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비판적 지성』, 천 꽝싱

기자명 이철우 기자 (fecow@skku.edu)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은 예부터 동방의 삼국이라 해 사상과 문화를 공유한 동북아의 중축이다. 비록 그것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비롯했지만 자본의 논리로 통하는 현재는 경제를 누가 움켜쥐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한·중·일’은 새로운 판도를 구축하고 있다. 새로움은 항상 위험성을 내재하는데 과거와 현재로부터 도출된 지혜는 미래상에 견제역할을 담당해낸다. 신간 『동아시아의 비판적 지성』에서는 중국, 일본, 대만의 지성들이 새로운 동아시아 방향성을 제시한다.

탈냉전기 이후 자본주의가 전기주화된 결과로 이제는 어떤 지역이든 그 지역문화의 운전(運轉)에 대해 전면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전 지구적 차원에서 상호 대비와 토론이 필요해진 것이다(S. Hall)

다음은 기획자 이욱연(서강대 중국문화) 교수와의 일문일답.

■ 기존 동아시아담론과의 차별성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동아시아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갗에 초점을 두었다. 기존의 담론이 국가의 이익을 담보하는 도구로서 제기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각 사회에서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는데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 중국의 민족주의와 신자유주의가 결합한 새로운 지배이데올로기가 형성되는 시점에서 미래를 위한 새로운 담론이 필요했다.  

■ 필진 선정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현실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의 주류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지식인을 찾으려 노력했다. 2차세계대전은 동아시아가 서구의 영향속에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던 전환점이다. 필진은 모두 전후시대를 살아온 비판적 지성으로서 국내외에 소개된 바 있는 이들이다.

■ 논문을 주로 싣고 있어 다소 어려울 것 같은데
모든 학문이 그렇겠지만 특히 미래를 논하는 작업이란 지식인에게서 나온것일지라도 그것이 대중에게 소화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껏 우리가 걸어온 역사의 발자취, 문화의 양상, 사상의 흐름을 읽어내고 미래를 관망해야 하니 난해할 따름이다. 이 씨리즈에 실린 책들 역시 이를 바탕으로 한 논문임을 감안해 지적 편력과 대담을 넣었다. 저자들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사상을 끌어온 자전형식의 지적편력과 씨리즈 기획자와의 대담은 책의 난이도를 낮추려 애쓴 흔적이다.

■ 번역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한·중·일 모두가 한자를 바탕으로 한 언어라는 점에서 번역상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한 용어에 대한 개념의 이해가 삼국이 서로 달라 그것을 어떻게 자국의 언어로 풀어내느냐가 문제의 봉착점이었다. 가령, 내셔널리즘이란 용어를 두고 중국에서는 민족주의로서의 의미가 강하고 일본에서는 국가주의로 그리고 한국에서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로 해석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었다. 이는 서구에서 유입된 개념을 자국이 생각해온 것과 연결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삼국의 상이한 개념을 정리한 사전을 만들고 싶다.

■ 한국 학자들이 필진으로 참여하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물론 동아시아에 대한 담론은 진행되어 왔다. △유교자본주의 △아시아경제협력체 △한자문화권에 대한 얘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동아시아 연대라는 미래의 틀을 위해 타국에서 발신하는 동아시아론을 검토, 우리와 상대적 위치에 두어 우리의 사고를 재고하는 계기가 되고자 했다.

■ 이 시리즈물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동아시아에 대한 우리만의 비판적 시각을 갖춰 나가야겠다. 특히 동아시아 평화의 귀결과 맞닿아 있는 남북문제는 동아시아의 판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연결된다. 또한 남북문제가 남과 북, 양자간의 문제가 아닌 동아시아적 차원에서 역학적으로 풀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