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는 시에 거짓을 적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시 속의 대리인이 하는 말은 모두 나로부터 비롯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나와 같은 사람인 건 아니다. 시를 쓰는 동안 나와 아주 닮았지만 어딘가 조금 다른, 그래서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을 대리인으로 세운다. 나는 새로운 가면을 만드는 일을 즐겁게 여긴다.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열망에 시달릴 때 <같은 문장>을 썼다. 태어날 법한 문장은 모두 태어나서, 새로운 문장을 더는 찾아볼 수 없는 세계에 살고 있다는 상상을 간혹 한다. 하지만 '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맥락에 놓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내가 시를 통해 하는 일은 이미 존재하는 문장을 빌려다가 또 다른 관점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만든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비해 내가 쓰는 글은 무력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 글쓰기가 어떤 구원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언어가 유일한 연장인 한 당분간은 글쓰기에 침잠하려고 한다. 언어를 가지고 내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실험하려고 한다.

 

곁에 있어준 친구들, 존경하는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김다혜(통계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