 어찌 무시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어디로 나아갈지 방향을 찾지 못한 채 흔들리는 땅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넘어지고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아니 기어서라도 내가 갈 방향을 향해 조금씩 나아갈 것인가, 이것이 문제이다.

이 시대 젊은이의 한결같은 ‘자존감 부족’은 바로 방향 상실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시대의 아픔을 마주 보며 정의를 위해 희생하고 대의에 복무해야 한다는 1980년대 문화 속의 청년은 ‘자존감 과잉’ 세대였다. “그렇게 살다간 인생 망쳐!”라며 부모가 탄식해도 “인생 망쳐도 좋아. 내 길을 가겠어”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 20대는 거꾸로 자존감 결여 세대이다. 자존감이 부족하다 보니 쉽게 모멸감을 느끼고, 차곡차곡 쌓인 모멸감은 혐오로 표출된다. 우리 시대의 혐오 문제 저 밑바닥에는 방향 상실감이 자리하고 있다.

철학자 매킨타이어는 인간을 ‘서사적 존재’로 보았다. 산다는 것은 스스로 자기의 서사(narrative)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인간은 그 서사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존재이다. 왜 이 일을 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가 나의 연결된 이야기 속에서 적절히 자리 잡지 못하면 허무와 불행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의 서사를 나 홀로 만들 수는 없다. 타자와 얽혀서 타자는 내 서사의 일부가 되고 나는 타자의 서사 속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런 방식으로 내가 속한 더 큰 삶의 서사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공동체의 큰 이야기 속 일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아등바등 내 서사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시대의 큰 서사는 한편 내 서사의 근본 배경을 이루면서 다른 한편 내 서사의 폭을 한정 짓는 벽으로 다가온다. 시대는 반서사성(反敍事性)을 가지며 개인의 서사성(敍事性)과 대립한다.

시대의 큰 서사를 긍정의 방패로 끌어안기만 해서는 진정한 성공에 이를 수 없다. “서서히 사라지는 것보다는 보다는 불타버리는 것이 낫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그룹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처럼, 부러질지언정 강력한 부정의 창으로 맞서는 것도 현명한 길은 아닐 것이다. 큰 이야기에 휩쓸리지 않고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최대한 내 삶의 이야기를 써나가야 한다. 내 서사를 써나가는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삶의 나침반을 마련해야 한다. “내 삶의 진정한 성공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인간으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지는 학생들이 학생성공센터로 몰려들기를 희망해본다.
 

박정하 학부대학 교수교양기초교육연구소장
박정하 학부대학 교수
교양기초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