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 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괄목할 만한 이 소식에 국내의 각 주체들은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은 <어벤저스> 개봉 당시를 연상케 하는 촘촘한 상영 시간표를 뽑아내기 시작했고, 현 정부의 행보에 대해 논하는 자리에서도 <기생충>의 수상 소식이 인용되었으며, 모 평론가는 <기생충>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비단 영화 담론 전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한 영화제작에 참여한 모든 스텝들이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는 사실이 영상 제작 업계 사이에서 주목을 받는 한편, 전작이었던 <마더>의 주연 김혜자 배우의 발언으로 인해 영화 제작 환경 내에서의 성 위계와 배우 착취에 대한 문제가 다시금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기생충>에 대한 관심과 이를 둘러싼 각 계의 서로 다른 주체들이 누구보다 활발하게 이 영화에 대해 말하고 있는 현 시점, 아쉽게도 필자는 현재 외국에 체류 중인 관계로 언제 이 영화를 볼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 의도치 않게 <기생충> 담론에서 철저한 외부인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SNS, 기사나 비평을 통해 접하는 <기생충>에 대한 수많은 목소리를 관찰하다보면 먼 곳에서 계속하여 몸집을 불려나가는 엉킨 실 뭉치를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즉, 이 영화는 좋은 연출, 훌륭한 각본에 봉준호라는 거장의 손길이 더해져 탄생한 마스터피스이기 이전에, 이 자체가 이미 한국영화의 위상에 대한 대유(代喩)이자 영화계, 혹은 영화계 밖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의제 -제도, 사회, 노동권 등-의 담론 또한 포괄하는 하나의 메타-담론 덩어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야기’ 자체가 힘을 갖고 그 힘이 영화 내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현상,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영화를 둘러싼 자신의 입장과 생각에 대해 말하는 이 상황이 오랜만에 느껴지는 지라 낯설지만,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다.

이런 반가움 속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영화에 대해 논하는 평론 자체의 위상에 대해 대중들이 적극적으로 재고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징후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모 플랫폼에 게시한 자신의 <기생충> 20자 평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을 들 수 있다. 그가 쓴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우화”라는 평에 달린 “와우 어미 빼고 전부 한자어라니”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으면서, 대중에게 다가설 수 없는 비평 혹은 평론의 존재의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대두된 것이다.

이렇게 불거진 평론에 대한 대중의 의심, 비판이야 말로 <기생충>이 낳은 가장 긍정적인 나비효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동진의 문체와 해석에 대해 모 네티즌의 평처럼 “영화에 대한 납작하고 평이한 요약이지만 그럴싸한 단어로 어깨뽕을 넣고 있다”고 생각하든지, 아니만 수직적인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영화의 심상을 적확하게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이든지 간에, 아직까지 한국 사회가 평론이라는 언어 체계에 대해 각 계층,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읽고 논하고 평할 수 있는 무언가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시끄러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기생충>이 가져온 변화들이 지속 됐을 때 생겨날 활력에 대해 생각한다. <기생충>을 둘러싼 왁자지껄함이 가지고 있을 본원의 힘을 믿는다. 이야기와, 이에 대해 말하고 떠들며 끊임없이 생명력을 더하는 사람들의 힘을 믿는다.

김재형(일반대학원 국문학과 석사과정ㆍ4기)

*참고자료 : [2019.05.09] 스타체어(Star Chair) 세번째자리 - 배우 김혜자 With 봉준호감독https://youtu.be/MKURPE-iekQ
'명징하게 직조' 영화 평론가가 남긴 기생충 한줄평 화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4/20190604019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