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철현 기자 (gratitude@skkuw.com)

인터뷰 - 갤러리2 정재호 대표

한국 미술시장 특징 … 다양성 부족해
갤러리 각자의 가치를 실현하는 판 벌이고자

 

“가장 소박한 데서 가장 위대한 게 나온다고 생각해요.” 협동작전은 갤러리2 정재호 대표, 윌링앤딜링 김인선 대표, 갤러리조선 여준수 대표가 결성한 갤러리 조합이다. 이들은 1차 시장에 재밌는 아트페어를 제시했다. 갤러리2 정재호 대표를 만나 그들의 활동에 대해 질문했다.

국내 미술시장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미술시장은 다른 산업에 비해 규모가 작다. 게다가 2009년부터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는 ‘컬렉터 층이 좁고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는 하는데, 그것을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세계 미술시장 역시 같은 양상을 보이고 국내 미술시장만의 독특한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이는 미술시장의 특징으로 보는 게 맞다. 이 특징은 아트페어에서도 이어진다. 시장에서 인기 있는 작품이 주목받기 때문에 갤러리마다 내건 작품이 비슷하다. 반면, 협동작전은 기존 아트페어에서 실현할 수 없는 갤러리의 본질적인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갤러리의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가.
비싼 작품을 판다고 좋은 갤러리는 아니다. 갤러리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갤러리스트의 취향을 보여주는 곳이며 그 취향에 동의하는 손님이 해당 갤러리를 찾는다. 따라서 갤러리는 갤러리마다 특색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갤러리가 모인 아트페어는 다양한 작품을 접하는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협동작전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미술시장에서 몸 담은 경험을 바탕으로 30대 중반에 갤러리를 열었다. 젊은 작가를 주로 다뤘는데 이들의 작품은 값이 비싸지 않아 아트페어에 나가면 부스 임대료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아트페어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작품을 다루면 작품을 다 팔아도 임대료를 충당하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아트페어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다시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 기회가 사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런 현실에서 다양하고 재밌는 걸 원하는 갤러리스트들과 뜻을 모은 것이 협동작전이다. 우리의 목적은 미술시장의 다양성을 회복하고 유통을 활성화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의 작가를 보여주는 데 있다. 작품 판매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자신이 소개하고 싶은 작가를 편하게 소개한다. 손익계산을 잠시 멀리하면 상대적으로 창의적이고 재밌는 걸 할 수 있다. 그래서 아트페어에 콘셉트를 세우고 주제를 입혔다.


어떤 아트페어를 기획했는지.
두 차례의 ‘솔로쇼’와 한 차례의 ‘더 갤러리스트’를 개최했다. 협동작전을 주최하는 3개의 갤러리 외에도 총 15~16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대형갤러리부터 비영리 전시공간까지 다양하게 구성해서 기존 아트페어에서 보기 힘든 모습을 꾸몄다. ‘솔로쇼’의 콘셉트는 한 갤러리당 한 명의 작가만을 소개하는 것이다. 마치 15~16개의 개인전을 한데 모여 보여주고 그림의 감상과 구매를 동시에 할 수 있게 했다. 전시회다운 측면을 가미해도 작품을 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첫 솔로쇼는 4일간 예상보다 많은 2000여 명이 찾았고 많은 작품이 팔렸다. 지난 5월에 열린 두 번째 솔로쇼는 ‘1 갤러리 1 작가’라는 동일 콘셉트를 바탕으로 모든 갤러리가 종이 작품을 다루는 작가를 소개한다는 주제를 잡았다.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변화를 주고자 했다.

우리는 비정기적으로 행사를 개최하고 아트페어 공간을 무료 제공 받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철거를 앞둔 원룸 건물과 비어있는 맥줏집을 고른 까닭은 컨벤션과 같이 번듯한 공간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함이었다. 대형갤러리가 이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한다는 것이 더욱 흥미를 유발했다.

한편 ‘더 갤러리스트’는 기존과 달리 최고급 공간을 대여받은 경우였다. 우리는 항상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갤러리스트인 우리를 보여주는 전시를 하기로 했다. 각자 갤러리 사무실을 전시장에 옮긴다는 느낌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가구와 그림을 배치했다. 유통 주체를 조망해 미술 세계의 한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정 대표는 솔로쇼에서 어떤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나.
작품은 ‘작가+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갤러리스트와 작가는 같이 일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작품만 좋다고 같이 일할 수는 없다. 또 이러한 취향이 맞아도 솔로쇼에 출품하는 작가는 당시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 첫 번째 솔로쇼에는 박주애 작가의 인형 작품을 선보였다. 7년 전에 제주도로 이주하면서 제주도 지역 예술가였던 박 작가를 만나게 됐다. 그의 작품이 맘에 들어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게 됐는데 앞선 솔로쇼를 통해 작가를 미리 시장에 소개했다. 일종의 프로모션이었다. 15~16개의 갤러리가 모인 아트페어는 갤러리 혼자 전시를 주최할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오간다. 작품을 파는 것보다 예정된 기획전을 홍보하는 게 더 중요한 것으로 생각했고, 실제로 그곳에서 작가를 알게 된 손님이 개인전이 열리는 갤러리를 찾기도 했다. 어쩌면 모든 아트페어는 그림을 파는 것보다 새로운 손님을 만나는 게 더 큰 목적일 수 있다. 작품 구매와 작가 소개의 관계가 굉장히 유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협동작전 아트페어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솔직히 재미로 한다. 이 활동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고 우리가 생각하는 다양성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 따라서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갤러리들이 지속해서 참여하려면 자신들에게 도전이 되고 각자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판을 벌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경계하는 건 관습처럼 굳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젊은 작가만이 아니라 원로 작가를 모시거나, 주제를 사진이나 조각처럼 다양하게 제시하고픈 생각이 있다.


1차 시장이 낯선 대학생에게 한마디 해달라.
그림을 산다는 건 그림을 본다는 것이다. 갤러리는 입장료가 무료다. 잘 차려놓은 전시에 가서 구경도 하면서 오래 즐길 수 있는 취미로 생각하면 좋겠다. 또 대학생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가격의 작품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솔로쇼만 해도 약 10만 원의 작품도 전시한다. 미술시장을 너무 다른 세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시작은 교내 미대 전시회부터 관심을 가지는 것을 추천한다.

갤러리2 정재호 대표.
갤러리2 정재호 대표.

 

더 갤러리스트 행사 중 갤러리2 부스.
더 갤러리스트 행사 중 갤러리2 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