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주변부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상’한 몸을 가진 ‘장애여성’들의 이야기다. ‘장애’가 ‘나’의 삶을 수식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나’의 정체성이 되고, 삶의 한 맥락이 되도록 장애 여성이 아닌 ‘장애여성’이라고 명명한다. 한글 맞춤법 검사기에도 빨간 밑줄이 그어지는 이 장애여성이라는 단어는 한편으로, 이 사회에서 장애여성이라는 존재와 그 정체성이 얼마나 비가시화되고 배제되며 사회의 주변부에 머무는 존재로서 설정되어 왔는지 드러내는 것만 같다.

장애여성이 이 사회의 이반, 그리고 타자로 설정되면서 그들의 삶은 쉽게 재단 당하기 일쑤다. 미디어에서 이들의 삶은 비장애인의 희망찬 내일을 응원하는 ‘영감 포르노’가 되고, 일상에서 이들의 몸은 ‘동정’ 혹은 ‘이질감’의 대상이 되고, 이들의 삶은 ‘보편’과 ‘특수’라는 이분법 아래 재단된다. 그들의 삶은 사회 구성원의 보편적인 경험, 감정을 공유함과 동시에 ‘장애’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특수성을 띤다. 권력의 시선 아래, 가부장제가 여성을 성녀ㆍ창녀의 이분법으로 나누어왔듯, 양성규범 아래 트랜스젠더를 부역ㆍ횡단의 이분법으로 나누어왔듯, 비장애인 중심 사회 아래 그들의 삶을 보편ㆍ특수로 간편하게 구분해왔던 것은 아닐까? 장애여성 개인의 삶의 맥락을 모두 지워버린 채, 사회는 그들의 삶과 경험과 감정과 몸을 평가하고 판단해온 것은 아닐까?

의료과학이라는 학문과 지성 아래, ‘건강’이라는 정상 규범 아래, 우리 사회는 신체의 손상을 장애로 규정하고 동시에 장애를 불행으로 간주했다. 우리 신체가 예측 가능한 것으로 여겨짐으로써, 시간이 흐를수록 진화하는 장애와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신체는 다시 한번 비정상의 범주로 귀속되며 장애라는 정체성과 장애인의 삶의 맥락은 삭제된다. 그러나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장애여성들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고통도, 신체도 받아들이며 기꺼이 ‘몸의 정치’를 드러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더불어 장애남성을 향한 사회적 시선이 장애여성의 그것과는 많이 다름을, 장애인이면서 동시에 여성이기에 수많은 시선 아래 재단되어 ‘등급’ 매겨지고 장애인권운동 내부에서도 여성이기에 배제되어야 했음을 밝힌다. 동시에 이러한 배경 아래 장애여성과 비장애여성은 여성이라는 공통의 맥락, 동시에 교차성이라는 가능성 아래 서로 ‘연대’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들의 몸과 경험은 어쩌면 ‘이상’하고, ‘이상’해서, ‘이상’하기에 우리 사회는 이들을 계속 배제하고 통제하고 경계 밖으로 밀어 넣으려고 한다. 그럴수록 이들의 존재와 삶 그 자체가, 그들의 운동-움직임, 그리고 목소리- 그 자체가 주변과 중심의 경계를,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횡단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장애인’에게도, ‘여성’에게도, ‘장애여성’에게도 평등하지 않은 경직된 이 사회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 ‘이상’한 몸들은, 그리고 연대하는 모든 이들은 퀴어(queer)하고 프릭(freak)한 삶을 상상하고, 외치고, 행한다.
 

양승연(사회 18)
양승연(사회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