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나영 기자 (skduddleia@skkuw.com)

카페, 다양한 일상을 제공하는 복합적 공간
김 디렉터 “다양한 컨셉의 카페 많아질 것”

 

커피(coffee)와 카페(cafe)의 어원은 둘 다 커피가 처음 발견된 에티오피아의 지명인 카와(kahwa)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인 카페는 일상적이며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카페의 역사를 통해 카페의 의미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카페 문화를 알아보자.

다양한 의미의 집합소, 카페
커피를 마시는 공간인 카페의 기원은 ‘커피의 고향’인 에티오피아다. 『커피인문학』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인들은 부족 간 전투를 앞두고 전사들의 힘과 정신을 북돋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커피 의식’을 치렀다. 커피 의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분나 마프라트’라는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 분나 마프라트에서 여성은 커피생두를 볶는 과정부터 커피를 잔에 담기까지의 긴 과정을 수행한 후 3잔의 커피를 손님에게 대접한다. 이때 카페는 손님을 대접하는 신성한 공간이다.

커피가 에티오피아에서 여러 나라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유럽 각지에 커피하우스가 개점했다. 1650년 영국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열리고 1700년경에는 런던에 수천 개의 커피하우스가 개점할 정도로 유행했다. 『17세기 런던 커피하우스에 대한 일고』에 따르면 17세기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이국적인 음료인 커피를 음미하는 장소일 뿐 아니라 사교, 정보 교환, 여론 혹은 음모 형성 그리고 습관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사람들의 아지트로 인식됐다. 런던의 커피하우스 주인들은 고객이 필요로 할 뉴스를 담은 신문을 자체적으로 제작하거나 구매하고 비치해 커피하우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담론의 탄생 유럽의 살롱과 클럽과 카페 그 자유로운 풍경』은 런던의 커피하우스를 프랑스 살롱처럼 학자들의 좋은 사랑방이었을 뿐 아니라 서민을 포함해 만인에게 열린, 도시 한복판의 질서 있는 인생의 포괄적인 배움터라고 제시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1920~1930년대의 ‘카페’는 지금의 ‘카페’와 달리 술을 파는 곳이었다. 『다방과 카페, 모던보이의 아지트』에서는 카페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그 모습이 변형됐고, 일본과 마찬가지로 여자 종업원이 손님을 접대하는 형태로 운영됐다고 이야기한다. 근대화 이후 지금의 ‘카페’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 곳은 ‘다방’이다. 당시 다방은 문학인이나 예술인들이 직접 경영하는 일이 많아 문화와 관련된 전시회를 열거나, 지식인들이 모여 토론을 하기도 했다. 이경손 영화감독은 1927년 조선인 최초로 안국동에 ‘카카듀’라는 다방을 차렸다. 유학에서 돌아온 예술인들은 카카듀에서 무료 전람회를 열고 일제강점기에 대한 시대적 각성과 문화 교류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다방은 대중에게 긍정적인 공간으로만 인식되지는 않았다. 벽에 붙은 그림처럼 다방에서 두세 시간씩 앉아 있는 사람을 일컫는 ‘벽화’나 온종일 다방을 돌아다니면서 물만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 ‘금붕어’라는 표현이 나타났다. 다방이 온종일 하는 일 없이 다방을 전전하던 무기력한 지식인들의 ‘집합지’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술집으로서의 ‘카페’와 다방은 쇠퇴하게 됐고 다양한 시대적 변화 끝에 지금의 카페가 등장했다.


카페의 현주소
2000년대 본격적으로 오늘날과 같은 카페 문화가 형성됐다. 카페 컨설팅 회사 카공(대표 양동건)의 김은아 브랜드 총괄 디렉터(이하 김 디렉터)는 “국내 카페 시장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역사가 짧다”며 “카페 산업이 대중화돼 소비자의 공감을 받기 시작한건 15~20년 정도”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의 시장 확대와 미디어를 통한 카페의 대중적 인지도 확보는 카페 대중화에 기여했다. 김 디렉터는 “스타벅스의 나만의 메뉴를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포함한 ‘고객과 소통하는 공간으로서의 카페’가 성공했다. 더불어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한 커피 메뉴로 인한 메뉴 제조 시간 단축과 좌석 회전율 극대화한 ‘수익 모델로서의 카페’가 동시에 시장에서 성공하며 카페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카페는 일상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복합적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 디렉터는 “카페는 거실과 응접실이라 불리던 집의 공간을 대신하거나, 사람들이 외로울 때 적당히 거리를 둔 대인관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우리 삶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카페의 특징은 최근 카페와 전통적인 리테일 공간과의 협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 디렉터는 “카페가 라이프 스타일과 연계된 어떤 사업과도 효과적으로 융합될 수 있고, 주 소비층의 호응을 쉽고 임팩트 있게 얻을 수 있는 표현력이 좋은 공간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은행과 카페가 협업하는 경우나 자동차 가게에서 카페를 같이 영업하는 경우가 바로 그 예이다.


고급화되고 세분화된 카페 문화
최근 SNS의 발달로 소비자들이 카페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공유하기 쉬워졌다. 김 디렉터는 “소비자가 커피를 많이 마시면서 커피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SNS에 표현된 카페의 이미지를 중시하는 등 소비자가 카페를 통해 충족하고자 하는 요소가 점차 고급화되고 세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급화되고 세분화된 소비자의 선호를 한 카페에서 충족시키는 것은 어렵다. 김 디렉터는 “모든 사람의 욕구를 보편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선 많은 메뉴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하며 넓고 쾌적한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날로 인상되고 입지가 좋은 곳은 부동산 임대료가 높아 하나의 카페에서 이를 부담하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카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타깃을 세밀하게 나눠 공략하는 추세다. △스페셜티 커피 등 고급 커피 판매 카페 △카공족을 위한 카페 △키오스크 도입 등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 등이 다양한 형태의 카페가 생겨났다. 김 디렉터는 “이러한 흐름에 따라 다양한 컨셉과 모습의 카페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현대자동차와 커피빈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커피빈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