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중독된 나, 환자인가요?
게임에 중독된 나, 환자인가요?
  • 성대신문
  • 승인 2019.06.25 21:32
  • 호수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정현 교수,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더 많은 연구 필요해"
의료계, 게임중독에 대한 적극적 예방과 치료 가능해져
 

국제보건기구(이하 WHO)는 지난달 25일 제11차 국제표준질병분류(이하 ICD)의 6번째 항목 ‘정신·행동·신경발달 장애’의 하위항목인 중독성 행동의 세부내용에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추가했다. WHO의 결정을 국내 질병 분류에도 반영하는 문제를 두고 게임업계가 큰 반발을 보이는 가운데, 의료계나 정부 부처들은 팽팽한 대립을 이어나가고 있다.

게임산업과 게임중독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2018. 연간호)>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산업은 2017년 대비 10.9% 증가했으며 두 자릿 수 성장률을 달성했다. 산업 규모로는 1349억 달러(한화 약 152조 4000억원)를 달성했다. 게임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게임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아주대 문화컨텐츠학과 김민규 교수는 논문 「게임문화정책의 효과에 대한 성찰과 제언」에서 “한국 게임산업은 2017년 약 12조 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국내 문화산업 수출액 중에서 게임산업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수치들을 보면 게임산업은 문화산업을 대표하는 산업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게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게임중독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WHO는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를 ICD-11에 등재하기로 했다.

‘ICD-11’의 정체는?
제11차 국제표준질병분류(ICD-11)는 무엇일까. ICD는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의 약어로, 사람의 질병 및 사망 원인에 대한 표준 분류 규정을 의미한다. ICD는 WHO가 전 세계의 건강 동향 및 통계를 파악하기 위한 기반이 되며, 질병과 건강 상태를 보고하기 위한 국제 표준의 역할도 수행한다.

1990년 ICD-10이 나온 후 30년 만에 통과된 ICD-11은 지난 25일 WHO의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개정됐으며, 2022년부터 194개의 WHO 회원국에 적용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통계청에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이를 반영하며 2025년 이후에 적용 가능하다.

ICD에서 게임이용장애는 정식 질병코드 ‘6C51’을 부여받았다. △게임이용의 통제기능이 손상된 경우 △게임을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우선시하는 경우 △게임이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12시간 이상 게임을 지속해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게임중독을 판단할 수 있다.

‘ICD-11’이전에는 ‘DSM-5’가 있었다
‘ICD-11’ 통과 전에도 전 세계적으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등재하기 위한 시도는 꾸준히 있었다. 2013년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이하 APA)는 인터넷 게임중독을 진단할 수 있는 9개의 진단기준을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이하 DSM) 5판(DSM-5)에서 제시했다. APA는 여러 국가에서 발생하는 인터넷 게임의 중독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정신의학적 ‘장애’로 분류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하지만 APA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정에 따라 인터넷 게임중독을 DSM-5에 공식 질환으로 등재하는 것을 최종 보류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DSM-5’ 발표 이후 ‘ICD-11’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논할 만큼 근거자료가 충분히 제시됐느냐는 것에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중앙대 경영학부 위정현 교수(한국게임학회 회장)는 지난 27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정신의학회에서 찬반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존재하는 치료 시스템으로 충분하다고 본다”며 현재 단계에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성급하게 질병 등재를 서두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섣부른 질병분류, 부작용도 존재해
연구 부족 문제 외에도 게임업계는 한국 게임산업에 미칠 막대한 피해를 근거로 게임중독의 질병 등재를 반대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게임이 의료적 장애 진단의 대상으로 인식될 경우 △기술 연구 및 지원 감소 △매출 하락 △산업 규제 강화 △투자 및 고용 축소 등의 부정적 영향이 퍼질 것이라 밝혔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게임 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이라는 분석 보고서에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게임중독 질병코드가 도입된다면 6조 3454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질병코드화로 인해 정부로부터의 규제 강화 및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짐에 따라 △게임산업의 매출 △수출 △종사자 수 등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마케팅 비용이 상당하다는 게임업체의 입장도 제시됐다.

게임중독의 질병 분류가 불러오는 문제점으로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우리 학교 이혁구(사복) 교수는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자신을 게임중독자로 바라보는 자기낙인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자기낙인 효과는 자신이 직면한 문제(질병)를 자기의 의지와 노력에 상관없는 영역(치료)으로 받아들일 때 발생한다. 이 교수는 “자기낙인 때문에 스스로 병을 이겨내려는 의지에 대한 자기 책임성이 줄어든다”며 질병분류 체계로 인한 자기낙인 효과가 자아정체성 형성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게임중독의 경우 10대 청소년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특수한 경우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게임중독은 사춘기 청소년의 스트레스, 환경적 요인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금 단계에서 게임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질병 보유자로 진단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라고 언급했다.

의료계, 체계적인 진료 가능해져
의료계는 게임중독에 대한 적극적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며 게임이용장애가 ICD-11에 등재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는 “이전까지는 게임중독과 관련된 연구나 진료를 진행할 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ICD-11의 기준이 국내에 도입되면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과 피해 현황을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게임중독 진료가 이전보다 체계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한다. 조 교수는 “질병으로서의 게임중독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아 환자의 상태를 진단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등재되면 전문적인 치료 가이드가 생기기 때문에 전보다 더 체계적인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WHO의 게임중독 정의가 모호해 의료계의 과잉 의료 행위를 부를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조 교수는 “정신과에서는 게임을 많이 한다고 무조건 게임중독으로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실제 정신과에서 게임중독이라는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환자의 사회적 기능 손상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게임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고 일상생활보다 게임이 더 우선시될 경우에만 게임중독이라는 진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보자, 게임중독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겪으며 각 업계의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인터넷기업협회 엔스페이스에서 진행된 ‘2019 4차 굿인터넷클럽 격동하는 게임 시장, 봄날은 오는가’ 패널 토론에서, 가천대 게임대학원 김진욱 겸임교수는 “‘게임은 나쁘다’라는 낙인이 찍힐 때까지 게임업계가 과연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넘어서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협회장 한성숙) 박성호 사무총장은 패널 토론에서 “이번 기회에 게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고, 문화 컨텐츠를 새롭게 바라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위기를 기회로 바라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사캠 - (03063) 서울특별시 종로구 성균관로 25-2 성균관대학교 호암관 3층 50325호
  • TEL : 02-760-1240
  • FAX : 02-762-5119
  • 자과캠 - (16419)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서부로 2066 성균관대학교 학생회관 2층 03205호
  • TEL : 031-290-5370
  • FAX : 031-290-5373
  • 상호 : 성대신문
  • 발행인 : 신동렬
  • 편집인 : 배상훈
  • 편집장 : 박기황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기황
  • 성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성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kkuw.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