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택배는 노동법을 배송하지 않습니다
실버 택배는 노동법을 배송하지 않습니다
  • 신민호 기자
  • 승인 2019.05.22 16:10
  • 호수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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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다수의 지하철 실버 택배 회사, 노동법 위배해
미흡한 노후 소득 보장체계

하루에 10㎞를 걷고, 9시간을 일하고, 3만 원을 버는 직업. 바로 지하철 실버 택배원이다. 과연 이들은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지하철 실버 택배 사업과 노인 일자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지하철 택배?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1984년 부터 65세 이상 요금 100% 할인이라는 지하철 요금 혜택이 현재까지 유지됐다. 지하철 실버 택배(이하 실버 택배)란 1984년에 개정된 노인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지하철 운임이 무료인 만 65세 이상의 노인을 이용해 수하물을 배송하는 사업ㆍ서비스를 일컫는다. 인터넷 포털 검색 결과, 약 70여개의 실버 택배 회사가 존재하는 것으 나타났다. 실버 택배는 △경조기 △백화점 상품 △양복 △원단 샘플 △유골함 △일반 택배 △치과 재료 등 배송하는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다. 지하철 실버 택배원(이하 실버 택배원)은 실버 택배 회사 소속으로 매일 아침 9시 즈음에 회사 또는 교통의 요지로 출근해 대기한다. 이후 오더(Order)를 요청한 백화점이나 개인 소비자에게 수하물을 받으러 간다. 배송을 완료하면 핸드폰 택배 앱으로 다음 배송이 들어오길 기다린다.

실버 택배는 다른 퀵서비스보다 20~40% 정도 더 저렴해서 지속적인 수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강남 현대백화점에서 우리 학교까지 오토바이 퀵 서비스를 시키면 1만~1만 3000원 정도의 요금이 부과되지만, 실버 택배를 이용할 경우 8000원에 불과하다.

을지로4가역에서 만난 한 실버 택배원은 "임금이 노동의 대가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건강도 챙길 겸 용돈 벌이로 일한다"고 말했다. 고용주는 일자리를 찾기 힘든 노인에게 일자리를 주고, 노인은 적게나마 돈을 번다.

노동의 사각지대, 실버 택배
실버 택배 사업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 우선 업무 강도는 높지만, 임금이 낮다. 실버 택배원은 매일 10㎞ 내외를 걸어야 하며 식사 시간은 촉박하다. 여름과 겨울에는 날씨 때문에 걷기가 더욱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실버 택배원은 대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실버 택배원은 보통 주 6일을 매일 9시간 이상씩 일하며 월급 혹은 건당 수당으로 임금을 받는다. 월급으로 받을 경우, 한 달에 약 70~80만 원을 번다. 건당으로 임금을 받을 경우, 실버 택배 회사는 30%~40%의 수수료를 떼어가는데,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보통 3~4만 원의 일당이 노인에게 돌아온다.

한국공인노무사회(회장 박영기) 김준우 노무사는 실버 택배 회사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성립한다면 둘 사이는 근로관계가 된다”며 “근로관계가 성립할 경우 고용주는 최저임금법에 기재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실버 택배원들은 고용주의 명령을 받고 있기 때문에 둘 사이의 관계를 근로관계로 볼 여지가 크다. 건당으로 임금을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조 제2항의 ‘생산고에 따른 임금지급제’는 판매 개수에 따라 임금을 받더라도 최저시급 이상의 임금을 받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임금 총액을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최저시급 이상이 되어야 한다.

실버 택배원이 최저시급의 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그들의 월급은 대략 200만 원이, 주급은 대략 50만 원이 돼야 한다. 현재 실버 택배원의 월급은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 노무사는 "최저임금법을 어기는 것은 범죄행위로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다수의 회사는 주휴수당을 제공하지 않는다. 주휴일은 고용주가 1주간의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노동자에게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으로 부여하는 휴일을 의미하는데, 주휴일의 수당이 주휴수당이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55조를 어기는 임금체불에 해당한다. 직원 복지 또한 부족하다. 인터넷으로 지도를 보고, 수시로 회사 혹은 고객들과 연락해야 하므로 실버 택배원에게 스마트폰은 필수다. 하지만 회사들은 보통 통신비를 제공하지 않는다. 흔한 직원 복지인 점심 식사 혹은 식대도 대부분 제공되지 않는다. 직원 복지 부족으로 실버 택배원의 가용임금은 더욱 줄어든다. 김 노무사는 “통신비와 식대를 제공하는 것이 의무 사항이 아니지만, 통신비와 같이 업무수행에 드는 비용을 기업이 근무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실버 택배 회사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며 직원들에게 4대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기자가 직접 한 실버 택배 회사에 문의해본 결과, 기업 담당자는 “4대 보험과 주휴수당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근로기준법 제17조를 어기는 범법행위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임금 △휴가 △휴일 등과 같은 필수적인 근로 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4대 보험 미가입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김 노무사는 “미가입이 나중에 적발되면 사업주는 가입했어야 하는 기간의 보험료를 소급해 납부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불합리함을 종용받는 노인들
그렇다면 노인은 왜 실버 택배와 같은 불합리한 일자리로 내몰리는 것일까. 아직 우리 사회는 고령화 사회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8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18년 65세 이상 고령자는 14.3%, 2060년에는 41.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7년 우리나라의 70∼74세 고용률은 33.1%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노인 고용률은 높지만, 우리나라의 노인은 가난하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36개국 가운데 1위로 45.7%를 기록했다. OECD 평균(13.5%)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상대적 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가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하는 노인이 많음에도 노인의 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노인인력개발원(원장 강익구) 김문정 박사는 ‘우리나라 노후 소득 보장체계의 미흡함’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에 현재 노인의 상당수는 국민연금급여를 받을 수 없고, 받더라도 급여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18년 55~79세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57만 원이었고 연금수령자는 전체 노인의 45.6%에 불과했다. 그는 “노후소득보장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 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의 비중이 높아지게 되는데, 대부분의 노인은 저임금 단순노무직에 몰리기 때문에 일하면서도 가난한 ‘근로빈곤층’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65세 이상 노인 중 생활비를 ‘본인 및 배우자가 부담한다’는 비중은 61.8%였다. 자녀 또는 친척 혹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생활비를 마련하는 노인 인구는 전체 노인의 38.2%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현실은 노인을 불합리한 일자리로 내몰고 있다.

노인 일자리, 어디로 가야 하나
김 노무사는 “실버 택배 회사가 최저임금법을 지키는 것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반 택배 회사와 비교해봤을 때 실버 택배 회사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일반 택배 회사의 경우 20%의 수수료를 떼어가지만, 실버 택배 회사는 20~40%의 수수료를 떼어간다. 그는 "실버 택배원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박사는 “현 정부는 2022년까지 노인 일자리 80만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의 양적 증가와 더불어 질적 성장을 위해서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정부가 노인 일자리와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 및 홍보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일하는 노인이 청년의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아직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법이 생긴 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실버 택배 회사의 미흡한 준법정신은 노인의 생계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 보다 많은 노인의 생계를 위해 실버 택배 회사의 위법을 묵인하는 것이 진정으로 노인을 위하는 것일까.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공터에서 실버 택배원들이 수하물을 지역별로 정리하고 있다.사진 l 신민호 기자 dao96@skkuw.com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공터에서 실버 택배원들이 수하물을 지역별로 정리하고 있다.
사진 l 신민호 기자 dao96@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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