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윤수 (kysoosyk29@skkuw.com)

차를 통해 자기성찰에 이른다면 국적 상관없이 다도를 하는 것
차문화는 현재 대중화가 시작되는 시기

지난 25일, 한국차문화협회는 제39회 차의 날을 맞이해 ‘전국차인큰잔치’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직접 *제다 체험을 해보고 다례를 시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차문화를 접했다. 차는 전통 성년례의 *초례, 삼월 삼짇날의 풍습 등 다양한 전통 행사에서도 빠지지 않는 우리 문화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재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존의 다회보다 형식으로부터 자유로운 ‘찻자리’가 대중화되는 등 차는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삶에 여전히 녹아 있는 우리나라의 차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차, 화랑도 정신과 불교 문화에서 우러나다
한국다도협회의 창립자인 故 정상구 회장의 저서 『한국다문화학』에서는 “다도란 차를 마시는 멋과 더불어 인간의 몸과 마음을 건전하게 하며 멋 속에 삶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다도의 기원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故 이귀례 한국차문화협회 명예이사장의 저서 『한국의 차문화』에서는 “정사(正史)에 나타난 최초의 차 관련 자료로 『삼국사기』의 선덕여왕 때에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차문화』에서는 초창기의 다도정신은 화랑도 정신과 불교 문화 속에서 움트기 시작했다고 봤다. 화랑도와 다도문화 사이의 관계를 찾아볼 수 있는 기록으로는 고려 시대 안축의 ‘한송정’이라는 다음의 시가 있다.

“사선이 일찍 이곳에 모였으니 종자가 맹상군 문객만 하였다. 구슬신 신은 분들은 구름처럼 다 가고 푸른 수염 난 관송은 불에 타 안 남았네. 선경을 찾으려니 푸른 숲이 그리워 옛날을 회상하며 황혼에 서 있네. 오로지 차 끓이던 우물만이 있어 의연하게 돌 뿌리 옆에 그대로 남아 있다.”

『한국의 차문화』의 설명에 따르면, 여기에서 사선은 화랑을 의미하고 시의 내용으로 비춰 볼 때 화랑이 다도를 즐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덧붙여 “화랑도에 대해 가장 중요한 수양방식 중 하나가 도의(道義)를 닦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일상생활이 수도(修道)와 수행의 연속이었던 화랑에게 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호식품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다도가 불교 문화를 중심으로 꽃피운 사실 역시 옛 기록을 통해 잘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삼국유사』의 경덕왕과 승려 충담 사이의 일화를 들 수 있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충담이 당시 *앵통을 멘 행색을 하고 있었으며, 경덕왕이 충담에게 차를 달여 오도록 부탁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이에 대해 “승려를 중심으로 한 불교 문화 속 다도가 널리 퍼져있음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도는 일본 차문화, 다례는 우리 차문화?
사람들이 종종 다도에 관해 “다도는 일본의 차문화를 말하며 한국은 다례가 고유의 차문화”라고 종종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다문화학』에 의하면, 조선 후기의 옛 다서 『다신전』의 차의 보관방법을 다룬 이후에 다도라는 표현이 세 번 쓰이는 등 우리 차문화 속에서도 다도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중국 풍속사 연구가인 봉연의 『봉씨문견기』에서도 다도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일본의 다도사에서도 다례라는 표현이 쓰이는 것으로 볼 때, 다도와 다례는 국가와 상관없이 사용한 단어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덧붙여 『한국다문화학』에서는 “엄밀히 따지면 다례는 다도의 중요한 핵심적인 부분으로 다도가 조금 더 넓은 개념”이라고 정리했다. 우리 학교 김세리 성균문화예절차문화연구소 소장은 “단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이름이 ‘도(道)’로 끝나는 경우, 행위를 통해 정통하고 어떤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 설명했다. “차를 통해 자기성찰에 이른다면 한ㆍ중ㆍ일 뿐만이 아닌 동서양의 누구라도 다도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다문화학』에서는 다례를 “차를 마시는 데 있어 이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예절과 심신수련”이라고 설명한다. 교육기관과 각종 지자체 주최의 예절교육 행사에서 다도 관련 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이들을 다례의 대표적 예시라고 볼 수 있다. 다도는 신라 시대에는 화랑의 심신수련을 도왔던 것처럼 현재에도 예절교육의 수단으로써 자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티 클래스를 직접 운영 중인 푸드스타일리스트 메이씨는 위와 같은 다도 중 다례의 엄격함이 대중이 차문화를 수용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茶문화의 새로운 방향(芳香)
최근 기존의 다회·차회와 같은 차 모임이 ‘찻자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눈에 띄기 시작했다. 주로 차문화를 어렵고 부담스럽다고 느끼던 20~30대의 젊은 층이 이제는 차를 가볍게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차문화의 양상에 대해 메이씨는 “커피와 담배를 비롯한 여느 기호식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 역시도 기호식품이기에 관련된 문화에 대해서도 깊게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냥 기호식품 자체를 편하게 즐기고자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편하게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다시 말해 현재 차문화는 대중화가 시작되는 시기라는 게 커피 같은 여타 기호식품과의 결정적 차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를 통해 차를 즐기는 모습이 차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의견도 있다. 2017년 여름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한 일요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부부가 보이차를 즐기는 모습이 곧잘 등장했는데, 해당 프로그램의 흥행에 힘입어 한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방영 이후 한 달 동안 보이차 및 마테차의 판매량이 2016년 같은 시기에 비해 329%P 증가하기도 했다. 다도 클래스를 운영하는 문화공방 ‘고요채’의 김나리 대표는 “미디어를 통해 연예인 부부가 일상 속에서 차를 즐기는 모습을 접함으로써 대중에게 차가 보다 친숙한 소재가 되고, 직접 체험하고 싶다는 욕구를 들게끔 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한 젊은 층에게 차문화가 보다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다가가게 된 계기로 메이씨는 “SNS의 발달, 그중에서도 특히 사진·동영상을 매개로 하는 3세대 SNS”를 꼽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을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이에 기존의 1·2세대 SNS는 글 형태로 자신의 개성·가치관 등을 표현해온 반면, 요즘 SNS에서는 주로 사진이나 짧은 영상을 통해 자신의 거창한 가치관 보다는 편하게 일상을 타인과 공유한다. 따라서 차는 현대인의 욕구 충족에도, 최근 SNS의 소재로도 적합했던 것이다.

이 같은 요인들에 힘입어 보다 많은 사람이 차문화를 접하고 있다. 정성우(글경제 15) 학우는 “기존의 다례라는 형식적인 관습으로부터 벗어난 분위기 덕에 종종 차를 부담 없이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변화한 차문화의 인식에 대해 메이씨는 “차도 커피처럼 보다 많은 사람이 향유하게 되는 대중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 정리했다. 김세리 소장은 “앞으로 ‘쉼’과 ‘치유’로서의 기능이 부각될 것”이라며 “차는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사람들이 차문화를 접하는 시작이 한국 차였으면 한다”며 “먼저 우리 차문화의 정서를 이해하고 세계 차를 알아가면 체계적으로 차문화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제다=차나무의 싹ㆍ잎ㆍ어린줄기 등을 찌거나 볶거나 발효시킨 후 찧기ㆍ압착ㆍ건조 등의 공정을 거쳐 마실 수 있는 차로 만드는 기술.
*초례=전통 성년례의 한 절차로 큰손님이 성년자에게 차를 내리고 차 마시는 법도와 교훈을 가르침.
*앵통=중이 물건을 넣어서 등에 지고 다니는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