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유사과학, 우리 중에 스파이가 있어!
과학과 유사과학, 우리 중에 스파이가 있어!
  • 김원구
  • 승인 2019.03.24 23:32
  • 호수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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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시험·재현·반증할 수 있어야 과학·학문변천사나 연구 집단 반응도 따져야 해 
김 교수, “유사과학은 보편성 없고 명확한 실험 결과도 없어”

과학의 조건

한때, 각각 좋은 말과 나쁜 말을 해주며 키운 양파들의 생장 결과를 비교한 영상이 SNS에 떠돌았다. 좋은 말을 해주며 키운 양파는 단단하게 잘 자란 반면 나쁜 말을 들은 양파는 무르고 잘 자라지 못했다. 이 영상에서는 말의 힘이 생물의 생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양파뿐만 아니라 물, 밥, 포도주 등 유사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는 유사과학이다. 유사과학 또는 사이비 과학은 이론 및 연구 등에서 연구자는 과학이라고 주장하지만, 과학의 요건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을 갖추지 않은 비(非)과학을 말한다. 김범준(물리) 교수는 “유사과학은 과학처럼 보이지만 전혀 과학이 아닌 것들”이라며 “과학처럼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속이기 쉽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학’이란 무엇일까? 과학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의 구조·성질·법칙 등을 관찰 가능한 방법으로 얻은 이론적 지식 체계다. 김 교수는 “객관성과 보편성이 현대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과학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이는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결과를 얻었다면, 어느 누가 같은 실험을 해도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재현 가능성도 내포한다.

이에 더해 과학적 방법론이란 물리학의 실험 모델을 바탕으로 한다. 서울대 철학과 천현득 교수는 “물리학 모델은 환원주의에 기초하는데, 여러 현상을 기본 단위로 나누고 수학적으로 공식화하고 모형화해 상호작용을 설명한다”고 말했다.

한편, 20세기 철학자 칼 포퍼는 과학은 반증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의 귀납주의적 과학철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단 한 번의 반례만을 찾으면 된다는 반증주의를 과학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반증주의는 경험적으로 시험할 수 있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천 교수는 “과학과 비과학은 대체로 시험 가능성을 통해 구분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증주의도 과학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기에 그는 “최근 과학철학자들은 과학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학문의 변천사나 연구 공동체의 반응을 함께 고려해야 함을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의 유사과학
점성술과 연금술은 대표적 유사과학이다. 점성술은 천체의 위치와 천체 간 상호관계를 통해 개인의 운명이나 국가적 사건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는 술법 또는 믿음이다. 점성술에서는 특정 별자리의 영향 아래 사람이 태어나거나 사건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 하늘에는 오직 그 별자리만 있는 것이 아니며, 별자리 자체도 수 광년부터 수십 광년까지 떨어진 별들의 관련 없는 조합이다. 이들의 연관성은 그저 지구에서 그 별들이 같은 위치로 보인다는 이유뿐이다. 천 교수는 “점성술은 전형적인 비과학”이라고 일축했다. 점성술은 실험하기도, 증명하기도 어렵다. 반증주의 관점으로 보면, 예측이 어디서 틀렸는지 알 수 없다. 또한, 천 교수는 “과학적 태도는 대담한 예측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예측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는 “예측은 틀릴 위험을 감수하는데, 과학은 대체로 이러한 특징을 보인다”고 말하며 “물론 점성술사도 결과를 예측하지만, 대담한 예측은 없다”고 말했다. 과학자는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면 가설이 틀렸음을 인정하지만, 점성술사는 자신의 주장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변수를 찾아 예측을 정당화한다.

연금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에 근거해 구리나 납 등의 금속을 황금으로 바꾸려고 한 행위다. 연금술사들은 원소를 적당한 비율로 결합하면 한 물질이 다른 물질로 바뀌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금속을 황금으로 바꾸는 촉매인 ‘현자의 돌’처럼, 신비주의에 물든 연금술은 17세기에 들어서 질량 보존의 법칙 등 근대 화학이 체계화되며 쇠퇴했다.

유사과학은 인류 역사에 엄청난 비극을 남기기도 했다. 골상학은 두개골의 크기와 형태로 그 사람의 특성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던 학문이다. 프랑스 해부학자 프란츠 조셉 갈은 심리적 특성들이 대뇌 표면에 일정하게 나뉘어 자리 잡고 있으며, 각 부위의 크기는 그곳에 있는 심리적 기능의 발달에 따라 커지는데, 이를 통해 지능이나 심리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심층 연구를 통해 머리의 크기나 모양은 지능과 관련 없다고 밝혀졌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우생학과 같은 학문에 그대로 녹아들어 인종을 구분 짓고 차별하는 사상에 영향을 줬다.

19세기 영국의 유전학자 프랜시스 골턴은 우생학을 창시했다. 우생학은 열등한 유전자의 번식을 억제하고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만 자손을 낳게 하며 인종 개량을 목표했다. 통계학의 회귀분석 개념을 정립하기도 한 골턴은 통계 조사를 통해 유전자가 인간의 능력을 결정한다고 말하며, 사촌인 다윈의 진화론을 더해 우생학을 제창했다. 유전학이 체계화되지 못했던 시절, 유전학인 양 행세했던 우생학은 홀로코스트를 일으켰고, 20세기 중후반까지도 장애인이나 동성애자의 강제 불임시술이 자행됐던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유전학이 발달하며, 유전적 차이에 따른 서열화와 유전자 결정론은 부정됐다.

유사과학의 현주소
유사과학은 과거부터 발생과 타파를 반복해왔고 지금도 존재한다. 오늘날의 대표적인 유사과학은 혈액형 인류학이다. 20세기 초 ABO형 혈액형이 정립됐는데, 우생학에 영향받아 혈액형에 따라 인간의 기질이 결정된다는 이론이 퍼져나갔다. 그러나 혈액형은 적혈구의 표면에 붙어있는 당의 종류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는 성격을 결정짓는 어떤 특성과도 관련이 없다. 천 교수는 “혈액형 인류학은 몇 해 전 한국심리학회의 실험을 통해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밝혀졌다”며 혈액형 인류학이 거짓임을 밝혔다. 김 교수 또한 “혈액형 인류학은 단 한 번도 과학인 적이 없었다”고 과학자 공동체의 반응을 보여줬다.

한편, 혈액형 인류학은 그저 심심풀이로 떠돌 뿐 사회경제적으로 거의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피해를 주는 유사과학도 존재한다. 대표적 예가 음이온과 저마늄이다. 음이온의 효과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음이온이 세포의 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중성화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음이온이 노화 예방에 좋다는 속설로 제품화한다. 하지만 음이온은 그저 원자가 이온화된 상태다. 음이온은 상온에서 매우 불안정해 순식간에 양이온과 결합해 분자가 된다. 또한, 음이온은 어느 물질에나 들어있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입자를 지칭하지 못하고 음이온으로 뭉뚱그려서 말하는 것도 음이온 효과가 거짓임을 방증한다.

이와 비슷한 예가 저마늄이다. 많은 광고에서 저마늄 팔찌가 혈액순환에 도움 된다고 말한다. 사실, 저마늄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소인데, 저마늄 팔찌의 효과를 말하는 이들은 전류와 혈류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실제로 반도체 두 개를 붙인 다이오드에서는 전류가 한쪽으로만 흐르는 ‘정류작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저마늄 팔찌도 정류작용으로 혈류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류의 정류작용이 혈류에 적용되는 데에는 엄청난 비약이 있다. 김 교수는 “이것은 객관성이나 보편성이 없을 뿐 아니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명확한 실험 결과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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