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음악은 내가 좋아하는 일"

기자명 백승환 기자 (hsb2217@skku.edu)

노래하는 건축가, 뛰어난 재치와 입담 그리고 멋진 건축작품으로 MBC의 신장개업 출연당시 많은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던 양진석 선배. 인터뷰는 신사동 룸 앤 데코 본점에서 이뤄졌다. 사실 대중적인 인기 이전에 그는 신사동 마나, 금호 리첸시아, 용산의 랜드 시네마, 파주 헤이리의 종합 문화 몰 ‘The Step’, 워커힐 호텔의 명월관 등을 설계해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또 최근에는 건축, 방송, 음악에서 가구와 같은 생활용품으로 영역을 넓혀 더 넓은 세계로 도전하는 그의 모습은, 인터뷰 내내 이어지던 편안한 미소와 그가 직접 디자인한 아늑한 공간만큼이나 무척 멋지고 보기 좋은 것이었다.


■ 요즘 방송활동이 뜸한데 최근 근황은
최근 룸 앤 데코라는 회사와 양진석 건축연구소가 합병을 하면서 지난 7월 룸 앤 데코 대표이사로 취임을 했다. 룸 앤 데코는 원래 가구나 생활 소품들을 판매하는 회사인데 평소부터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건축과 연계돼 있어 합병을 하게 됐다.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도 시키고 회사를 제 궤도에 올려놓느라 방송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내 본업은 건축가인만큼 최고의 건축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 앨범을 3장이나 낸 가수인데
유학에서 돌아온 후 (주)정림 건축에서 일하게 됐다. 그 당시 김광진이라는 친구가 더클래식으로 <마법의 성 designtimesp=23681>을 발표해 큰 인기를 누렸다. 그 친구는 회사에 다니면서 앨범을 발표했는데 그게 무척 멋있어 보였다. 자기 일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음악도 하는 것, 이에 자극을 받았고 마침 음반사의 제의가 들어와 1집 앨범을 녹음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에 정민 건축에서 독립해 회사를 차리고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겨 심혈을 기울여 2집 앨범 을 발표했는데 인기가 꽤 있었다. 이를 통해 FM라디오 DJ활동도 하고 가수 활동도 많이 했다. 그러다가 3집 앨범을 녹음할 때쯤 신장개업에 출연하게 돼 많은 인기를 얻게 됐다. 예전 사랑의 스튜디오 오프닝 곡을 비롯해 가사와 리듬은 아는데 가수를 모르는 노래 중 내 노래도 꽤 많다. 사실 앨범을 발표했을 때에는 대중적으로 나를 알린다던가 인기를 얻으려는 욕심은 별로 없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음악이기 때문에 앨범을 낸 것이었고 또 완성도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 음악보다 건축의 길을 선택 하게 된 이유는
지금은 무척 우스운 이야기지만 사실 대학시절 음악을 할 것인지 건축 쪽으로 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음악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쪽으로 나가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그 때 아버지께서는 특별히 만류를 하거나 간섭을 하시진 않았다. 하지만 단 한마디, 사람에겐 잘할 수 있는 일과 해야 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잘하는 일은 때가 있어 그 때를 놓치면 다시는 잡을 수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은 언제라도 다시 할 수가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 말씀을 통해 점차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즉 건축을 하기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 신장개업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초창기엔 개인적으로도 회사를 독립해 차렸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일을 맡아야 수익도 생길텐데 아무도 일을 맡기지 않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건축의 대중화와 브랜드가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좋은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던 PD와 이에 대한 이야기 도중 신장개업의 컨셉과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사회 소외계층에게 상점을 차려주자, 이는 그 일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우선 건축을 쉽고 재미있게 말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특히 리모델링의 장점을 알리려고 했다. 보통의 건축가들의 경우 권위적으로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거부감을 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나는 편하면서도 재미있는 이미지로 다가가려 했다.

■ 리모델링이라는 용어를 처음 대중화 시켰다는데
리모델링은 외국에서는 리폼, 리노베이션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건축은 크게 신축과 증축 및 개축으로 나뉘는데 리모델링은 증축 및 개축을 할 때 사용한다. 본래의 기본 골재와 틀을 그대로 두고 새롭게 디자인해 건물을 개·보수하는 작업이다. 내가 리모델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본 유학시절이었다. 대학원을 교토에서 다녔는데 거기는 신축이 없고 거의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을 새롭게 만들었다. 또한 유럽이나 서양에서도 새로 신축을 하기보다는 리모델링이 활성화되는 추세로 볼 때 굳이 신축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리모델링은 신축에 비해 금전적으로도 경제적이고 절차도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옛날 법규대로 지은 건물을 허물고 새로 신축을 하려면 여러 법제약 때문에 예전만큼의 규모로 건물을 지을 수가 없는데 리모델링은 그렇지 않다.

■ 방송에 나온 멋진 리모델링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방송은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물론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보다는 그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이 사는 인간적인 정과 따듯한 마음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말 잘 됐구나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사람이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보다 조금은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 화면에 안나간 부분들이 무척 많다. 하나에서 열까지 신경을 써서 고쳐주고 디자인한다. 완성한 후에 새롭게 탄생한 공간을 본 사람들의 기뻐하고 환호하는 모습을 볼 때는 감동과 보람이 밀려와 눈물이 많이 났다.

■ 건축이라는 분야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워야 한다. ‘작품이냐 상품이냐’ 는 항상 고민하는 점이다. 최고의 작품이 반드시 최고의 상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가 가진 생각만 고집하기보다는 고객의 바램을 잘 듣고 또 내 의견을 잘 설명하는 점이 중요하다. 건축은 창조적인 미술이다. 하지만 조각과 회화 같은 분야와는 달리 건축은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을 짓는 작업이다. 때문에 철학적, 미학적, 기능적인 기준 등 다양한 기준들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해야한다. 건축가는 여러 다양한 기준들을 모아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다.

■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학교 다닐 때 음악활동을 많이 했다. 주무대는 신촌과 대학로였는데 신촌 블루스와 공연하기도 하고 노래그림이란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주로 대학로 콘서트와 학교 축제에 게스트로 초대받았는데 한마디로 캠퍼스 가수였다. 주로 음악활동은 학외에서 했는데 그 당시 학내 음악 동아리들은 민중가요만 다뤘다. 나는 순수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학외에서 더 많이 활동을 했다. 노래 그림은 한동준 씨와 친구 몇몇이 만든 그룹이었다. 그때 우리들이 만든 노래가 변진섭 씨의 앨범에 실려 불려지기도 했다. 그때는 다같이 불려지고 즐거워하는 것, 바로 그 점이 좋았다. 음악을 꼭 히트시켜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단지 메이저의 경로를 통하지 않고 우리의 노래가 함께 불려지는 것이 멋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변진섭 씨나 다른 가수들이 우리 노래를 부를 때 옆에서 코러스도 많이 해주고 여기저기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 건축가, 음악인, 방송인,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나
실은 아이디어가 많거나 머리가 번뜩이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조금 더 집중하고 노력하는 것일 뿐이다. 어떤 일을 하던지 우선은 성실해야한다. 특히 시테크, 즉 시간 관리와 집중을 잘해야한다. 또한 나의 경우에는 특히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루어진 음악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다양한 방면에 취미와 관심을 가지게 됐다. 경험이 없으면 좋은 것이 좋은 지, 나쁜 지를 모른다. 철저한 기획에 의한 많은 경험과 노력이 중요하다.

■ 아직도 대학 서열화에 대한 기존 인식들이 남아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도 사회 전체적으로 대학 서열 의식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만큼은 아니다. 나도 그랬지만 단순한 컴플렉스 일 뿐이다. 좋은 학교,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했다는 것은 평생의 꼬리표가 아니라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조금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일 뿐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와 같은 일의 과정과 노력, 능력이 중요하지 백그라운드는 절대 중요하지 않다.

■ 앞으로의 목표와 후배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개인적인 목표는 지금 맡고 있는 회사가 안정적인 회사로 자리매김 해 사회환원도 하고 건축하면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또한 방송활동도 재개할 예정인데 지금 4집 앨범을 녹음 중에 있다. 우리 학교는 좋은 선배들이 많다. 동문회, 체육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동문들의 화합을 다지기도 한다. 때문에 후배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졸업한다면 사회 어디서든지 선배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성균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전공 이외에 자기만의 취미라든지 어디에 내놔도 이야기 할 수 있는 주특기를 하나쯤은 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나치게 유행에 따르거나 남들 하는 만큼만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만의 무엇을 만들어 개성을 찾는 후배들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