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빈 기자 (csubingood@skkuw.com)

반촌사람들 - '천향록' 원초카이 사장

'천향록' 가게 전경
'천향록' 가게 전경
사진 l 김나래 기자 maywing2008@
사진 l 김나래 기자 maywing2008@

성대 앞, 첫 마라탕 전문점
중국 본토 맛을 널리 알리고 싶어

최근 대학생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음식인 마라탕. 마라탕은 중국 사천 스타일의 샤부샤부에서 변화된 요리로 야채, 두부, 고기를 양념과 함께 섞어 끓여 매콤한 국물이 특징이다. 마라탕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우리 학교 주변에도 마라탕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천향록’은 우리 학교 앞에 처음 만들어진 마라탕 전문점이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은 4시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천향록의 사장 원초카이 씨를 만나봤다.

외할아버지가 한국인인 그는 2007년에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와 7년 전 귀화했다. 중국에서 요식업계에 종사했던 원 씨는 “사천 음식을 배웠던 경험을 살려 중국 유학생이 많은 성균관대 앞에 마라탕 가게를 차리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원 씨가 살던 중국에서 마라탕은 어떤 음식인지 묻자 그는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레스토랑이나 샤부샤부와 달리 마라탕은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먹을 수 있어서 중국 사람들이 좋아해요.” 이어 그는 “한국 마라탕은 재료를 선택해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중국 마라탕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가장 매운 음식을 꼽으라고 하면 흔히 사천의 마라탕을 거론한다. “중국에서 먹는 맵기로 요리하면 한국 사람 대부분은 먹지 못해요.” 원 씨가 마라탕 장사를 시작했을 때 마라탕이 너무 매워 먹지 못한 한국 손님이 많아 마라탕 맵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게 이름 천향록은 무슨 뜻일까. 원 씨는 “사실 ‘록’이라는 글자는 잘못 번역된 거예요”라며 웃으며 말했다. 실제로 천향록의 중국어 표기는 ‘川香’으로 각각 ‘사천(川)’, ‘맛(香)’, ‘인연()’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연)과 비슷한 글자인 (록)으로 잘못 번역되면서 가게 이름이 ‘천향록’이 돼버렸다.

 천향록에는 마라탕뿐만 아니라 160개가 넘는 중국 본토 요리 메뉴가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다른 마라탕 가게와 달리 천향록의 모든 음식은 정통 중국의 맛이에요.” 그는 “중국 유학생들이나 중국인들이 고향의 맛을 그리워할 때 많이 찾아와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에 한국에서 마라탕의 인기가 오르면서 한국인 손님도 천향록을 많이 찾는다. “중국에서 살다 온 한국 손님이 중국의 맛을 그리워해서 찾아오시기도 하고, 친구의 소개를 받고 천향록 마라탕을 먹기 위해 부산에서 오신 손님도 있었어요.”

원 씨는 우리 학교 중국 유학생들과는 친구처럼 지낸다고 말한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천향록에 많이 와요. 잊지 않고 꾸준히 찾아와 주시면 뿌듯하고, 감사하죠.” 중국 본토의 맛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원 씨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지방 곳곳에도 체인점을 열어 중국 마라탕 맛을 대한민국에 널리 알리고 싶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대학로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나 그의 마라탕을 즐길 수 있을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