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유난히 밤샐 일도 지칠 일도 많았던 학기 중에, 발길 닿는 대로 강릉으로 떠나 있었다. 밤바다를 보러 가는 길이었고 수상 소식을 들은 예원 언니는 폭죽이 아니라 축복을 터뜨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진이는 자꾸 꽁치와 조개 살을 발라줬다. 바다는 어둡고 조용한 소리가 들렸고 조금 아늑했다. 그 곁에는 ‘문학적인 것’ 또는 ‘시적인 것’에 대한 물음을 많이 곱씹어야 하는 날들이 있었고, 나 아닌 다른 이들에게로 발화되는 목소리가 어디까지 온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 나눌 사람들이 있었다.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또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무엇들과 마주칠 때마다 시를 쓴지 일 년이 되어간다. 일상적인 흐름을 깨뜨리는 그 감각들에서 어떤 자유와 아픔을 동시에 느낀다. 나의 몸과 마음으로 치열하게 밀고 나가는 일이지만, 동시에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생일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끝내 무언가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민지”라고 쓴 편지를 받았다. 사라지고 있거나 지워지고 있는 것, 심지어는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수많은 얼굴들과 자리들을 생각하면 나는 늘 그런 기분이 된다. 단순히 무거움이라고는 표현할 수 없는 무게 앞에서. 끝내 무언가 뭉뚱그리지 않은 채 말해야만 한다는 선언.

 

 이 시는 –그거 아니?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전설이 된 사람들이 여기에 와 있다는 것- 으로 끝나는 또 다른 시와 연작이다. 엄마의 시계를 들고 오래된 시계방 구석에 앉아 있다가 ‘GALAXY MYTHOLOGY’라는 상표명을 읽은 날에 쓰였다. 엄마를 떠올리면 너무 많은 목소리들이 솟아나서 아무 것도 쓰지 못했는데, 이 시에서 처음으로 ‘엄마’라고 소리 내어 말했다. 아마도 다음에는 사랑하는 준민 씨, 라고 쓰고 싶어질 것 같다. 엄마는 한 번도 스스로 신화가 된 적이 없으므로.    

 

 끝없이 넓은 우주에서 무엇이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수 있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늘 물음을 안고 있다. 우리라는 호명을 놓지 않되 더 섬세해지기로 한다. 거대한 흐름 속에 가려져 있지만 결코 잠식되지 않을 존재들. 소외되는 몸들. 잊히는 목소리들. 또는 잘 알고 있다고 믿기에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더 선명하게 생각하기로 한다. 이렇게 이어지는 모든 것들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어짐이 벅찼던 봄이 지나고, 이만큼 부끄럽고 행복한 소식으로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나의 시를 깊이 읽어주는 예원, 수진, 그리고 정균 씨에게 언제든지 마음을 내어줄 수 있어 좋다. 삶과 언어 너머의 언어까지를 천착할 수 있도록 생각을 열어주시는 국어국문학과의 교수님들께는 늘 감사하고, 앞으로 배울 것이 더 많다. 그리고 나무로 된 서랍에서 23년 넘은 청록색 시계를 비롯한 이런저런 순간을 꺼내주신 아빠와, 23년 만에 어떤 취향에 대해 들려주신 엄마께 감사하다. 여전히 삶 속이라는 것을 미워하고 또 사랑하며 시를 쓰고 있다. 신화가 되기를 거스르며 기꺼이 떠다니는 시 쓰고 싶다.

김민지(국문 17)
김민지(국문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