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채홍 기자 (dlcoghd231@gmail.com)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의 말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의 말(왼쪽 사진)과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도박 아닌 아이들과의 나들이 장소
모두 하나 되는 찰나의 순간

우리나라에서는 경마가 합법적 사행산업 전체에서 총매출액 기준 약 35.9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경마는 ‘한국마사회’라는 국가기관이 관리하는 사업으로, ‘한국마사회’ 이외의 다른 곳에서 주최하는 경마 경기는 모두 불법에 속한다. 현재 △서울(과천) △제주 △부산경남 총 3지점의 경마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3곳의 경마장 외에 수도권 22개소, 지방 7개소 총 29개소의 경마 중계소에서 마권 판매와 경마 중계를 하고 있다. 기자는 과천에 소재한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경마장의 분위기를 체험해보기로 했다.

지난 9일 토요일, 경마공원역으로 향했다. 경마장은 경마 경기가 있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운영한다. 역 출입구로 나오는 사람 모두가 한 방향으로 향했다. 가기 전 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일이 무색하게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많았다. 정보지와 컴퓨터용 사인펜 하나를 손에 들고 경마장에 들어가니 곧 경기가 있을 말을 보여주는 곳이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이 말을 구경하기도 하고, 다음 경기 때 어떤 말에 돈을 걸지를 판단하는 일명 ‘꾼’은 유심히 말을 보고 전광판에 중계되는 베팅 현황을 보며 신중히 고민하고 있었다. 한 꼬마의 아버지께서 기자에게 “이거 어떻게 하는지 아냐”라며 경마 베팅 방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경마’가 목적이 아닌,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온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베팅을 해보기 위해 경마장에서 시행하는 초보자 교육을 받으러 가기로 했다. 15분 정도의 짧은 교육 시간 동안 베팅 방법, 종류, 앱 사용법 등을 알려준다. 마권은 △계좌발매기 △마이카드 앱 △유인창구 △자율발매기로 구매할 수 있는데, 중독을 막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100원부터 10만원까지 한 번에 베팅할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다. 베팅 종류는 총 6가지가 있다. △1등으로 도착할 말 1두를 적중시키는 단승식 △1등~3등 안에 들어올 말 1두를 적중시키는 연승식 △1등~3등 안에 들어올 말 2두를 순서에 상관없이 적중시키는 복연승식 △1등과 2등으로 들어올 말 2두를 순서에 상관없이 적중시키는 복승식 △1등과 2등으로 들어올 말 2두를 순서대로 적중시키는 쌍승식 △1등, 2등 및 3등으로 들어올 말 3두를 순서에 상관없이 적중시키는 쌍복승식이 있다. 교육을 맡은 직원은 초보자에게는 이 중 가장 확률이 높은 복승식을 추천한다고 했다. 

기자는 앱을 사용해 경마 베팅에 참여했다. 1층에 앱 사용자를 위한 구역이 따로 마련돼 있어 그곳에서 경마 경기를 관람했다. 경기 전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출전마를 관찰하면서 어떤 말이 가장 빨리 달릴지를 예측했다. 정보지에는 출전마의 훈련 결과, 이전 경기 성적 등의 정보가 매우 많았는데, 정보지별로 1등마를 예측하지만 그리 맞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경기 직전 보여주는 말의 상태를 보고 가장 상태가 좋아 보이는 말을 판단하는 것이 더 좋을 듯했다. 경기장에 들어가니 위층 건물 밖으로 사람이 빼곡했다. 다들 2분 남짓한 매우 짧은 시간에 달리는 말을 보면서 자신이 베팅한 말을 목청껏 응원했다. 수많은 사람이 한 곳만을 바라본다는 것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경마장을 빠져나왔다. 비록 승리마를 적중시키지는 못했지만, 경마장의 활기찬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다음번에는 경마 구경만 하러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