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시작은 원두로부터
커피의 시작은 원두로부터
  • 임서현 기자
  • 승인 2019.09.09 17:29
  • 호수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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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의 특성 따라 커피콩 맛과 품질 각양각색
약 12조 원 달하는 우리나라 커피 시장

 

에티오피아의 양치기 소년 칼디(Kaldi)는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따 먹고 흥분해 뛰어다니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이 신기했던 칼디는 직접 이 열매를 접하게 되고, 열매를 먹고 난 후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커피의 기원이다. 옛날부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준 커피는 어떻게 우리의 잔에 담기게 된 걸까?

커피콩의 2대 원종,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커피콩은 커피나무 열매인 커피체리의 씨앗을 볶은 것이다. 커피콩을 분쇄한 후 우려내 마시는 기호성 음료가 바로 커피다. 영국 런던 큐 왕립식물원(Kew Gardens)이 지금까지 확인한 커피나무 품종은 120여 가지가 넘는다. 이 중 코페아 아라비카와 코페아 카네포라가 전체 생산량의 각각 70%, 30%를 차지하며 2대 원종으로 불린다.

코페아 아라비카(Coffea Arabica)는 미묘하고 깊은 풍미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 원두커피용으로 사용되며 그 중 최고급은 *스페셜티 커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코페아 아라비카종은 맛이 좋은 대신 재배조건이 까다롭고 병충해에 취약하다. 로부스타라는 상품명으로 알려진 코페아 카네포라(Coffea Canephora)는 코페아 아라비카종보다 향이 약하고 쓴맛이 난다. 그렇지만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견뎌 재배하기 쉽고 가격이 훨씬 저렴해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사용된다. 코페아 아라비카종은 브라질, 콜롬비아, 중앙아메리카 등에서 주로 재배되고 로부스타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서아프리카 등에서 재배된다.
 

까다로운 커피나무
커피나무는 까다로운 재배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첫 번째 조건은 온도다. 커피나무는 연평균 약 20°C 기온에서 잘 자란다. 기온이 너무 높으면 엽록소가 파괴되며 ‘커피 녹병’이 번성하고, 기온이 너무 낮으면 잎이 시들어버린다. 『커피플렉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19세기 전 세계를 휩쓴 커피 녹병에 의해 대다수의 아라비카 나무들이 말라 죽었다.

두 번째 조건인 토양도 커피나무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커피나무는 유기질이 풍부한 화산성 토지나 배수가 잘되는 토양에서 잘 자란다. 토양의 특성에 따라 재배지에서 얻어지는 커피콩의 맛과 품질은 각양각색이다. 중앙아메리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과테말라 커피는 화산성 토지에서 재배돼 산뜻한 산미와 특별한 향을 가지고 있다. 커피나무가 화산 폭발로 나온 질소를 흡수하면서 연기가 타는 듯한 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세계 커피 생산량의 35%를 차지하는 브라질은 ‘테라로사’라는 토양에서 커피콩을 재배한다. 테라로사 토양은 배수가 잘되고 유기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좋은 커피콩을 생산한다. 브라질 리우에서는 토양에 과실을 흩어놓아 재배하는 커피콩에 특유의 향을 만든다.


커피, 메이드 인 코리아
주요 커피 생산국을 살펴보면 대부분 남북회귀선 사이의 열대·아열대 지역에 있다. 이 지역은 커피 벨트 또는 커피 존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커피 벨트에서만 커피가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시설재배가 발달하고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더 많은 지역에서 커피나무를 재배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부터 한반도 남부 일부 지역과 제주도, 강원도 등에서 커피나무 시설재배를 시도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소장 서형호) 문두경 연구관은 "우리 연구소에서는 현재 자원을 선별, 수집하는 단계"라며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종자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변화하는 재배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작물 개발을 목표로 다양한 아열대 자원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 종자를 개발해 재배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한국커피나무 오흥석 대표는 온실 재배하기에 적합한 커피나무를 개발했다. 네팔에서 발견한 이 종자는 여러 번의 개량 끝에 한국에서 재배하기 적합한 종자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한국커피나무 한 해 묘목 판매로 30억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오 대표는 “외국에서 종자를 수출해달라고 요청이 오지만 국내에 완전히 보급한 후 수출할 계획이다. 현재 씨를 생산해서 국내에만 보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자라다”며 아쉬워했다.


왜 우리나라에서 커피 재배를?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재배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우선 커피콩을 국산화하면 수입의존도가 줄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나라와의 거래를 국내 시장으로 끌어들여 내수 시장이 활성화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18년 커피 수입량은 약 14만 톤이다. 원유 다음으로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교역량이 가장 많은 품목은 커피원두다. 커피콩의 신선도도 큰 장점이다.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에서 수입된 커피는 원두가 선박을 통해 운반되면서 오염이나 원두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열과 습기에 노출될 수 있지만, 국내산 커피는 갓 수확한 열매를 바로 도정해서 마실 수 있다.


미래의 한국 커피 재배
앞으로 우리나라 커피 재배가 발달하려면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오 대표는 “커피 재배에 대해 자문할 전문가가 국내에 많이 없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커피 관련 전문가를 육성해야 함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커피콩은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단가가 비싸다. 이 점에 대해 오 대표는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맛있는 커피를 찾는 사람들의 관심이 모여 수요가 확보되면 국산 커피는 싼값에 널리 보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 대표는 “한국은 커피를 인구 대비 많이 소비하는 나라”라며 약 12조 원에 달하는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스페셜티 커피=커피가 생산되는 재배지의 기후, 지리적 조건 등을 최대한 살려 그 커피만의 특별한 맛을 구현해 내내 커피.

일러스트 | 정선주 외부기자
일러스트 | 정선주 외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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