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빈 기자 (csubingood@skkuw.com)

어렵고 지루한 검증 과정 없어 속기 쉬워
강 교수, “유사과학에 속지 않으려는 적극적 태도 필요해”

유사과학은 과학이라는 포장지에 싸여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준다. 기업은 이를 마케팅에 이용해 제품을 판매하고,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면서 수많은 사람에게 잘못된 상식이 전달됐다. 사람들이 유사과학을 쉽게 믿는 이유와 유사과학을 대할 때 필요한 자세를 알아보자.

'수소수를 마시면 건강해진다'는 유사과학을 활용한 광고이다.
'수소수를 마시면 건강해진다'는 유사과학을 활용한 광고이다.
ⓒ 네이버 블로그 제공

유사과학의 확산
기업에서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유사과학을 활용하기도 한다. 음이온 팔찌를 착용하거나 수소수를 마시면 건강해진다는 것은 유사과학을 이용한 마케팅이다. 기업은 와셋(WASET)이나 오믹스(OMICS) 같은 가짜 학술지 논문 게재 실적을 앞세워 실제로는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을 홍보하고 허위·과장 광고를 한다.

유사과학이 퍼지는 데에는 언론도 큰 역할을 한다. 그동안 TV 프로그램에서는 유사과학을 소재로 하여 미스터리를 밝힌다는 흥미 위주의 방송을 방영했으며, 신문에서는 건강증진 및 실생활과 관련이 높은 기능수, 은나노, 음이온 등을 다뤘다. 이에 인천대 신소재공학과 이한보람 교수는 “언론에는 과학 전공자가 아닌 기자가 많고 과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가 많지 않다”며 “이들이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기사에 옮겨 적어서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퍼져나간다”고 말했다. 또한 과학에 대한 언론 보도 지침 역시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사과학에 대한 아무런 제재가 없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게 된다.

이렇게 유사과학이 확산되면 개인과 사회에게 사회경제적 손실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신체적 피해를 끼치고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유사과학을 믿는 이유 
유사과학은 과학의 본성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실험 등과 같은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방법론적 특성 때문에 대중은 유사과학을 쉽게 믿는다. 또한 유사과학은 신비하고 놀라운 것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종종 정서적 측면에 호소함으로써 대중적인 인기를 끈다. 과학의 어렵고 지루한 검증 과정이 사라지면서 일반 대중은 유사과학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이에 이 교수는 “유사과학은 그럴싸하게 과학으로 포장이 되었기 때문에 과학에 대한 지식이 떨어지는 사람은 이를 쉽게 믿는다. 유사과학이 마케팅에 활용될 경우에는 건강이나 돈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사람의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강호정 교수는 “현대인들은 중세의 종교처럼 과학적인 증거를 신격화한다. 본인이 봤을 때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해도 과학자가 이야기했다고 하면 바로 믿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사과학을 믿는 심리적인 이유로는 확증 편향과 바넘 효과가 있다. 확증 편향은 원래 자신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을 확인하려는 경향이다. 혈액형 인류학을 예로 들면, 혈액형별로 성격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에 해당하는 모습만을 주로 찾게 된다. A형인 사람을 만났을 때 그의 소심한 부분만을 찾는 것이다. 또한 바넘 효과는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것을 보고 있는데 이를 자신만의 독특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현상은 두 개의 무관한 사건을 서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관적 검증’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A형인 사람이 소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 ‘성격이 소심하다’라는 것은 대단히 주관적인 판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구에게나 소심한 측면이 있는데 자기가 유독 소심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바넘 효과라고 하고, 여기에 ‘당신이 A형이라서 소심한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 주관적 검증이다.

유사과학을 대할 때 필요한 자세 
언론의 핵심 윤리는 ‘진실성’이다. 기자는 기사 내용이 명백하게 사실임을 확인하고 작성해야 한다. 그러므로 과학 연구에 관련된 보도를 할 때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지, 그것에 대해 과학자 간의 논의가 많이 돼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보도해야 한다. 더불어 언론은 과학적인 전문성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에 강 교수는 “방송국이나 신문사에 과학 정보만을 다루는 부서가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과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자가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과학 연구에 관련된 보도의 1차 출처는 연구 논문이므로 기사에서 중요한 내용을 논문의 원문이 게재된 링크와 함께 제공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소비자 역시 기본적인 과학 지식을 쌓아야 유사과학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강 교수는 “전반적으로 소비자는 과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고, 문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며, 적극적으로 유사과학에 속지 않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가 유사과학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퍼트릴 경우,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 교수는 “소비자는 확실하게 검증된 전문가의 말을 신뢰해야 한다. 유사과학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주변 이웃에게 물어보기보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문가인 의사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과학 기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그 기사의 근거로 어느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을 인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구자가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기 전 미리 언론에 자신의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유사과학임을 의심해 봐야 한다.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할 경우에는 논문의 타당성을 관련 전문가에게 위촉하여 검토한 후 통과가 돼야 게재가 된다. 그러나 이런 과정 없이 언론을 통해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경우는 동료 평가와 학술지의 검토를 통과할 자신이 없는 경우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유사과학을 이용한 마케팅에 대해 강 교수는 “만약 제품이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일반적인 판매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다단계나 피라미드 판매 같은 방법으로 제품을 판매한다면 유사과학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