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유흥과 타락 사이 외줄타기
도박, 유흥과 타락 사이 외줄타기
  • 이채홍 기자
  • 승인 2019.03.25 00:03
  • 호수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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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문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도박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노력 필요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노는 인간’ 혹은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인간의 특징으로 ‘놀이’라는 것을 꼽을 정도로 우리는 놀이에 익숙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놀이에 돈을 걸고 내기를 하기 시작했다. 거는 금액의 액수가 커지고, 불법적으로 판을 벌였던 사건들이 종종 뉴스를 장식했다. 이러한 도박은 하지 말아야 하는 금기에 불과한 것일까? 

언제부터 했나요?
우리나라 도박의 시초는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 개로왕 시절에 고구려의 간첩승 도림이 개로왕과 바둑을 두며 국사를 돌보지 않게 하여 백제를 망쳤다고 한다. 고려 시대에는 스포츠 게임인 격구가 유행했다. 격구는 말 위에서 긴 장대를 가지고 공을 골대로 넣는 경기다. 왕이 직접 경기를 하기도 하고 신하에게 격구경기를 하도록 한 후, 이를 관람하기도 했다. 지금의 경마와 같이 중독성 강한 스포츠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역사 민족학자 유승훈의 책 『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에 노름이 크게 발달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이앙법 덕에 생산이 증대되고 화폐경제가 도래했던 배경과 맞물려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가 성장했지만, 아직 마땅한 여가거리가 없었던 조선 후기의 과도기적인 현상의 하나로 노름이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시대의 예술작품에서도 이러한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조선 초기의 한문 소설인 『만복사저포기』를 보면, 주인공이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고 싶은 마음에 저포놀이로 부처님과 내기를 한다. 저포(樗蒲)는 윷놀이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당시 사람들이 윷놀이 내기를 즐겼음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의 풍속화인 국보 제135호 <혜원풍속화전>의 <쌍륙삼매(雙六三昧)>에는 두 쌍의 남녀가 야외에서 풍류를 즐기다가 쌍륙을 두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동시대의 풍속화가인 기산 김준근의 <쌍륙 치는 모습>에서도 기생과 양반으로 보이는 두 쌍의 인물이 소매를 걷어 올리고 쌍륙판에 집중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쌍륙은 두 사람 또는 두 편이 15개씩 말을 가지고 2개의 주사위를 굴려 사위대로 판 위에 말을 써서 먼저 나가면 이기는 놀이인데 조선 시대 노름에 주로 사용된 게임이다. 이러한 풍속화를 통해 조선 시대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쌍륙 게임을 통한 도박을 즐겼음을 알 수 있다.

1894년 오스트리아 여행가 헤세 바르텍은 그의 책 『조선 1894년 여름』에서 “(조선에서는) 많은 사람이 노름을 하면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며 주로 투전, 장기, 골패를 가지고 도박을 하지만 연날리기, 석전을 가지고도 한다”고 묘사했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명절에 윷놀이나 화투 등의 놀이를 즐긴다. 이는 도박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서민 대중의 건전한 놀이문화로 내려오고 있다. 

왼쪽부터 혜원 신윤복의 혜원풍속화전 중 쌍륙삼매, 기산 김준근의 쌍륙 치는 모습.
혜원 신윤복의 〈혜원풍속화전〉 중 〈쌍륙삼매(雙六三昧)〉

다양한 문화권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도박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1600년 이집트에는 타우(Tau)·세나트(Senat)라는 도박이 있었다. 고대 로마 유적을 발굴해보면 *주랑과 건물 등지에 주사위 놀이판이 새겨져 있다. 언제 어디서든 주사위 놀이를 쉽게 즐길 수 있게 해 둔 것이다. 심지어 로마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평일과 휴일에 관계없이 주사위 놀이를 광적으로 즐겼다고 전해진다. 복권도 그에게서 유래됐는데, 그가 연회에서 티켓에 일련번호를 표시해 참가자들에게 나눠 주고 추첨을 해서 노예, 유람선, 저택 등의 선물을 베푼 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처럼 옛날부터 도박은 한 나라의 왕도 빠져드는 놀이였다. 성서에는 제비뽑기했다는 기록이 있고, 아메리카 대륙의 원시벽화에는 도박하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동양에서는 도박에 쓰이는 주사위가 고대 인도에서 발상했다고 하며, 바둑은 요(堯)·순(舜) 이래로 전해 올 만큼 역사가 오래됐다. 그러나 원래 주사위나 제비뽑기 등의 도구는 고대에 주로 주술적 용도로 사용됐다. 책 『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에 따르면 “점복을 통하여 다가올 미래를 예견하고자 하는 속성에 그 결과를 가지고 승패를 정하는 ‘놀이’의 성격을 더한 것”이라며 점차 의례와 점술의 성격을 벗어나 놀이와 도박의 영역이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게임? 도박? 그것이 문제로다
유럽에서는 스포츠 중에서, 특히 축구가 인기를 끈다. 동시에 축구와 같은 스포츠 게임에 돈을 거는 문화도 발전했다. 스포츠에 어떻게 ‘도박’이 들어가게 된 것일까. 송해룡(미디어) 교수는 이에 대해 “특정한 집단의 정체성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 스포츠로 발전했다”며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스포츠가 직업으로 변화하고 미디어가 결합하면서 기존의 모습을 뛰어넘는 사행 문화로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스포츠뿐 아니라, 도박 자체로 수익을 내는 ‘카지노’도 생겨났다.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로 유명한 대표적 도시다. 라스베이거스는 1905년 이곳에 철도회사가 설립되면서 생겨났다. 1910년까지만 해도 약 1000여명밖에 살지 않던 작은 도시였으나 1931년 미국 정부가 도시의 성장을 위해 카지노 사업을 허용하면서 환락의 도시로 성장했다. 국가가 도시의 성장을 위해 사행산업을 허가한 것이다. 이후 마카오, 싱가포르 등지에도 카지노가 등장했다.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카지노 사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도 1967년 국내 최초로 인천 올림포스호텔 카지노가 개장했다. 이후 현재 우리나라에는 16개의 외국인 출입 전용 카지노와 1개의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순수익은 1조 2702억 원,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의 수는 2017년 기준으로 221만 6000명,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 순수익은 연간 1조 5230억 원으로 카지노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카지노 사업은 세계적으로 호텔, 쇼핑센터나 워터파크 등의 복합문화시설로 발전해 나가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카지노가 주 수익원이다. 대구가톨릭대 관광경영학과 조광익 교수는 “외국은 카지노와 다른 시설을 모두 한 회사가 관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외국인 전용 카지노 대부분은 호텔에 카지노 회사가 임대하여 이뤄지는 구조”라며 “우리나라는 한 회사가 시설 전체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카지노 수입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카지노 수익이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복합 리조트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마음 편히 즐길 수는 없나요?
이익이 된다고는 하지만, 이와 관련한 불법 토토나 불법 경마, 불법 도박장과 같은 사회 문제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국가에서는 법적으로 베팅 상한선을 정하는 등의 규제를 강화하고, 사행산업의 각 사업장에서도 중독관리센터를 둬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송 교수는 “체험적 행위를 많이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다 보니 모니터로 즐길 수밖에 없게 돼 돈을 거는 행위로 게임을 즐기려 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런데 이렇게 사행산업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합법인 각종 사행산업도 국가가 주관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또한 카지노 사업은 하나의 복합문화사업으로 국가 관광산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며 성장해나가는 추세다. 조 교수는 “법적으로 베팅 상한선을 낮추고 자율성을 보장하면 도박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고 건전한 여가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행산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행 문화를 무작정 막기만 할 것이 아니라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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