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선작- 길로 소리로
시 당선작- 길로 소리로
  • 성대신문
  • 승인 2002.01.01 00:00
  • 호수 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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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어문2, 독문)

1.
붉은 콜라 캔을 꾸부리는, 꾸지직.
길로 소리로. 삼청공원 새소리를 발로 밟고.
어딘가 지친 나는. 그네에 앉아.
파란하늘. 그의 얼굴모양 구름 지나간 자리.
피곤한 듯 눈감아 바라본다.

2.
그는. 구두에 양복바지 히 하얀 와이셔츠 입고.
소나무 숲길을 앞장서 걷고.
피곤한 어깨 긁는 두 아들을 데리고.
길로 소리로 한여름 소나무 길을 길과 함께 걷는다.
길로 소리로. 아련한 소나무 길로

운동화에 안경에 엉성한 거죽 바지를 걸치고.
나는. 소나무 숲길 맨 꼬랑지에 붙고.
길로 소리로 피곤한 어깨를 따라
한여름 소나무 길을 소리와 함께 걷고 있누나
길로 소리로. 눈부시는 새소리로.

3.
삼청 공원 훑은 바람에 나무한 잎 바람에 날리고
붉은 콜라 캔을 수거함에 툭 버리고 나는.
길로 소리로 푸른 하늘 바라보고.
눈물 집어 날아가는 흰 구름 바라보고
아롯히 그네에 앉아. 그의 구름 지나갈 자리,
 

시 당선 당선소감- 이상호(어문2, 독문)
나는

1.
아는 철학과 형은 여학우를 사귀는 것 같고, 교회 고3들은 대학 찾기에 부산이고, 아는 교회선배 누나는 시집 갈 준비를 하고 있고, 군에 있는 친구녀석은 조만간 휴가를 나올 모양이다. 그 친구는 다음학기에 휴학을 할 것 같고, 그 후배는 여자친구랑 헤어지려는 것 같고 그 녀석은 돈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나란 녀석은 글을 쓴다.

2.
사람마다 중심테마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명예, 돈, 여자정도에 걸쳐있다. - 나의 중심테마라 한다면, 기억과 아버지, 땅. 역사, 신, 인간 그리고 마누라와 나이다. 다크시티와 메멘토, 카프카, 삼도천(이상은), 악동이(조피디), 에리히 프롬, 휴머니즘, 크리슈나무르티. 따위들이 내 머리를 돌아다닌다. 운’ 맞출려고 하는 말이지만, 그런 것들을 내 머리에 담아두며 나란 녀석은 북촌(삼청동과 가회동)을 밟아 다닌다.

3.
나는 아버지에 의해 북촌에 의해, 안동교회에 의해 자라왔다. 이렇게 자라왔음이 옳았다 옳지 않았다 따위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말해봤자 소용없다. 그러나 그것들을 두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것들을 배신’하면서 나는 어른이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배신했고 등돌렸고 휘갈겼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다. 리얼어른 비슷하게 되었다. 물론 그곳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이 회귀는 탕자의 텅'거지 회귀가 아니라 화려한 금의환향이다.

4.
아버지는 47살이고 공무원이다. 국교 중퇴에 오른다리를 전다. 수제비집 5형제의 둘째 아들이고 국교 5학년 때부터 어미 손에 이끌려 다마공장에 갔다. 서울서 막노동도 조금해보고 국수공장도 조금 다녔고 대패질도 해 봤다가 군대도 가보고 마누라 앞에서 군대서 다친 다리도 보여 줬다가 목발을 집고 자기 마누라의 오빠에게 빰도 맞아봤다. 9급, 부여 면서기도 해봤다가 ‘XX’ 하면서 5공, 면서기도 그만둬봤다가 새벽 5시에 우유도 날라봤다가 아들녀석의 그림도 부셔봤다가. 아빠는 뻥카에요! 반항도 받아봤다가 자기의 분신, 자기의 과거에 대고 이렇게 말한다. - 그래, 나는 너의 아비, 이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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