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철현 기자 (gratitude@skkuw.com)

인터뷰 - '무아' 김아나ㆍ전영우 대표

왼쪽에서부터 '무아'의 전영우, 김아나 대표.
왼쪽에서부터 '무아'의 전영우, 김아나 대표.
사진 l 박철현 기자 gratitude@skkuw.com

불교의 전통적 가치 부각
유소년층에서 노년층까지

불자이자 불교미술을 전공한 20대 대학생은 불교미술이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고민을 구체화하고 현실 가능한 도안을 그려 시장에 선보였다. 쉽지 않은 소재를 재밌게 풀어낸 그들의 결과물에 시장은 신선하다는 평을 건넸다. 지난 3일 충무창업큐브에서 무아의 김아나, 전영우 대표를 만났다.

무아를 소개해달라. 
무아는 2015년에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대학 시절 사찰에서 열린 어린이 법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아이들이 쉽게 불교를 접할 수 있는 교구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유소년층을 상대로 불교미술의 전통적 가치를 살린 교육 상품을 개발했다. 우리는 재미와 교육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아이들이 우리의 작은 결실을 통해 무아지경의 경험을 해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회사 이름을 ‘무아’라고 지었다.

상품에서 보인 불교미술의 현대화 과정을 소개해달라. 
마인드래치는 인쇄된 도안을 따라 긁어내면 불교미술 작품이 보이는 체험형 미술 상품이다. 도안의 기본이 되는 불교미술 작품은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 △박물관에 비치된 문화재 △자체적으로 선정한 작품으로 선정한다. 특히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은 교육적인 연결지점을 형성해 선생님들이 미술·역사 시간 교구로 많이 찾는다. 디자인 과정에선 종교적인 이유로 반드시 표현해야 하는 부분을 유념한다. 예를 들어 석가모니가 걸치는 *가사가 붉은색이어야 하는 건 절대적으로 지켜야 한다. 반면 손과 발에 물갈퀴가 있어야 하는 규범은 다소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그 외에 다섯 가지 원색을 사용해 세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원화와 달리 다양한 색감을 사용한다. 또 세월에 무뎌져 바랜 원화의 느낌을 덜기 위해 작품의 라인을 새로 정리하고, 실제 출시하는 제품의 규격을 고려해 구성적 미를 새롭게 고려하기도 한다.

마인드래치에 열중하는 아이의 모습.
마인드래치에 열중하는 아이의 모습.
ⓒ무아 제공.

종교를 내걸어 대중성을 획득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예상대로 불교 시장의 수요는 높았지만, 기타 시장의 호응을 이끌기 어려웠다. 거의 무자본으로 시작한 창업이었기에 정부지원금이 필요했는데 종교상품으로 지원을 받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이를 타파한 방법은 회사의 브랜드를 불교의 전통적 가치에 집중시킨 일이다. 종교적인 교리보다 문화·역사·예술적인 가치를 부각한 것이다. 역사와 문화재가 보여주듯 우리는 불교가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종교기관에는 종교적 의미를 부각하고 기타 기관에는 문화재로의 가치를 부각하는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었다.

‘힐링’ 유행에 따라 20~30대로 소비자층을 확대할 생각은 없나.
불교 자체가 힐링에 가까이 있는 코드는 맞지만, 다도·명상·템플스테이 등 불교 관련 체험형 문화는 아직 소수만이 즐기는 마이너 컬쳐라고 생각한다. 지금 젊은 세대는 여행처럼 소비적인 것에서 힐링을 찾는다. 정신적인 힐링 체험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건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 한편, 노년층은 청년층보다 더 가능성 있는 시장이다. 최근 복지관에서 우리 상품을 접하는 노인분들의 만족도가 유소년층보다 높다고 느꼈다. 전 세대 중에 전통문화가 익숙한 세대이기도 하고, 그들에게는 흔치 않은 문화상품 체험이 주는 즐거움도 한몫하는 것 같다. 따라서 지금은 유소년층을 대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차츰 노년층으로 확대해 볼 생각이다.

무아의 경영철학에 대해 소개해 달라.
전통문화를 재밌게 교육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다. 질 좋은 상품으로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밌게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회사 내부적으로 우리는 서로 라이프 밸런스를 잃지 말자고 말한다. 돈에 대한 집착을 경계하고 인간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진정한 ‘무아’를 이루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가사=승려의 웃옷 위에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승려의 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