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인 것, 과학이 아닌 것
과학인 것, 과학이 아닌 것
  • 성대신문
  • 승인 2019.05.12 00:45
  • 호수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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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과학 강연이 끝나면 사람들이 온갖 것을 물어본다. 강연과 큰 관련은 없어도, 타임머신, 유에프오, 블랙홀, 외계인, 상대성이론 등이 단골 주제다. 외계인의 존재와 접시모양 유에프오는 사실 별 관련 없고, 관찰자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런 질문에는 과학이 할 수 있는 얘기가 많다. 답을 딱 정해서 알려주기는 어려워도, 과학의 눈을 통해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는 주제다.

명백한 거짓인데도 그 안에 담긴 얘기가 따뜻한, 다른 유형의 비과학 질문도 있다. 매일 정겨운 아침 인사를 건네며 키우면 채소가 무럭무럭 자란다는 얘기, ‘사랑’이라고 적은 물통 안에 물을 담으면 물 분자의 형태가 예뻐져 건강에도 좋다는 얘기 같은 거다. 아픈 사람을 위해 정성껏 기도하면 병이 치유된다는 주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얘기를 많은 이가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 감동적이기도 하다. 지구 위를 살아가는 우리 모든 생명과 물질이 하나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멋진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런 주제에 대한 내 솔직한 생각을 얘기하면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거 다 거짓입니다. 실제 실험을 해 보면 재현되지 않아요.”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얘기에 필적하는 엄청난 동심 파괴다. 기도의 치유효과는 표준적인 대조군 실험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기도치료법”이 의대 정규과정의 교과목이 아닌 것을 보면 딱히 큰 효과는 없는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이런 얘기를 들려줘도 사람들은 잘 설득되지 않는다. 환자의 완쾌를 기원하며 기도하는 종교인의 마음, 잘 자라기를 빌며 채소에 말을 거는 농부의 마음은 진솔하다. 하지만, 선한 의도라 해서 주장이 맞는 것은 아니다. 아름답다고 진실은 아니다.

과학이 아닌 것은 더 있다. 대표적인 유사과학 상품인 게르마늄 팔찌에 관련된 논리 구조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1. 게르마늄은 반도체로 이용된다(이건 맞다. O). 2. 반도체를 적절히 이용해 전류를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게 할 수 있다(이것도 맞다. O). 3. 따라서, 게르마늄 팔찌를 착용하면 혈액이 한쪽 방향으로 잘 흐르는 정류 작용이 생겨, 혈액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삑! 엄청난 비과학적 비약이다. X). 이처럼 많은 유사과학 상품은, 과학으로 시작해 도중에 엉뚱한 샛길로 살짝 빠져 사람들을 현혹한다. 집 아래에 수맥이 있어 잠을 못 잔다는 것도 거짓, 조상 묘의 위치가 후손의 성공을 결정한다는 것도 거짓이다. 혈액형과 성격이 관계가 있다는 얘기, 태어난 시점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주팔자 얘기, 뇌호흡, 텔레파시 얘기도 하나같이 황당한 비과학적 주장이다.

온갖 주장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현혹한다. 들어서 재밌고, 감동적이라 해서, 진실인 것은 아니다. 비록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진실의 맨 얼굴을 쳐다볼 용기가 바로 과학이다. 과학은, 인간의 이성이라는 나약한 무기만을 들고서 거대한 무의미의 풍차에 맞서온 용감한 돈키호테다. 구름위에서 번개를 내리치는 멋진 수염을 지닌 상상의 존재가 아니라, 두려운 진실의 맨얼굴을 용감하게 이성의 눈으로 마주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왔다. 차갑고 냉정한 과학이 없다면, 지금보다 나은 아름다운 미래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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