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빈 기자 (csubingood@skkuw.com)

수면다원검사 통해 수면장애 진단 가능해
수면제 복용보다 중요한 수면습관 개선

 

수면장애는 우리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건강을 해치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수면장애는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할까. 가장 대표적인 진단법인 수면다원검사와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자.

수면 검사의 기본, 수면다원검사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검사 가운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이 되는 검사법이다. 수면다원검사를 하면 몸에 각종 센서를 부착하고 잠을 잔다. 몸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수면다원검사의 기본 지표인 △뇌파 △안전도 △근전도를 측정한다. 먼저 수면 상태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뇌파를 측정하기 위해 정수리를 기준으로 좌우로 전극을 부착한다. 다음으로 양 눈 바깥쪽에 사선으로 놓이도록 2개의 전극을 부착해서 눈동자의 수평, 수직 움직임을 기록한다. 이를 통해 렘수면 단계에서 나타나는 안구 운동을 살펴보는 안전도를 측정한다. 또한 신체 근육의 긴장도를 검사하는 근전도는 턱끝근의 근전도를 표준으로 기록한다. 턱끝근은 아래턱 끝에 위치한 근육으로, 아랫입술을 위로 당겨 올렸을 때 힘이 들어가는 부위에 3㎝ 정도의 간격을 두고 전극을 부착한다. 그뿐만 아니라 수면 호흡 장애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호흡 측정, 심장박동수와 리듬을 측정하기 위한 심전도 측정, 팔다리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한 다리 근전도 측정 등을 한다.

이처럼 여러 센서를 이용해 수면 중 신체 활동을 파악하면, 수면 중 발생하는 신체의 문제와 수면의 질을 파악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수면장애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진다. 또한 비정상적인 수면 구조는 다른 병의 상태에 대한 지표가 될 수 있어 관련된 다른 질환의 치료와 예방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수면제
대부분의 사람은 수면장애의 대표적인 치료 방법으로 수면제를 떠올린다. 현재 수면제는 여러 종류가 개발돼 시판되고 있지만, 병원에서 처방하는 대부분은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약물이다. 벤조다이아제핀계 수면제는 중추신경계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 수용체에 직접 작용해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신경안정제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약물을 먹으면 마음이 안정됨과 동시에 몸에 체온이 떨어지면서 멜라토닌 분비가 이뤄져 자연스럽게 수면의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벤조다이아제핀계 수면제는 항불안 효과뿐만 아니라 수면을 유도하고, 근육을 이완시키며, 경기·발작을 예방하기도 한다. 그러나 치료 목적이라 하더라도 장기간 복용하면 약물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으며, 장기간 사용하다 중단했을 때는 금단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억지로 뇌를 졸리게 만들어 기억력을 저하하고,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드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약물의 기능 중 ‘수면 유도 기능’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게 만든 비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약물이다. 대표적으로 졸피뎀이 있는데, 이 약물의 가장 큰 특징은 입면을 도와주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은연(의학) 교수는 “기존의 수면제들과 다르게 졸피뎀은 필름이 끊기듯 바로 잠이 들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약효가 좋으면 부작용이 많기 마련이다”라며 졸피뎀의 부작용에 대해 경고했다. 졸피뎀은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약물만큼은 아니지만, 심리적 의존이 일어날 수 있으며, 장기간 복용 시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졸피뎀은 과다복용 시 어지럼증·피로감을 느낄 수 있으며 심각할 경우 기억상실이나 환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졸피뎀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의사 처방이 있어야 복용할 수 있다.

수면제 없이 수면장애 극복하기
수면제는 효과만큼이나 부작용이 심각하므로 지속적인 복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주 교수는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은 수면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건강한 수면습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통해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즉, 매일 같은 시간에 자서 같은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 주 교수는 취침 시간 간의 차이를 ‘사회적 시차’라고 칭하고 “전날의 취침 시간보다 두 시간 늦게 잠든 것은 태국에 다녀온 셈”이라며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강조했다. 두 번째는 수면 환경, 특히 빛을 조절해야 한다. 이에 대해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잠들기 전에 핸드폰을 보면 핸드폰에서 나오는 청색광(블루라이트)이 뇌를 깨워 양질의 잠을 잘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카페인의 섭취를 삼가야 한다. 카페인은 뇌에서 수면을 일으키는 아데노신의 생성을 억제해 잠이 드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카페인은 6시간 정도 각성 효과가 지속되기 때문에 가급적 오후 3시 이후에는 카페인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비벤조다이제핀계 수면제인 졸피뎀.
비벤조다이제핀계 수면제인 졸피뎀.