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문득,
스쳐가는 바람을 붙잡아
얼굴을 들이밀고 싶다.

혹여,
내 어린 시절 잃었던
아련한 아우일까나.
수줍은 그 애가 나무 뒤에고 구름 뒤에고
가만히 숨어 나를 보다,
나 모르게 살며시
내 머리칼만 만지작거리고 가는지.

문득,
흘러가는 바람을 매달리듯 붙잡아
들여다보고 싶다. 

  

[시입상소감] 제아름(인과계열2)

     …… 기쁘다 

1. 하숙집은 외대 앞에 있다. 2학기에는 학교 앞으로 옮겨야겠다. 방안에는 날파리가 날고, 며칠 전부터 화장실 입구에서는 바퀴벌레가 같은 장소에서 계속 서성인다. 밖에서는 세탁기가 삑삑거린다. 나는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2. 어진이는 요즘 학교가 마음에 안 든다고 자주 빼먹는다. 먼저 전화를 받은 건 녀석이었다. 어진이는 “진짜가? 좋겠네.”하고 감탄사를 전파로 마구 뿌려댄다. 응모할 글을 고를 때 그 녀석과 나의 의견이 유일하게 일치한 글이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 시 가작 입상자 제아름(인과계열2)

3. 어머니께서는 교회 일을 열심히 하신다. 구역예배가 막 끝난 뒤에 전화를 받으신 어머니께서는 마치 소녀처럼 기뻐하신다. 장난스럽게 “어디 문집에라도 내자.”고 하실 때는 나도 피식 웃어버렸다.
4. 하루종일 아버지께서는 폰을 꺼놓으셨다. 저녁이 되어서야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잘했네.” 나는 아버지께 한 번 더 반응을 요구했다. “청출어람이다.”
……기쁘다.
아버지께서는 목욕탕에 거의 가시지 않으신다. 목욕탕에 가실 때 즈음이면 그냥 욕실에서 씻으신다. 어머니 왈, “목욕탕에서 아들들이 아버지들 등 밀어주는 것 보기 싫으신 것”이라고 하신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갈 수 없다. 난 첫 자식이지만 아들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더욱 악착같이, 아버지께서 하시는 그 한 마디가 듣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