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리 기자 (sayyesri@skkuw.com)
사진 l 김은리 기자 sayyesri@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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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관중수 … 중심에는 여성 팬과 뉴미디어가 있어
반짝인기 벗어나려면 팬들의 역할도 중요

K리그의 봄이 활짝 꽃피우고 있다. 따뜻한 날씨와 함께 남녀노소 경기장을 찾은 결과 지난 시즌에 비해 같은 시점 대비 관중 수가 58.8%P나 증가했다. 사람들이 이토록 K리그에 열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러한 열풍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탄생에서부터 봄까지
K리그는 1983년 5개의 팀으로 시작했다. 코리안리그로 불리다가 1998년 명칭이 K리그로 변경됐고 2013년 승강제가 도입되면서 1부와 2부로 나뉘었다. 각각 K리그 클래식, 챌린지로 불리다가 2018년부터 K리그1, 2로 불리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K리그에도 위기는 몇 차례 있었다. 전북 현대 등 몇몇 구단을 제외하고는 투자가 계속 줄어들었고, 승부 조작, 관중 감소, 경기력 하락, 심판 판정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시스템 변화를 통해 이미지 쇄신을 시도했고 2017년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부터 전면 도입된 *VAR 시스템이 조금씩 자리를 잡으며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더불어 *심판 승강제, VAR 영상 공개 등 의미 있는 변화를 통해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리그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중을 동원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19시즌 10라운드까지 평균 유료 관중 숫자는 8693명으로 전 시즌 같은 라운드까지 평균 관중이었던 5473명보다 58.8%P 증가했다. 연맹이 공식 관중을 *유료 관중만으로 규정했음에도 관중수가 늘어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현상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TV 경기당 평균 동시접속자 수도 증가했다. 2019시즌 9라운드 기준 평균 동시접속자 수는 2만 1052명으로 전 시즌 같은 라운드까지 평균이었던 1만 3106명보다 60.6%P나 증가했다. 관중수의 증가에 힘입어 K리그는 내년부터 동남아 쿼터제를 도입하며 아시아 *EPL을 꿈꾸고 있다. 구단은 기존 외국인 선수 3명(국적 불문)과 아시아 쿼터 1명 외에 동남아시아 쿼터 소속 선수 1명까지 총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으며 이는 구단의 역량이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공식 로고.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여성 팬과 뉴미디어의 활용이 인기의 비결
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에서 독일을 꺾었다. 비록 16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그간 국가대표팀의 부진한 성적에 실망했던 팬들에게 디펜딩 챔피언인 독일을 2대0으로 이겼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감동을 선사했다. 더불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K리그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여성 축구 팬들의 증가도 K리그 인기 상승에 한몫한다. 축구전문지 <베스트일레븐> 김유미 기자는 “2000년대 초중반에 일었던 K리그 붐과 비교했을 때 현재 메이저 대회로 인해 K리그 전반적으로 인기가 상승했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그 주체가 10~20대 초반 여성 팬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MD 샵을 운영하는 풋볼팬타지움 관계자는 “고객의 70% 이상이 여성 팬이다. 여중·여고생을 포함한 여성 고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함께 경기장을 찾는 연인들의 숫자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여기에 뉴미디어가 불을 지폈다. 연맹은 지난해 인기 축구 게임 BJ 감스트를 K리그 홍보대사로 위촉하면서 홍보 효과를 얻었다. 실제로 감스트는 2018시즌에 K리그 경기장에 11번 방문했으며, 1인 미디어인 아프리카TV 중계를 15차례 진행하며 주 시청층에게 K리그를 알렸다. 감스트를 통해 노출된 33개의 K리그 콘텐츠들은 유튜브에서 누적 조회 수 약 756만회를 기록했다. 이는 K리그 공식 유튜브의 평균 조회수인 2만회 정도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평소 감스트의 애청자라고 밝힌 홍성광(미디어 18) 학우는 “감스트는 K리그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입담을 통해 많은 인기를 끌었고 K리그의 인지도를 높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슛포러브, JK아트사커 온라인, 고알레 등의 유튜브 채널도 K리그 관련 영상을 업로드하며 인기몰이를 돕고 있다. 

맨시티 부럽지 않은 대시티, 대구FC 신드롬
대구FC는 K리그의 발전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구단이다. 처음에는 시민구단에 지원도 없었지만, 조광래 대표이사의 취임 후 인프라를 확충하고 세징야, 에드가 실바 등 양질의 외국인 공격수를 영입하면서 전력을 보강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후원 단체인 ‘엔젤클럽’ 또한 대구FC 신드롬의 숨은 조력자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FC를 돕기 위한 조직으로, 선수 개개인과도 결연을 맺고 금전적인 후원뿐만 아니라 재능 기부의 형태로 구단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거기에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구FC 소속 조현우 골키퍼의 활약으로 구단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면서 팬들이 경기장에 운집했다. 2018 K리그1 15라운드 FC서울과의 홈경기에는 무려 1만 2925명의 관중이 들어차기도 했고, 이에 힘입어 대구FC는 2018년 FA컵에서 우승을 달성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이번 시즌에 특히 대구시가 구단을 위해 증축한 축구 전용 구장 ‘DGB대구은행파크’가 개장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 종합운동장과 달리 관중석과 그라운드 거리를 최소화해 생동감을 높였고, 관중석을 대폭 줄여 예매 경쟁을 부추긴다. 바닥을 알루미늄 소재로 깔아 발을 구르면 쿵쿵거리는 응원 소리를 낼 수 있으며 지붕을 덮어 소리가 극대화되게 했다. K리그1 개막 후 4경기 연속 홈경기를 매진시켰고, 대구FC는 상위권으로 올라서며 축구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대구FC 소속 골키퍼 최영은 선수는 “경기장에 들어서면 팬들이 가득 차 있는 게 눈에 보인다”면서 “경기가 끝나고도 버스 앞에서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많은 팬이 기다린다”고 높아진 구단의 인기를 설명했다. 

2019년 개장한 DGB대구은행파크의 모습.대구FC 홈페이지 캡처
2019년 개장한 DGB대구은행파크의 모습.
ⓒ대구FC 홈페이지 캡처

봄이 시들지 않기 위해서는
K리그에 대한 관심을 ‘반짝인기’로 만들지 않기 위해 구단과 연맹 측에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합 MD사업을 추진해 각 구단마다 개별적으로 진행됐던 굿즈 판매를 통합적으로 추진해 팬들의 다양한 소비 욕구를 충족시킨다. 또한 직장인의 휴식이 시작되는 금요일 야간에 경기를 진행해 미디어와 중계방송 수요를 늘리고자 한다. 그 외에 푸드트럭 존 활성화와 각종 이벤트 개최 등 관객 유치를 위한 인프라 개선에 다각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는 “인기 향상 요인은 각 팀마다 다르고, 우발적으로 찾아온다. 인기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긴 힘들지만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잘 잡고 놓치지 않는 건 인위적으로 가능하다. 전북현대, 대구FC 등 이미 높은 좌석 점유율과 열광적인 응원 분위기를 형성한 팀들이 현재 관중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더 다양한 오락거리를 제공하면서 성적이 하락하더라도 관중이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며 인기 유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서는 팬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유미 기자는 “구매력 있는 팬들을 늘려가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10~20대 여성 팬들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도 구매력과 연관 지을 수 있다”며 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덧붙여 “경기 내적으로는 대구FC처럼 수용인원 1만석 수준의 소규모 경기장을 늘려 매 경기 만원 관중을 만들고, 보고 싶은 리그, 보고 싶은 경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VAR 시스템=Video Assistant Referees의 약자로 축구 경기에서 중계 카메라가 찍은 영상으로 경기 과정을 판독해 심판의 판정을 도와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심판 승강제=심판들이 매 경기마다 평가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승강제를 통해 하부리그로 떨어지기도 한다.
*유료 관중=직접 사비를 들여 구매한 표로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을 말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해부터 무료 표 근절, 유료 관중 확대를 통해 구단 재정건전화에 기여하고자 전체 관중이 아닌 유료 관중만 공식 발표하고 있다.
*EPL=4부로 구성된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 가운데 1부리그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