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연수 기자 (yeonsoohc@skkuw.com)

기자가 읽은 책 - 『미래공부』 저자 국회미래연구원 박성원 연구위원

시민들은 붕괴와 새로운 시작 원해
청년세대는 미래학에서 이머징 이슈

 

하와이대학교 미래학연구소는 미래를 네 가지로 분류했다. △사회가 경제적으로 계속 성장하는 ‘계속성장’ △사회의 ‘붕괴’ △환경 파괴와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사회는 붕괴할 것이지만 아직은 시간이 있다고 믿는 ‘보존사회’ △과학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회가 창조되는 ‘변형사회’가 그것이다. 이 네 가지의 이미지 중 우리나라의 미래가 향할 곳은 어디일까. 『미래공부』의 저자인 국회미래연구원(원장 박진) 박성원 연구위원을 만나 우리나라의 미래와 미래학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위의 네 가지 사회 중 한국사회의 미래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네 가지의 미래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연구자로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성보다는 사람들이 어떤 미래를 선호하는지에 관해 관심이 있다. 2013년에서 2015년까지의 미래워크샵을 통해 500여 명의 시민들에게 물어본 결과 그들은 붕괴와 새로운 시작이라는 미래상을 바란다. 2017년 촛불혁명으로 사회를 뒤바꾼 것에 그러한 점이 반영돼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붕괴로 나아가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아직 붕괴가 다가왔을 때 겪을 갈등과 사회적 혼란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학 연구에서 청년세대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청년세대는 사회의 가장자리에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가장 정면에서 직면한다. 따라서 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사회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청년세대가 내딛는 새로운 걸음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몸짓이기에 미래학에서는 이들을 *이머징 이슈라고 부르며 이들을 주시한다.

앞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 했는데 청년세대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경제성장이 중요한 가치이기는 하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목표가 아닌 수단이라고 생각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경제성장을 통해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1970년대에 우리는 선진국이 되자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 정치·경제적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경제성장을 이룬 지금, 경제성장은 더 이상 청년세대의 비전이 될 수 없고 청년세대는 아직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제는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미래학을 생소하게 여기는 이유는.
과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를 모방해도 됐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대기업 회장들은 미국이나 일본에 가서 10년 뒤의 미래를 구상하고 왔다. 당시에는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10년 앞선 사회였다. 이러한 국가들을 돌아다녀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보였기 때문에 굳이 미래학을 연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을 따라하면서 우리나라는 이제는 많이 성장했고 특정 분야에서는 1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위 앞에는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미래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정부가 선언적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시민이 이를 실현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민들이 비전을 제시하고 정부가 이를 실현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예측을 하는 주체로서의 시민사회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비전을 시민들이 그냥 따르기만 하면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타다’와 택시의 갈등 문제가 그것이다. 외국에서 기술은 들여왔지만 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미래예측에 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머징 이슈=아직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새로운 강력한 트렌드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이슈.

하와이대학교 미래학연구소에서 제시한 네 가지 미래 이야기를 그래프로 표현한 것.
하와이대학교 미래학연구소에서 제시한 네 가지 미래 이야기를 그래프로 표현한 것.
국회미래연구원 박성원 연구위원사진 l 류현주 기자 hjurqmffl@skkuw.com
국회미래연구원 박성원 연구위원
사진 l 류현주 기자 hjurqmffl@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