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건축물의 늪에 빠진 대학가
불법건축물의 늪에 빠진 대학가
  • 손경원ㆍ박성환
  • 승인 2019.05.23 04:11
  • 호수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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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촌돋보기 - 대학가 불법건축물

 

'반촌돋보기'는 우리 학교 주변의 문제점을 학우들과 학교 구성원, 나아가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는 코너입니다.

불법건축물은 화재와 소음에 취약
주차장과 건축물대장 확인 필요해

명륜1길의 한 다가구주택에는 *건축물대장보다 더 많은 가구가 거주한다. 건축물대장에는 세 가구가 쓰는 공간이라고 나왔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2층에 한 가구, 1층과 지하 1층에 각각 두 가구, 총 다섯 가구가 살고있다. 1층과 지하 1층의 복도에는 현관을 뜯은 흔적이 있다. 불법 ‘방쪼개기’의 증거다. 명륜동 주택가에 이러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이에 우리 학교 주변의 불법건축물이 지어진 과정과 현황, 그리고 이에 따른 위험성을 살펴봤다.

방쪼개기 전 현관으로 사용된 방 사이의 복도.
방쪼개기 전 현관으로 사용된 방 사이의 복도.
사진 l 손경원박성환 기자 webmaster@skkuw.com
방쪼개기의 예시. 현관문을 뜯은 흔적이 남아있다.
방쪼개기의 예시. 현관문을 뜯은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 l 손경원박성환 기자 webmaster@skkuw.com
건물의 옥상을 무단증축해 현재 옥탑방으로 사용 중이다.
건물의 옥상을 무단증축해 현재 옥탑방으로 사용 중이다.
사진 l 손경원박성환 기자 webmaster@skkuw.com

대부분의 ‘방쪼개기’는 불법
대학가에서 볼 수 있는 불법건축물의 유형은 △방쪼개기 △무단용도변경 △무단증축이다. 이 중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는 위와 같은 ‘방쪼개기’다. ‘방쪼개기’는 다가구주택의 구조를 임의로 변경해 가구수를 늘리는 행위다. 자취방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대학가에서는 원룸 ‘방쪼개기’가 만연하다.
물론 모든 ‘방쪼개기’가 불법은 아니다. 구청에 신고해 건축물대장의 가구수를 변경하면 합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구청에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방쪼개기’를 한다. 가구수를 늘리려면 주차장도 같이 늘려야 하는 건축법 때문이다. 건축법에 의하면 다가구주택은 가구당 0.5대의 주차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이 부족한 대학가의 특성상 주차장을 늘리기는 어려워 불법 ‘방쪼개기’가 성행한다.

근린생활시설을 다가구주택으로 무단 변경해 사용하는 ‘무단용도변경’ 또한 주차장 규제 때문에 일어난다. 건축법에 따르면, 근린생활시설은 134㎡ 당 1대의 주차장만 만들면 된다. 다가구주택보다 주차장 규제가 약하다. 이 때문에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하는 ‘무단용도변경’이 발생한다.

우리 학교 주변도 ‘무단용도변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성균관로 7길의 한 건축물은 건축물대장에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라고 기재돼있다. 제2종 근린생활시설은 상가나 조그마한 사무실처럼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에 편의를 주는 시설물이다. 그러나 이 건물은 일반적인 다가구주택처럼 사용되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다가구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하려면 건물소유자는 주차장을 늘리거나 가구수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주차장을 늘릴 공간이 없고, 가구수를 줄이면 그만큼 임대수익을 받지 못하기에 ‘무단용도변경’이 이뤄진다.

무단증축 옥탑방이 있다고?
‘무단증축’도 대학가의 흔한 불법건축물 현장 중 하나다. ‘무단증축’은 허가나 신고를 받지 않고 건축물을 확장·축조하는 행위를 말한다. 행정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채로 옥상에 옥탑방을 설치하면 ‘무단증축’에 해당한다.

‘무단증축’은 건물마다 *용적률과 *건폐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건폐율과 용적률은 최대 건축 가능 규모를 결정하는데, 건축물대장에 기재된 두 기준을 어기고 건물을 증축하면 불법이다. 이길연 건축사는 “대부분의 주택은 일정한 토지를 최대한 많이 활용하기 위해 신축단계에서부터 건폐율과 용적률을 꽉 채운다”며 “건물의 공간을 더 늘리기 위해서 무단증축을 한다”고 설명했다. 건물의 부피가 늘어나면 원룸으로 내놓을 수 있는 방이 많아져 임대수익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 무단증축의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화재와 소음에 취약한 불법건축물
불법건축물은 화재와 소음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건축법에는 다가구주택의 가구 간 경계벽은 불에 강한 내화 구조여야 함을 명시한다. 불법건축물은 이러한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이 건축사는 “불법건축물은 행정기관에 인허가를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전문 건축가의 조언을 받지 않은 채 인테리어 업체에 의해 시공되는 경우가 많다”며 “원래는 도면에 벽체의 소재를 기재하지만 불법건축물은 그러지 않아 기준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합법적인 경우 차음 및 내화구조를 갖춘 △석고보드 △시멘트 △콘크리트를 쓰지만 불법건축물은 대부분 얇은 석고보드를 쓴다”고 덧붙였다.

복도의 폭도 문제가 된다. 합법적인 건축물은 화재시 대피를 위해 1.2~1.5(1.8)m 폭의 복도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불법건축물은 그 기준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취재 과정에서 발견한 명륜2길의 한 주택 역시 ‘방쪼개기’로 인해 복도가 좁아져 법적 기준을 지키지 못한 사례 중 하나다.

화재 진화 및 구조현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화재 시 소방대원은 건축물의 설계도를 보면서 발화지점과 구조경로, 구조자가 있을 법한 장소를 추정한다. 하지만 불법건축물은 설계도와 실제가 달라 소방대에 혼란을 준다. 지난해 발생한 세종병원 화재에서 설계도면에 없던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과정에 혼선을 빚었다.

해결 못 하는 행정기관 
학교 주변을 직접 돌아다니며 확인한 결과 △방쪼개기 △무단용도변경 △무단증축을 한 건축물이 여럿 있음에도, 위반건축물이라고 적힌 경우는 드물었다. 인근 부동산은 인터넷에 무단으로 쪼갠 방을 버젓이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거주민은 자신이 불법건축물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학교 근방에서 자취하는 유정엽(전자전기 13) 학우는 “대학가 주택 중 불법건축물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불법건축물의 관리·감독 체계가 없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종로구청은 민원이 접수돼야만 불법건축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종로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민원 접수 후 위반건축물로 판정되면 자진 시정을 요청하며,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건물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확인하는 게 아니기에 불법건축물이 잘 적발되지 않는다. 또한 적발되더라도 이행강제금 부과에 그쳐 불법건축물의 실질적인 개선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 건축사는 “불법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더라도 시공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히며 불법건축물 개선의 미흡함을 언급했다.

입주자는 어떻게?
불법건축물의 위험 속에 놓인 입주자들에 대해 이 건축사는 주차장을 확인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건축법에 가구수당 만들어야 하는 주차장이 정해져 있다”며 “가구수는 많은데 주차장의 공간이 터무니없이 작다면 불법건축물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 후 건축물대장과 실제 건물을 비교해 불법건축물인지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축물대장=건설한 건축물의 내역을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건물의 상황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기재하여 관리하는 서식.
*용적률=전체 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
*건폐율=전체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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