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늙은 노

삶이 늙은 노 같았다. 희고 푸르고 검은 바다가 소떼처럼 울고 주저앉았다. 하늘이 위태롭게 날아다녔고 멀리서는 처절하게 좌초되었다. 바닷물이 콧머리에 튀었다. 피 냄새와 사과향이 뒤엉켜 났다. 다문 혓바닥이 익다 못해 썩기 시작했다. 혓바닥은 툭 떨어져서 주저앉고 싶었다. 깊은 바다에서 뼈 조각이, 떨어졌다 붙었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춤췄다. 아, 노는 귀가 없다.

 

촘촘한 나뭇결이, 느릿하게, 너무도 느릿하게 풀렸다. 느림은 바다와 하늘의 아름다움을, 느린 느림은 바다와 하늘의 끈질긴 황혼을 알려주었다. 노는 쉬이 부러지지 않았다. 청록색 나무는 노스탤지어에 있고, 노스탤지어는 영영 닿을 수 없는 데 있었다. 언젠가 쇠도끼가 밑동에 박히고 끌개에 몸이 쓸리고 검붉은 핏물이 자욱하게 배어나왔다. 그렇게 노가 되었다. 늙은 노는 이따금 탁자와 기둥이 되는 꿈을 꾸었다.

 

푸르고 노란 번개가 치면 나른한 포도향이 났다. 때로 비린내가 나는 날에 노는 파도를 거칠게 밀어내었다. 문득 저편의 노는 어떤 모양새인지 궁금했다. 바다와 하늘을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영영 닿은 수 없는 저편에서. 아, 있을는지조차 모르면서.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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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원(심리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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