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철현 기자 (gratitude@skkuw.com)

미술시장 다양한 모습 … 대중화에 영향
작품 사는 것도 미술 향유의 방식

 

우리는 음악을 듣고 마음에 들면 쉽게 저장한다. 그렇다면 미술은 어떤가? 작품을 가진다는 생각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거나 어쩌면 한 번도 떠올려보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존재한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품을 시끌벅적하게 사고판다. 미술시장의 문을 두드려 보자.

르누아르가 그린 폴 뒤랑뤼엘의 초상ⒸWikimedia Commons
르누아르가 그린
폴 뒤랑뤼엘의 초상
ⒸWikimedia Commons

미술시장 자기소개
미술시장은 크게 1차 시장과 2차 시장으로 나뉜다. 1차 미술시장은 갤러리가 대표적인 유통 주체가 돼 작가의 작품을 거래하는 곳이다. 화상, 아트딜러 등의 명칭으로 불리는 인물이 작가와 컬렉터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작가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고, 컬렉터와 작품을 거래하는 사람을 갤러리스트라고 부른다. 한편, 2차 시장은 경매회사가 대표적인 유통 주체가 돼 작품을 재거래하는 곳이다.


1차 시장과 갤러리스트
미술사에서 작가만큼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존재했다. 15세기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 시대를 꽃피우게 한 조력자였다. 2대조 코지모 데 메디치는 미술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했다. 그는 거대한 예산이 필요한 공익적 미술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미술가를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다. 『글로벌 아트마켓 크리틱』에서 양정무 저자는 “예술가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맺고 지속해서 관계를 이어 나갔다”며 후원의 의미를 설명했다.

17세기에 시장경제가 탄생하며 자신의 취향을 추구하는 소비층이 생겼고, 장인 신분에 불과했던 미술가는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작가가 됐다. 19세기에 이르러 기존 미술사조에 반하는 사실주의, 인상주의, 상징주의, 야수파로 이어지는 아방가르드가 출현했다. 이 배경에는 안목 있는 아트딜러의 역할이 컸다. 폴 뒤랑뤼엘은 자신의 갤러리에서 마네, 드가, 모네, 르누아르 같은 인상주의 작가들의 2번째 인상파전을 열었다. 또 그는 미국에 진출해 인상파 전시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앙브루아즈 볼라르도 동시대에 살며 이름을 날린 아트딜러로 1895년 세잔, 1901년 피카소, 1904년 마티스의 첫 개인전을 열어준 장본인이었다.

세잔이 그린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초상ⒸWikimedia Commons
세잔이 그린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초상
ⒸWikimedia Commons

20세기 현대미술에서 레오 카스텔리는 앤디 워홀과 같은 작가를 발굴한 유명 갤러리스트이다. 이지영 큐레이터는 그의 저서 『아트마켓 바이블』에서 “레오 카스텔리는 작가가 오랜 시간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미술사적 평가와 미술시장 양측 모두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레오 카스텔리는 작품 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했을 뿐만 아니라 미술관 전시와 국제 전람회에 작가를 참가시키는 노력도 기울였다.

갤러리 기체 윤두현 대표는 “갤러리스트는 작가와는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며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컬렉터가 작품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품을 입체적으로 본다는 건 작가의 배경이나 제작 과정을 함께 설명하고, 작가가 시장에 꾸준히 노출될 수 있도록 프로모션하는 것을 의미한다. 


2차 시장과 경매회사
오늘날 2차 시장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경매회사 소더비(Sotheby’s)는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설립됐다. 이 큐레이터는 그의 저서를 통해 2차 시장에서 경매회사의 위상을 높인 소더비의 노력을 설명했다. 소더비는 홍보전문가를 고용하고 금융전문가와 협력하면서 전문투자은행의 이미지를 심기 위한 PR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또 경매가격을 미술품 거래의 척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술 지표를 내놓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꾸준히 발표했다.

1998년 대비 2017년의 세계 경매시장 매출액은 약 456% 증가했다. 정윤아 스페셜리스트는 그의 논문 「미술시장과 미술품 경매에 관한 연구」에서 미술품 경매가 부상하게 된 직접적인 요인으로 ‘가격 공개’를 꼽았다. 판매 이전의 추정가부터 판매 이후의 낙찰가까지 모두 공식적으로 공개해 누구나 가격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나아가 공개된 가격정보는 미술품 가치 평가의 필수사항으로 활약하며 시장을 조직화하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매에도 문제점이 존재한다. 정 스페셜리스트는 “투기자들이 전략적으로 가격을 형성하거나 일부 전문가들이 담합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언제든 팔 수 있다는 ‘상품으로서의 미술품’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라며 “예술의 본질적 가치보다 교환 및 도구적 가치를 중시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미술시장의 다변화
미술시장에서 경매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많은 갤러리는 아트페어에서 힘을 모았다. 아트페어는 작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갤러리가 같은 장소에 모여 미술품을 거래하고 미술시장 정보를 교류하는 행사다. 아트페어는 최근 빠른 추세로 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그중에 하나로 협동작전의 솔로쇼 아트페어는 각 갤러리마다 한 명의 작가만을 소개하는 콘셉트를 가지며 시장으로부터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한국 최대의 아트페어로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미술시장은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서 작품을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면서 미술시장이 점차 대중화됐다. 최근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관련 기술을 적용한 플랫폼인 프로라타아트의 박종진 대표는 “20~30대 젊은 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인상적이다”고 밝혔다.

미술품을 산다는 것
“미술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서울옥션(대표이사 이옥경) 정태희 경매사는 “작품을 구매하는 건 미술을 또 다른 관점에서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시회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것만이 미술을 향유하는 방식은 아니다”라며 “미술시장의 발달로 소비층이 대중화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말 미술시장 구석구석을 거닐며 작품의 가치를 세어 보는 건 어떨까.

 

정태희 경매사
정태희 경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