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연수 기자 (yeonsoohc@skkuw.com)


과거역사 구성하듯 미래역사 구성해
미래예측 통해 자기효능감 높아져

인간은 미래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고대사회에서는 국가의 흥망이나 농사의 성공 여부를 점치기 위한 점성술이 발달했다.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노력은 현대사회에서도 다르지 않다. 과학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국가 정세가 더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인간의 불안과 궁금증은 더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이에 따라 미래를 예측하는 미래학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예언이 아닌 예측의 학문, 미래학
‘예언’은 예지력을 가진 사람이 미래에 대해 미리 알거나 짐작해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어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 예언은 결정론적인 성질을 가진 단어로 사람들을 운명론에 빠지게 한다. 예언의 이러한 성질은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 개척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게 만든다. 반면 ‘예측’은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방법론을 통해 발생 가능한 다양한 미래를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력에 의해 바뀔 수 있는 미래를 인간이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며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예언에 의지하는 고대사회에서 사람들은 결정론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변화가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은 이러한 시각에서 벗어나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게 됐다. 이처럼 사회가 예언 중심에서 예측 중심으로 바뀌고 방법론이 출현하면서 예측방법론을 활용하는 미래학이 등장했다. 이후 미래학은 미국의 미래학자 다니엘 벨이 1990년대에 발생한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와 정보사회의 도래를 30년 전인 1960년대에 정확히 예측한 이후 학문의 한 영역으로 인정받게 됐다.

정치학과 경제학을 비롯한 다른 학문에서도 미래예측을 한다. 그렇다면 미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미래학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국회미래연구원(원장 박진) 박성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다른 학문에서는 1년 혹은 5년 단위의 미래를 연구한다. 하지만 미래학에서는 중장기적인, 통상적으로는 10년 이상의 미래를 연구한다”며 미래학만의 특징을 설명했다. 또한 미래학은 다른 학문과는 달리 미래를 future이 아닌 futures라 표현한다. 박 연구위원은 “미래를 단수가 아닌 복수로 표현하는 futures라는 단어에는 미래는 가능성의 영역이기에 하나로 확정할 수 없다는 미래학만의 특징이 담겨있다”고 했다.

미래예측이란 미래역사를 구성하는 것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속에는 시간이 존재한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아간다. 현재는 곧 과거가 되고 미래는 곧 현재가 된다. 이처럼 현재 속에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며 우리는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과거를 추적하면 역사적 사건을 알 수 있으며 이를 체계화하면 과거역사가 구성된다. 이와 유사하게 현재에서 미래를 예측하면 발생 가능한 미래 사건을 알 수 있고 이를 체계화하면 미래역사가 구성된다. 과거와 미래는 모두 시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미래 역사 구성은 과거역사 구성과 유사하다. 따라서 과거역사 구성이 역사적 사실과 그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듯 미래역사 구성을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에 대한 통찰과 분석이 요구된다. 또한 이에 기초한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과 명확한 시간 흐름 개념이 필요하다.

모든 예측의 기초가 되는 예측 방법, 추세외삽법
추세외삽법은 과거의 *추세를 분석해 이를 그대로 미래에 투사하는 단순 선형 예측 방법으로 가장 기초적인 미래예측 방법이다. 추세외삽법은 미래예측을 위해 다음 3가지 조건을 전제한다. △추세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 △추세는 우발적 변인 없이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아간다. △특정 현상에 대한 통계적 기록이 누적됐을 때 사용 가능하다. 추세외삽법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우선 추세를 정량화시켜야 한다. 이는 추세의 증가율이나 감소율과 같은 추세의 방향성을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추세를 정량화시킨 이후에는 추세를 미래로 *외삽한다. 이 단계에서는 누적된 데이터를 시계열 회귀 분석을 이용해 미래를 예측한다. 이는 *시계열 통계를 통해 추세의 특성과 형태를 보여주는 회귀선을 만들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의미한다. 누적된 통계 자료가 필수적인 추세외삽법은 자료 정량화가 용이한 인구학 및 경제학에서 가장 용이하게 사용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미래예측 방법, 델파이 기법
델파이 기법은 전문가를 대상으로 특정 주제에 대해 미래예측을 하게 만든 후 여러번의 설문조사를 통해 통합된 의견을 끌어내는 미래예측 방법이다. 이 기법은 주로 한 국가의 미래의 특정 시점을 예측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특히 국가의 현재 상태에 대한 표준화된 자료가 부족한 경우 전문가들의 의견을 객관화하기 위해 사용된다. 델파이 기법의 설문조사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30명에서 최대 100명까지 선정해 패널을 구성한 후 진행된다. 델파이 기법은 보통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1단계에서는 앞서 구성된 패널에게 미래에 대한 개방형 질문을 한 후, 그들의 의견을 모아 폐쇄형 질문지를 만든다. 2단계에서는 폐쇄형 질문지를 통해 동일한 패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패널과 면담을 한다. 3단계는 2단계와 동일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단계로, 앞선 설문조사의 피드백을 반영해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수정할 기회를 주는 단계다. 전문가들 간에 일치된 의견이 도출될 때까지 앞의 단계를 반복한다.

미래학의 중요성
박 연구위원은 “이미 권력과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미래학은 무의미한 학문일 수 있다”며 미래학이 평범한 사람들의 생존에 중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 미래를 만들어가지 않는다면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에서 살아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 연대해 미래예측을 해서 미래를 대비하면 그들이 바라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또한 미래를 예측하면 미래에 대한 자기효능감이 높아진다. 미래에 대한 자기효능감(self-efficiency)이란 어떤 미래가 와도 자신이 그 미래를 이해하고 이에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박 연구위원은 “연구결과 미래의 나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성취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면서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눈도 생긴다”며 미래예측을 통해 자기효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미래학은 가시적인 데이터를 제시할 수는 없는 학문”이라며 미래학이 가진 한계에 대해 설명했다. 아직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숫자이기에 사회에 대한 미래학의 조언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발생 가능한 가능성에 대해 준비하자고 하지만 정책가들은 눈에 보이는 그래프와 같은 데이터를 참고한다. 그러나 박 연구위원은 “가능성만을 보고 움직일 수 있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며 “우리나라는 현재 국회미래연구원이 생길 정도로 사회에서 미래학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이제 우리나라는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국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추세=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어떤 시간이나 현상의 독특한 형태.
*외삽=이용 가능한 자료의 범위가 한정돼 있어 그 범위 이상의 값을 구할 수 없을 때 관측된 값을 이용하여 한계점 이상의 값을 추정하는 것.
*시계열 통계=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동하는 상황을 배열해 나타낸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