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철현 기자 (gratitude@skkuw.com)
정가영 교수(뒤쪽)와 연구진이 실험하는 모습. 정 교수는 2017년 만45세 이하 최우수 젊은 과학자들의 단체인 ‘차세대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으로 선출된 바 있다.
정가영 교수(뒤쪽)와 연구진이 실험하는 모습. 정 교수는 2017년 만45세 이하 최우수 젊은 과학자들의 단체인 ‘차세대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으로 선출된 바 있다.
ⓒ우리 학교 홈페이지 캡처

GPCR-G단백질 결합 단계별 규명
신약개발의 새로운 방향 제시


지난 10일 우리 학교 정가영(약학) 교수 연구팀이 신약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관련 학술논문이 생명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셀(Cell)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세포막에 있는 *G단백질수용체(G-protein coupled receptor, 이하 GPCR)가 세포 내에 있는 G단백질과 결합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규명했다. GPCR은 세포 외부에서 들어온 자극을 세포 내로 전달하고 G단백질은 이 자극을 수용·증폭하는데, 이 과정을 밝힌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부 자극으로 GPCR과 G단백질이 결합해 신호 전달계가 활성화되면, GPCR이 관여하는 일련의 과정이 시각, 후각 등의 감각계에서 대사, 면역 기능 등의 면역계까지 몸의 다양한 기능을 조절한다. 여기서 GPCR은 의약품, 호르몬 등을 세포 내로 전달해 적절한 반응을 유도한다. 실제로 의약품의 40%가 GPCR을 통해 작용한다.

GPCR 연구와 신약개발을 잇는 노력은 2012년 미국에서 GPCR과 G단백질이 결합한 구조를 밝히면서 활발해졌다. 해당 연구는 노벨화학상을 거머쥐며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듯했지만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정 교수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GPCR을 열쇠로, G단백질을 자물쇠로 비유한다. 그는 “열쇠가 자물쇠를 푸는 과정은 총 4단계로 이뤄진다”며 “기존 연구는 이미 신호전달이 끝나 자물쇠가 풀린 마지막 단계만을 규명한 것”이라 말했다. 실질적으로 세포에서 일어나는 신호전달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열쇠가 자물쇠를 푸는 2, 3단계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GPCR이 세포 내 반응을 유도하기까지 순차적인 구조 변화를 밝히고, 나아가 약물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 GPCR의 구조도 제시했다. 또 이를 통해 GPCR과 G단백질의 결합 초기 구조를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연구의 의의로 “향후 GPCR 작용 약물을 개발하는데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간 단계인 2, 3단계의 구조를 설명하는 일을 앞으로의 연구 과제로 꼽았다. 그는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좀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교수는 201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스탠퍼드대 코빌카 교수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몸담았다. 그는 차기 연구 주제로 노벨상 연구 결과인 GPCR-G단백질 결합체의 결합 과정에 관심을 뒀다. 이에 새로운 질량분석방법(Pulsed labeling HDX-MS)을 활용하면서 정 교수 연구팀은 2012년 노벨상 연구로부터 진일보한 결과를 얻었다.

*G단백질수용체=외부환경의 신호를 세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막 수용체군이다. GPCR의 기능이 부진하면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알레르기, 암, 우울증, 정신병, 폐질환 등 각종 질병의 발병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GPCR이 G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 과정. G단백질이 결합하는 초기(Step 2, 3) 구조가 효과적인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GPCR이 G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 과정. G단백질이 결합하는 초기(Step 2, 3) 구조가 효과적인 신약개발에 도움이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