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인영 (ciy0427@skkuw.com)

‘향후 불매 운동 참여 여부’ 한 달 내내 68% 긍정
성숙한 시민운동으로 성숙한 해법까지 찾아야

 

“49싶어도 45지 않습니다.” 지난 7월부터 이어진 일본 불매 운동에서 이슈를 얻은 문장이다.
이렇듯 일본 불매 운동은 7월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뜨거운 감자다. 오랫동안 그 열기를 잃지 않은 불매 운동은 우리에게 어떤 의의가 있을까.

불매 운동의 시작은
일본 불매 운동은 수출규제에 대한 반발로 시작해 “한국의 불매 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는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임원의 발언으로 탄력을 받았다. 이에 지난 7월 5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이 “전 업종에 걸쳐 일본 제품 판매 중지 운동에 돌입하려고 한다”고 말하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불매 운동의 효과는 7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맥주 수입액의 급감이 대표적이다. 날이 더워질수록 맥주 소비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지만 7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434만 2,000달러로 6월 수입액이었던 790만 4,000달러에 비해 45.1% 감소했다. 일본 제품에 대한 보이콧뿐만 아니라 일본 여행에 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이번 달 일본 여행 예약이 전년도와 비교해 약 80% 줄었다고 전했다. 항공업계 또한 같은 기간에 일본 항공 노선 예약이 최소 50%에 서 최대 90%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일본노선 탑승객 증감률이 작년 대비 7월 하순에 -2.8%부터 지난 달 중순 -21.6%까지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광복절에는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등 7백여 개 단체로 구성된 ‘아베 규탄 시민행동’이 주최한 아베 규탄 촛불집회가 다섯 차례에 걸쳐 열리는 등 불매 운동 열기를 보였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7월 17일부터 조사를 시작해 지난 달 8일에 발표한 ‘일본제품 불매운동 5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매 운동에 현재 참여하고 있다6는 응답은 61.2%다. 3차부터 5차까지 이뤄진 실태조사 내내 향후 불매 운동 참여 의향 여부 항목은 긍정적인 대답이 68.0%대를 유지했다.

불매 운동, 어떤 점이 특별할까?
불매 운동이 이전과 비교해 갖는 특별함은 무엇일까. 불매 운동 초반에는 단순히 반일 감정을 불매 운동의 원인으로 꼽았지만 불매 운동이 장기화하며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강철구 교수는 이번 불매 운동이 단순히 일본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것을 넘어선 의미가 있기에 장기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번 불매 운동의 목적은 일본 기업에 타격을 주는 것이 니라 불매 운동을 통해 수출규제를 주도한 일본의 핵심 세력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명시하기 위해 시민 일부는 ‘YES JAPAN, NO 아베’라는 캐치라이즈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강 교수는 “이번 불매 운동을 통해 소비자가 한국 제품을 자연스럽게 구매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에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불매 운동 기간 동안 품질에 상관없이 한국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한일 관계가 호전된다면, 품질이나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다. 강 교수는 이러한 소비자의 특징을 고려했을때 “이번 불매 운동 기간에 매출이 증가한 기업은 그 이익을 디자인 향상 등 품질 개선에 투자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이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해 불매 운동이 끝난 뒤에 품질과 디자인으로 일본 제품과의 경쟁에서 한국 제품의 구매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 이번 불매 운동은 시민들의 *가치 함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불매 운동 전까지 ‘일제’라는 단어는 하나의 보증처럼 제품을 믿고 사는 이유였다. 하지만 강 교수는 일본 제품이 한국 제품보다 좋다는 생각 자체가 착시 현상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시민들 스스로가 “일본 제품이 한국 제품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결과로 일본 제품의 대체재로 한국 제품을 찾아내는 현명한 소비문화를 체득할 수 있게 된 것도 불매 운동의 소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불매 운동
지난 달 13일 JTBC 맞장토론에서 한신대학교 일본학과 하종문 교수는 "SNS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는 행위가 사회적인 파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일본과의 역사 문제를 풀어나가는 새로운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다"라고 평했다. 더불어 하 교수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긍정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는 이상 불매 운동이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가을까지는 현재 여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견해와 달리 불매 운동이 중소기업에 의도치 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실제로 국내 최대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사이트 ‘노노재팬’에 게시된 제품들의 댓글에서는 ‘제조국을 보면 ‘메이드 인 코리아’가 많다. 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이익은 어떻게 되나’ 등 이러한 피해를 우려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불매 운동을 진행함과 동시에 한일 관계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에는 물적 교류뿐만 아니라 일본 내 한류 확산과 일본 문화 개방 같은 문화교류, 인적교류로 확대되며 국제교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일본학과 오태헌 교수는 한일 연계가 협업과 분업 등 긴밀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 교수는 이처럼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앞으로도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이웃나라이기에 더욱 성숙한 해법을 찾길 바란다”며 당부했다.

*가치함정=주가의 급락으로 지금은 주가가 싼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의 실적 하향을 감안하면 실제로 주가가 싸지 않다는 것. 물건의 현재 가치를 실제 가진 가치보다 과소평가하는 행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