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같은 문장

아주   아주 길어서 아무도 끝을 모르는  읽는 중간에  시의 끝은 여기야 하고 정해도 틀리지 않은  저마다의 끝을 모아 평균을  것이  진짜 끝이라고는 말할  없는  가장 멀리  손가락이 멈춰선 자리가 끝인 것은 아닌  끝을 정할 수는 있어도 끝나지 않는  어느 동네에는   편으로  시집이 있다던데
 

시집은  뒷장부터 거꾸로 읽어도 상관없는 이야기 모든 혹은 어떤 줄의  단어만 읽어도 되는 이야기 7 배수 쪽을 펼쳐서 가운데만 읽는 이야기 책장 사이에 숨어 조용히 뜯어낸 페이지도 단권의 시집
 

나는 입안에서 머리카락을 골라내듯이 매끈한 시를 뽑아낸다 마냥  화면을 보고 앉은 화이트칼라 제목으로는 인명 지명 작품명 아무튼 워낙에 불리는 이름을 되는 대로 움켜쥔다 문장은 남의 것을 집어다가 물기만 얼추 짠다 나는  문장도 새로 지을 일이 없었다 그쯤 되니 내가 아니라 시가 문장을 쓰는 거라고  만했다 키보드를 두드리던 시는
 

재미있고 흥미롭고 짜릿한 데가 없는  거리에 굴러다니는 담배 꽁초 같은  흔해 빠진  쓸모없고 아름답지도 않은  걷는 족족 밟히는  징그러운  바로  지점이 통쾌한  이제 이차원에서 몸을 일으키는  입맛을 다시는  자기 머리를 쥐어뜯는  날을 세우고 은반 위를 미끄러지는  뒤돌아서고도 전진하는  제자리에서 나아가는  허공으로

 폐부에는 잔털이 보송보송한  뭉치가 있다 손톱 밑에서 혹은 손가락 마디에서 삐져나온 가닥을 힘없이 당길 때마다  뭉치가 끌려 올라갔다가 , 가슴의 밑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뭉치는 구름처럼 고여서  해째 사라질 기미가  보이고 하지만 2년에   받는 건강검진에서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흉부를 촬영해도 실오라기 같은  보이지도 않았다

김다혜(통계 15)
김다혜(통계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