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2박 3일의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새내기 새로배움터(이하 ‘새터’)가 진행이 되었다.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인 새터는 중고등학교 수학여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본인은 물론 부모님에게도 여러 가지 걱정거리가 많았을 것이다. ‘술’과 ‘선배’의 조합은 새내기에게 ‘꼰대’ 및 ‘강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두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공동체 윤리’이다. 새터 문화가 MT, 뒤풀이 등의 대학 생활 술자리 문화를 결정 짓고, 향후 사회생활 전반의 술자리 문화를 지배한다. 이것이 공동체 윤리가 더욱이 중요한 이유이다.

공동체 윤리는 사회과학대학 새터의 고유한 문화로, 어울림을 진행하기 전 조별로 토의하여 작성하는 것이다. 공동체 윤리 전신은 1990년대 대학가의 ‘반성폭력 내규’로, 사회과학대학 소속의 한국정치학회와 정치경제학회가 이를 계승하였고, 사회과학대학 새터에도 정착되었다. 사실 작년에도 공동체 윤리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흐지부지하게 진행이 되었다. 다들 빨리 어울림을 진행하고 싶었기 때문에 공동체 윤리의 목적을 살리지 못했고 유명무실했던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새터는 공동체 윤리를 작성하는 목적을 상기한 체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진행하였다. 특히, 공동체 윤리를 단순히 작성하는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조항 하나하나를 작성하기 위해 조원들과 깊은 얘기를 진지하게 나누었다. 토의 자체는 재학생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새내기들도 진지하게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다. 작성한 공동체 윤리는 조별 방문에 붙여 놓기 때문에 새터 내내 계속해서 공동체 윤리를 되새길 수 있다.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체 윤리 조항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1. 공동체 윤리를 희화화하지 않는다. 2. 자신의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한다. 3. 타인의 의견을 묵살하지 않고, 의사 표현을 존중한다. 4. 술을 강권하지 않고, 소수자 비하 발언 혹은 혐오 표현을 하지 않는다. 5. 남녀의 휴식 공간을 분리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1번이다. 사실 나 역시 작년에는 공동체 윤리가 당연하고 뻔한 소리를 늘어놓는 것에 불과하다고 우습게 여겼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당연한 것을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한 것을 공동체 윤리로 명문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공동체 윤리가 희화화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조항들 역시 중요하다. 2번과 3번을 명시함으로써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어울림을 원치 않으면 쉴 수 있도록, 술을 거부할 수 있도록, 불편한 표현에 반발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는 4번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이 소수자 비하 발언이나 혐오 표현을 하지 않도록 명시한 내용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동체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5번은 반성폭력을 위한 것으로,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렇듯 공동체 윤리는 당연한 것을 명문화함으로써 ‘같이’ 사는 가치,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누군가는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동체 윤리는 꼰대 문화를 청산하고 반성폭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첫걸음이다. 새터에서의 공동체 윤리가 향후 새내기가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더욱 체계화되고 발전되기를 바란다.

윤승희(행정 18)
윤승희(행정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