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된 여의주로도 날아오를 수 있을까
흙으로 된 여의주로도 날아오를 수 있을까
  • 박기황 편집장
  • 승인 2019.09.09 16:26
  • 호수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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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입시 관련 논란이 뜨거운 감자다. 이와 유사한 논란은 2016년에도 있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 부정 입학 사건이다. 두 사건을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기득권 세력 2세의 입시 관련 논란으로 사회적 이슈가 됐다는 것과 많은 사람들의 실망과 분노를 사고 있다는 것은 맥락을 같이 한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정유라 씨가 본인의 SNS에 게시한 글이다.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이 글귀는 어쩌면 우리 사회를 가장 냉혹하고 잔인하게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개천에서 더 이상 용이 날 수 없는 현실과 저소득층이 용이 될 수 있는 가장 큰 등용문인 교육이 권력의 재생산 창구로 이용되는 현실을 불편하게 드러낸다.

사람들은 왜 분노하는가. 그것은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에 가장 공정하게 이뤄진다고 생각한 분야에서 ‘기회의 평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피나는 노력을 통해 계층 이동을 꿈꾼다. 또 다른 누군가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것 하나만으로 남들보다 쉽게 사회적 상류층에 입성한다. 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있는 첫 번째 관문에 불과한 입시에서부터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는 과거 “우리들은 ‘개천에서 용 났다’ 류의 일화를 좋아하지만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고 전했다. 언뜻 보면 행복한 개천이 된다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이 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양극화가 심화되고 계층 이동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대한민국 현실을 반영해 살펴보면 그 세상은 너무나도 무섭다. 그 세상은 대대로 용은 용끼리 하늘 위에서 살아가고, 붕어·개구리·가재는 그들끼리 개천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갈라진 세상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각자만의 행복한 세상 속에 갇혀 본인의 계층 속에 안주하게 되는 세상이 행복해질 수는 있을지언정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영화 <설국열차> 속 ‘꼬리 칸’에 갇힌 사람들에게 제 아무리 좋은 환경을 구성해주더라도 엔진 칸 쪽 환경만큼 좋게 구성될 수는 없을 것이다. 꼬리 칸 사람들에게 살만한 환경을 구성해주고 그 칸에서 벗어날 생각도 못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일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식 때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며 앞으로 만들어 갈 세상의 방향을 역설했다. 이어 그는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가 정의로운 세상이 계층 이동을 할 수 없는 행복한 개천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면, 특권과 반칙이 없는 용이 날 수 있는 개천이 생겨난다. 용이 날 수 없는 행복한 개천보다는 차라리 용이 날 수 있는 불행한 개천을 원한다.

박기황 편집장rlghkd791@skkuw.com
박기황 편집장rlghkd791@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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