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의 간판은 꺼지지 않을 수 있을까
동네서점의 간판은 꺼지지 않을 수 있을까
  • 박채연
  • 승인 2019.04.09 21:01
  • 호수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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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대형 서점에 비해 높은 공급률, 최소한의 이윤 남기기 힘들어
완전 도서정가제의 필요성, 사람들에게 납득 시킬 수 있어야

오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책의 날을 앞두고 우리 주변에서 책을 팔고 있는 ‘동네서점’을 조명하려 한다.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이 각축을 벌이는 각박한 환경 속에서 거리 곳곳에 위치하던 동네서점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물론 독서인구의 감소와 전자책 보급의 활성화라는 이유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출판업 종사자들은 출판·유통계의 고질적 관행이 동네서점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동네서점이 처한 현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은 ‘10% 할인과 5% 적립’, ‘무료배송’, ‘쾌적한 시설’로 많은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성인의 비율은 62.2%에 달했지만 동네서점은 10.6%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소비자가 외면한 동네서점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07년 3247곳이던 동네서점은 10년 사이에 1200개 이상 감소했다.

소비자들은 ‘동네서점이 없어진다고 문제 될 게 있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윤혜원(행정 18) 학우는 “더 다양한 책을 구비하고 있고 할인혜택도 많이 주는 대형서점을 자주 이용한다”며 “동네서점은 할인율도 낮고 원하는 책이 없는 경우도 많아 주로 가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동네서점, 왜 필요한가
동네서점이 없어지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간다. 동네서점 ‘프루스트의 서재’ 박성민 대표는 알라딘 같은 대형 중고서점의 사례를 통해 동네서점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많은 헌책방이 대형 중고서점 등장의 여파로 사라졌다”며 “시장을 독점해 경쟁이 필요 없는 대형 중고서점은 헌책을 훨씬 더 싸게 매입한 후 비싼 값에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중소 헌책방이 사라진 지금 소비자에게는 헌책을 사고팔 수 있는 곳은 대형 중고서점밖에 없다. 비교 대상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지금의 가격도 저렴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예전 헌책방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동네서점과 헌책방은 비슷한 궤도를 걷고 있다”며 소비자의 이익 측면에서 동네서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네서점을 위협하는 공급률
출판사가 전국 약 2000여개의 동네서점들과 모두 직접 거래 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동네서점은 중간 도매상을 거쳐 책을 들여온다. 문제는 중간 도매상이 서점마다 각각 다른 공급률로 책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공급률이란 출판사나 도매상이 서점에 책을 납품하는 가격이 정가에 비해 몇 퍼센트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정가가 1만 원인 책을 도매상이 서점에 8000원에 판매하면 공급률은 80%가 된다. 동네서점은 대형서점보다 약 5~10%P 높은 공급률에 책을 공급받는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온라인·대형서점의 공급률은 59.3%에 불과하지만 동네서점은 73.0%에 책을 공급받고 있었다. 정가가 1만원인 책을 판매할 경우 온라인 서점은 최대 4100원가량의 마진을 남길 때, 동네서점은 2700원을 남길 수 있다는 의미다.

공급률이 서점마다 다른 이유는 도매상이 구매교섭력이 강하고 매출이 높은 온라인·대형서점을 동네서점에 비해 우대하기 때문이다. 동네서점 고요서사 차경희 대표는 “어느 유통시장이든지 대형매장과 소매점의 공급률에 차이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공급률을 대형서점과 똑같이 해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 대표는 “70~80%의 공급률로 책을 공급받고 인건비·임대료 등을 제외하고 나면 마진이 남지 않는다”며 동네서점이 최소한의 이윤도 남길 수 없도록 공급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가로 팔지 않아도 되는 ‘도서정가제’
2014년 모든 도서를 종류와 관계없이 정가의 10%까지만 할인하도록 하는 도서정가제가 개정됐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10% 가격할인에 5%의 간접 할인(포인트 적립), 합해서 최대 15%로 할인율에 제한을 두고 있다. 도서정가제의 취지는 과다 할인 경쟁으로 출판계가 위축되고 동네서점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에 있다.

동네서점 대표들은 현행 도서정가제가 동네서점을 보호해주기에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온라인에서는 도서정가제라고 해도 10% 할인에다 5%포인트 적립해주고 무료배송까지 해준다”며 “15% 할인을 허용하는 이상 동네서점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동네서점이 15% 할인을 해주지 못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공급률 때문이다. 동네서점들은 높은 공급률로 책을 공급받는데, 그 가격에서 10~15% 할인율을 적용해 책을 판매하면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다. 반면 온라인 서점들은 도서 가격 직접할인 10%에 마일리지 5%를 보편적인 할인처럼 제공한다. 온라인 서점 15% 할인의 여지는 출판사의 낮은 공급률에 기인한다.

도서정가제에서 ‘완전’ 도서정가제로
동네서점들은 완전 도서정가제를 시행할 것을 주장한다. 15% 할인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할인을 막아 책값이 비싸지고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에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에 완전 도서정가제를 시행한 적이 있었다”며 “책값이 비싸지기는커녕 많은 서점이 생겨나며 출판시장이 활성화되고, 그만큼 출판사는 저렴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완전 도서정가제가 보다 많은 출판사에서 다양한 책을 만들 수 있는 여건, 보다 다양한 서점이 존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완전 도서정가제에 대해 △대형서점 △독자 △동네서점 △출판사 사이에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의 출판사와 동네서점은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출판사는 입장을 정확히 표명하지 않으며, 온라인 서점들만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실정이다. 백 대표는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쪽은 시장 지배력이 있는 사업자들로 할인 상법이 소비자들에게 잘 먹힌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완전 도서정가제의 정착을 위해 백 대표는 “서점이 아니라 출판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출판사의 노력을 촉구했다. 한편, 차 대표는 “밀어붙이는 식의 완전 도서정가제 시행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현행 정가제조차 불만을 느끼는 상황에서 완전 정가제를 시행하면 ‘서점의 제 밥그릇 챙기기’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완전 정가제가 구체적으로 왜 필요한지 납득 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네서점의 미래
‘공급률’과 ‘도서정가제의 불완전함’ 외에도 동네서점을 힘들게 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다. 도매상에서 동네 서점에는 책을 공급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박 대표는 “베스트셀러나 신간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주문을 넣어도 온라인 서점이 물량을 끌어가서 책을 공급받기 어렵다”며 서점을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을 밝혔다. 차 대표 역시 “서점인데 책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적다”며 “도매상 중에 동네서점들과 거래해주는 곳이 한두 곳밖에 되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여러 어려움과 인건비를 제외하면 이윤이 얼마 남지 않는 상황임에도 오늘도 동네 서점 주인들은 서점 문을 열고 있다. 프루스트의 서재 박 대표는 “서점 덕분에 동네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다”며 “동네서점마저 없으면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점점 더 책을 읽지 않게 될 것 같다”고 동네서점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동네서점 '프루스트의 서재'의 외관.
사진 l 박채연 기자 cypark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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