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환 편집장 (lsang602@skkuw.com)

대학 축제. 설렘과 희망이 담뿍 담긴 단어다. 이제 입학한 새내기 학우들에게는 누구보다 그렇지 않았을까. 돌이켜보니 신문사에 몸담고부터 축제는 먼 이야기였다. ‘대동제’ 마지막 날, 신문사에서 잠시 바람도 쐴 겸 밖으로 나갔다. 유명 걸그룹이 온다는 소식 때문인지, 금잔디는 인파로 붐볐다.

마지막 공연 후 나가는 길, 학우들로 보이는 몇몇 이들이 이번 축제에 대해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보다 강한 제재, 몇 곡 부르지도 않고 가는 연예인에 대한 푸념이었다.

사실 대동제는 우리 학교만의 고유한 축제는 아니다. 많은 대학교가 ‘대동제’라는 이름을 걸고 축제를 준비한다. 대동제는 ‘다 함께 어울려 화합하는 축제’라는 의미다. 학원 자율화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한창이던 1980년대, 새로운 대학 축제 문화를 모색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사회현실에 대한 고뇌가 담긴 노래와 시를 발표하고 마당극 놀이를 했다. 이때의 대동제는 ‘통합’이라는 가치 아래 학생이 주인공인 축제였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학생운동의 형태가 변하며 축제도 그 성격이 변했다. ‘아이돌 문화’ 등이 떠오르면서 현재의 형태까지 왔다. 시대적 배경이 바뀌면서, 축제의 성격과 내용도 변한 셈이다.

연예인과 주점, 기업체의 홍보 부스가 대학 축제의 얼굴이 된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과거의 대학 축제에는 탈춤·풍물놀이(1980년대), 민중가요(1990년대) 등 시대를 대표하는 고유한 대학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연예인의 공연' 외에는 별 다른 대학, 청년 문화가 없는 상황이다.

분명 축제에 대한 학우들의 주 관심사는 연예인이다. 축제 시즌이면, 대학별로 경쟁하듯 연예인 라인업을 짠다. 이번 축제에서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 역시 축제를 찾은 유명 연예인과 래퍼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총학은 외부 프로모션을 통해 어떤 연예인을 섭외하는 지가 ‘축제의 성공 여부’로 이어지곤 한다. 경쟁하듯 연예인 섭외에 몰두하는 현재 대학가 축제의 모습이다.

이번 축제에 대해 총학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도면에서 다뤘듯 과한 제재로 인해 불쾌감을 느낀 학우들이 많았다고 한다. 대학문화의 모델을 제시하고 학우들을 선도하는 것이 총학의 역할이다. 이번 총학은 연예인 공연을 위한 인파 통제 정도의 역할에 그친 것은 아닌가.

‘새로운 대학 문화 제시’를 위한 노력과 ‘모두 함께’라는 대동제 본연의 가치 위에서, 총학은 축제를 기획해야 했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문화를 주도하는 축제야말로 ‘대동의 가치’가 아닌가. 학우들을 단순히 초대한 연예인 공연을 구경하는. 그리고 ‘우리가 통제해야 할’ 수동적 존재로서 학우들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총학은 곱씹어봐야 한다. 다음 축제는 ‘연예인 공연 태도’에 축제 성패가 갈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학생들이 진정으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축제와 ‘금잔디 광장’을 기다리며.

이상환 편집장
lsang602@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