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철오, 정지욱 기자 (esqjung@naver.com)

이는 유난히 어려웠던 작년 수능을 치르고 당당히 성균관대 자과캠에 입학하게 됐다. 오늘은 개강일. 기나긴 방학(?)을 마무리하고 이제는 활기찬 대학생활을 맞이할 때다.

늦은 아침, 때묻은 교복 대신 니트와 면바지로 깔끔하게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고교시절에는 억지로 새벽같이 일어나는 게 힘들고 피곤했지만 지금은 여유와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대학생이다. 지난 밤 단잠을 자서인지 몸이 가볍다. 지하철을 타고 사당역 9번 출구에 도착한 율이는 낯선 버스정류장에서 길게 서있는 줄 맨 끝에 섰다. 어색했지만 오늘 신문을 훑어보며 버스를 기다렸다. 드디어 버스가 도착했고, 30분 후 그는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1천3백원인 버스요금이 회수권으로는 1천2백원으로 판매되기에 예닐곱장을 샀다.

꽃샘추위 때문인지 다소 쌀쌀했지만 봄내음 가득한 교정을 두리번거리며 마냥 신났다. 주머니에서 꺼낸 핸드폰으로 기숙사에 사는 친구에서 전화를 건다. “야, 나 학교 왔는데 수업 같이 들어가자.” 학교를 가로질러 기숙사 앞에서 친구를 기다린다. 새로 지었다는 노랗고 거대한 기숙사가 으리으리했다. 친구는 좀 전에 일어나서 씻었는지 눈이 부어있고 머리에 물기가 남아있다. ‘나도 기숙사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며 부러운 생각에 빠진다. 친구가 묻는다. “우리 강의실 어디냐?”, “글쎄다, 26309라고 써있는데…” 큰일이다. 10분전인데 강의실을 못 찾고 있으니. 마침 지나가던 여학생에게 도움을 청한다. “앞에 두 자리는 건물 고유번호에요. 가운데 3은 층을 말하고, 끝에 두 자리는 강의실 번호. 그러니까 제2공대 3층 9번 강의실이란 뜻입니다.”

대학의 첫 수업.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하릴없이 교정을 돌아다니던 친구와 율이는 의대 옆 농구장이 보이자 서로 마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오랜만에 열심히 땀흘리며 운동을 하니 슬슬 배가 고프다. O.T때 알게된 선배에게 연락해서 밥을 사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했다. 약대 시계탑에서 선배를 만나 후문 쪽 식당가로 나간다. 학교 주변이라 그런지 식당 아주머니께서는 친절하고 밥도 맛있었다. 아주머니에게 어느덧 “이모!”라 부르며 너스레를 떨더니 친해졌다. 다음에 또 오겠노라 약속하고 식당을 나서며 포만감에 배를 쓰다듬는다. 선배는 수업이 있다며 강의실로 뛰어가면서 저녁때 술 한잔 하고 싶으면 연락하란다. 친구마저도 공강시간이 길다며 기숙사로 들어가야겠단다.

쪽문을 향해 친구와 걷다가 친구를 보내고 율이는 혼자가 됐다. 뭘 할까 고민을 하는데 저쪽에서 O.T때 같은 조였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아니 쟤들이, 나만 빼고 같이 다녔나보네.’ 배신감이 들었지만 혼자였던 율이는 구원자를 만났다는 생각에 반가움으로 그들과 어울렸다. 학생회관 2층에 있는 징검다리라는 휴식공간에 모두 앉아 차 한잔과 함께 담소를 나눈다.

어느덧 강의 시간이 돼 31213이란 강의실을 찾아다닌다. 이과대, 약학대, 생명과학(생과)대가 모여있는 이 건물은 마치 미로 같았다. 한참을 헤맨 끝에 5분 늦게 강의실에 들어간다. 오전 수업과는 다르게 첫 날부터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간다. 허겁지겁 노트를 꺼내 교수님의 말씀을 귀기울여 들으며 열심히 필기한다. 율이는 ‘강의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느낀다.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을 찾았다.‘이제부터 도서관을 자주 찾아와 책도 많이 읽고 열람실에서 열심히 공부해야지’라고 다짐한다. 노을이 질 무렵 밥좀 먹어 보자며 기숙사에 있는 친구를 불러서 저렴한 학교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친구는 “기숙사 식권이 있는데…” 라며 아쉬워한다. “알았어. 내가 쏠게!” 이제야 안심이 되는지 친구는 맛있게 먹는다.

아까 그 선배한테 전화를 했더니 후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보면 보이는 술집이 있다며 그리로 오란다. 부대찌개와 함께 쓰디쓴 소주를 마시며 그들은 점점 취해간다. 2차로 생맥주까지 마시니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취해버린다.

늦은 밤이 되어 술자리가 다 끝이 나고 선배들에게 인사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힘든 언덕길을 올라 성대역에 간다.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며 집에 돌아온 율이는 대학생활의 시작인 오늘하루를 다시 돌아보며 알찬 대학생활을 하겠노라고 다짐한다.
김철오 기자 co-kim05@mail.skku.ac.kr


학생이 된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쳐서인지 늦잠을 잔 ‘명이’(가명)는 첫날부터 지각을 걱정하며 부산하게 움직여야 했다. 혜화역에 도착해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는 1번 출구로 나오자 코너를 돌아서 길게 늘어서 있는 줄. ‘허걱! 첫날부터 지각이라니’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갈 무렵 신입생 간담회 때 같이 술을 마셨던 성균(가명) 선배와 마주쳤다.

선배와 새로운 학교 생활에 대한 부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셔틀버스가 왔다. 버스에 올라서면서 학생증을 대니 잔액이 부족하다는 소리가 났다.“이상하다 분명히 충전 시켰는데 이게 왜 이렇지”하고 의아해 하자 선배는“셔틀버스는 일반 교통카드 충전이 아닌 금잔디 식당 앞 충전기를 이용해야 한다”며 “교통카드 충전말고도 운동장 구석에 있는 매표소에서 한 장에 2백50원씩 회수권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해 줬다.

600주년 기념관 앞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렸다. 성급히 강의실로 가려는 순간 명이는 뒤늦게 그녀가 아직 강의실의 위치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강의실 위치를 몰라 머뭇거리고 있자“늦었다며 왜 수업 들으러 안가?”하며 선배가 물었다.“31704라는 강의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자, 선배는 얼굴에 웃으며“31로 시작하는 것은 인문관을 뜻하고 704는 7층 4호 강의실이라는 의미”라며 수업 끝나고 전화하면 밥을 사준다고 했다.

첫 수업이 시작 됐다.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대학교의 수업 시간, 하지만 교수님은 이런 그녀 마음을 모르시는지 첫 시간부터 리포트 숙제를 내주셨다. 아직 글 쓰는 것에 익숙해 있지 않은 그녀에게 리포트 숙제는 커다란 걱정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점심 시간이 돼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선배는 수업중인지 전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아직 학교 식당의 이용 방법도 모르는 그녀지만 첫 날부터 굶을 수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금잔디 식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운좋게 수업에 들어 간줄 알았던 선배를 만났다.“지하 당구장에서 당구 치느라고 전화 오는 줄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대신 맛난 거 사주셔야해요”라고 하자 선배는 웃음을 띄며 600주년 기념관 은행골 식당으로 데리고 간다. 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애기를 나누던 중“선배 3시까지 공강 시간인데 도서관에 공부하러 가야겠어요”라고 하자 선배는 “원래 1학년은 도서관이 어디 있는지도 몰라도 되는 것”이라며 핀잔을 줬다.

결국 선배의 말을 따라 점심을 먹고 도서관을 지나 경영관 지하 3층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한 명이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학교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편의점 △기념품 매장 △안경점 △사진관 등 학교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놀란 것은 지하 4층에 당구장이 있다는 것이다.‘학교 안에 이런 시설이 있는 학교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수업을 위해 다시 강의실로 향했다.

하지만 강의실에 들어와 수업 시작 시간이 20분이 지났을 무렵 교수님께서는 들어오시지 않으시고 왠지 고학번처럼 보이는 학생이 들어 와“교수님께서 편찮으신 관계로 휴강한다”고 말하고 나간다. 놀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첫 날부터 지각에 휴강까지, 첫 날을 이런 식으로 보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툭 쳤다. “입학 첫 날부터 무슨 공부냐? 술이나 마시러 가자”며 명이에게 가방을 싸라고 한다. 입학 첫날부터 자유로운 대학 문화를 즐기지 못하고 도서관에 앉아있었던 것이 지루했던 참에 잘됐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막상 술집에 들어서자 아직 한번도 술을 마셔본 적이 없을 뿐더러 입학 전부터 주위 사람들에게서 입학하면 선배들이 술 많이 먹이니까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터라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실제로 술자리에 참석을 해보니 술을 강요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모두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그녀도 즐거운 마음으로 대학에 들어와 처음 맞이하는 술문화를 즐겼다.

술자리를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온 은행은 6백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뤄진 성균관의 문화를 개학 첫 날에 모두 배우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앞으로도 학교 생활을 더욱 충실히 해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 여러 사람들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지욱 기자 esqjung@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